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정부가 지난 2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올해 경기부양·미세먼지대책·국민안전에 초점을 맞춘 추경안을 이달말 확정짓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국가부채 증가 추세와 재원 마련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추경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4월25일을 전후해 국회에 추경안이 제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추경 명분으로 미세먼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미세먼지와 관련해 이미 올해 자연재해 목적예비비로 1조8000억원 편성되어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추경과 관련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미세먼지대책 추경 예산으로 '1조원 이상 규모'라고 언급했지만 여당 내에서는 최대 10조원까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 세계잉여금 중 여유재원 629억원과 한국은행 잉여금 6000억원을 더해도 70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추경 규모가 몇조원이 되든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정청이 밝혔듯이 사회간접자본 개선과 포항 지진 피해복구 등 분야를 망라한 종합 편성이 추진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업 끼워맞추기'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추경 예산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낭비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470원 규모의 '슈퍼예산'도 본격적으로 집행되기 전이다. 그런데 이달안에 추경 요건에 맞춰 사업들을 추가 배정하기란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나라 빚이 거듭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대개 연중 하반기에 편성·집행하는 추경을 4월에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 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전년(2017년) 대비 127조원(8.2%) 급증한 1682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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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정부는 전년 대비 9.7% 늘어난 470조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한지 석달만에 추경 편성을 논의해 재정건전성을 해치고 나섰다.
역대 정부에서 추진해 실행에 옮긴 최근 20번의 추경 중 1~4월 중에 국회에서 통과시킨 경우는 3차례에 불과하다. 또한 문재인정부 출범 전에는 김영삼정부 당시 외환위기 및 이명박정부에서의 글로벌금융위기 대응을 제외하고 봄철 추경이 전무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가 힘을 잃는데 정부부채가 증가하는 건 문제가 크다"며 "재정건정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우리 미래세대는 정부의 과잉재정으로 인한 빚더미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세계잉여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3번째 추경 편성을 추진하는 것은 재정규율을 무너뜨리는 재정중독"이라고 비판했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또한 "미시정책으로 망가진 경제를 추경 확대로 활성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어려운 경제를 해결한답시고 재차 지출을 늘리는 것은 어려운 우리 경제를 더 수렁에 빠뜨리는 무모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소관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관계자는 "당장 이번 1분기부터 당정청이 추경안을 거론한다는 것은 올해 편성한 470조 슈퍼예산에 만족하지 않은채 퍼주기식 재정중독에 사로잡혔다고 시인한 것"이라며 "기획재정부 또한 추경에 회의적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욱이 추경은 한달도 걸리지 않아 현 정부가 졸속으로 심사해 추경을 강행한다는 비판이 일수밖에 없다"며 "갑자기 내려오는 '퍼주기식' 추경 예산에 지자체별로 예산을 받아도 못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청이 이번에 밝힌대로 올해 추경이 편성되면 2015년부터 5년 연속, 문재인정부에서는 3번째 추경이 된다.
정부는 2017년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위한 11조원 규모의 추경에 이어 지난해 3월 청년고용 위기를 막기 위한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했지만, 고용지표 등 각종 경제신호등에서 연일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재정을 풀겠다는 취지지만 올해 봄철 정부 추경안이 세간에서 우려하는대로 '재정중독이 아닌'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