법조계 “‘정치적 용어’ 남발된 기각 사유서”
나경원, 영장전담판사 이력 거론…“알박기”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지난 26일 새벽 기각됐다. 법조계에서는 기각 사유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권에서는 연이틀 공세가 지속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웬만하면 비판을 자제하려 했다”면서도 “영장기각 결정문을 보면 어이가 없다. 판사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용어가 아닐뿐더러 일반적인 판단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영장 기각은) 청와대의 압박이 제대로 작동했다. 이 정권의 사법부 겁박은 농단 수준”이라는 비판에 이은 것이다.

특히 동부지법 영장전담판사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점, 노동운동을 했다는 점 등을 짚기도 했다. 그는 “김명수 대법원이 서울동부지검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하는 것을 알고 ‘알박기’로 영장전담판사를 임명한 건지 의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 등 표현이 들어간 영장 기각 사유서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통상적으로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려온 법원이 이번에는 혐의의 구성 요건까지 부정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용어가 남발돼 있다”며 “판결문에나 들어갈 법한 내용”이라고 평했다.

이에 한국당 중진의원들도 전 정권의 사례를 들어 기각 사유가 ‘정치적’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부의장인 이주영 의원은 “구속영장 기각은 수사와 재판을 불구속으로 하라는 대원칙에서 보면 수긍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제는 유사 사건에서 힘을 잃은 전 정권의 인사는 영장을 모두 발부했으면서 살아있는 현 권력 인사의 영장은 기각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전임 정부에 했던 것에 비하면 이 정권의 행태는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정우택 의원도 “청와대가 과거 정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맞장구치듯 사법부는 ‘탄핵 정국의 특수성’ 등 표현하며 (영장을 기각했다)”며 “구속 여부만 결정해야 할 영장심사 단계에서 유무죄까지 결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이병태 카이스트·양준모 연세대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행동하는 자유시민’도 입장문에서 기각 사유서의 △정치적 이념 편향성 △‘사직의사를 확인하려 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표현 등을 지적하며 “국민 법감정 측면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기각 결정을 단호히 반대한다. 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난 판사는 이번 재판에서 배재돼야 한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부·환경부·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당시 각 부처 장관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