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속 터져 죽으라고 하는 것 밖에 더 되냐." 반환점을 앞둔 문재인 정부의 2기 인사청문회에 쏟아지는 질타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도입된 인사청문회가 그야말로 막장으로 치달으며 국민들의 분통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오늘로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막을 내린다. 이번주 7명의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자리에 섰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 문성혁 해수부 장관 후보, 진영 행안부 장관 후보,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자다.
장관 후보자 7명 개개인의 부적격 사유를 모으면 그야말로 자격 미달의 종합세트다. 위장전입·세금 탈루·특혜 채용·부동산 투기·병역 의혹, 연구부정 등 절대 장관이 돼서는 안 되는 청와대의 인사청문회 7대 검증 기준이 무색하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부동산 투기의혹과 관련 죄송과 송구로 이어지는 사과청문회로 끝났다. 20차례 이상 이어진 "죄송하다" "송구하다"는 대답에 국민들은 말문이 막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자유로운 후보자는 없었다. 하지만 최 후보자는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국민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높다. 국민들에게 '도덕'을 요구하면서 딸에게 '꼼수 증여'라는 변칙수법까지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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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 낭독을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
고도화된 수법은 실망감을 더해 절망을 안겨 준다. 모두가 어금버금이다. 누구를 탓하고 더하고 말고 할 후보가 없다. 청와대는 1기 내각 구성에서 흠결이 많자 스스로 기준을 완화했다. 청와대는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 전입, 연구 부정,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은 엄격히 걸려내겠다며 7대 기준을 내세웠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과 성범죄를 제외한 5가지 기준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에서는 '비리 종합세트'라며 부적격 사유를 내세웠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네 차례 위장전입에다 본인 소득이 있는데도 아들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드러났다. 주민등록법,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소지에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까지 불거졌다. 배우자는 농지법 위반 의혹이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전날 6500만 원의 소득세와 증여세를 납부했다. 탈세 수사가 필요할 사안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도 종합소득세 2400만 원을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하루 전인 지난 12일 납부했다.
박영선 후보자는 정치자금을 자동차 법규 위반 과태료나 국회 인턴 급여 등으로 집행해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도 받고 있다. 재산형성 과정과 자녀의 이중국적에 대한 해명도 이어졌다. 하지만 평소 재벌 저격수로 '명성'을 날려 온 박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용산 참사 현장 인근 토지에 투자해 20억 원대 시세 차익을 챙겼다 의혹과 함께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말바꾸기와 SNS상에서 숱한 구설수를 불러 일으킨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차명으로 부동산을 거래한 의혹이 청문회에서 제기됐다. 사실이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다.
김 후보자는 SNS상에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여론 따라가다 X 된 사나이" "위대한 C-ba 가카 만세!"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군복 입고 쇼나 한다"고 비아냥 거렸고 정치인들을 '씹다 버린 껌' '감염된 좀비'라고 했다. 이런 막말을 '사과·반성·송구'라는 말로 덮으려고 하고 있다.
자료 제출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야당 의원 시절 한껏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이 정작 자신들의 검증 자리에서는 소홀하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했어야 할 정치인, 그리고 장관이라는 공직을 꿈꾸면서 보여주는 태도는 온통 실망감과 박탈감이다.
이들은 목소리는 묘하게 닮아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자녀 교육 등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었다고, 또는 당시의 관행이었다고. 그리고 죄송하고 송구하고 사과한다는 너무나 익숙한 말들로 그 길을 그대로 읊는다. 말미에는 꼭 한마디 덧붙인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국민들의 가슴은 무너진다. 정의롭고 깨끗하고 공정을 외치던 그들의 벗겨진 실체에서 평등은 간 곳 없다. 상실감과 박탈감과 배신감만 남는다. 사교육 운운 입에 달던 그들의 자식들은 외고 등 특목고도 모자라 유학이다. 부동산 때려잡겠다고 목청 높이더니 2가구는 기본이요 3가구 4가구 선택이다.
'거창'한 인사청문회는 국민 눈높이서 보면 이미 '쇼'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금까지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 강행된 장관급 인사는 모두 8명이었다. 7명의 후보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입장은 정해져 있는 듯 하다. 그야말로 '답정너'다. 부실 검증에 대해 "원칙대로 했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기승전-임명'이라는 허무주의가 팽배하다. 이런 인사청문회라면 왜 필요한가. 국민들의 박탈감과 배신감을 달래 주기는 커녕 결국 부메랑이 되어 더 큰 아픔을 부르게 될 것이다. 검증의 잘못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아울러 부적격자는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너는 적폐 나는 선'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이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닫게 하고 있다.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마음의 상처가 넘치면 민심이 흔들리고 민심이 분노하면 천심이다. 국민을 더 이상 시험에 들게 해서는 안된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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