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책임 의식 결여, 집단적 사실 왜곡 전파는 가장 위험한 폭력수단

홍성기교수, 집단광기와 허위의 회오리바람 부채질하는 KBS 등 언론 실태 심층분석(1)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는 최근 "문창극 총리후보자에 대한 KBS의 마녀사냥식 사실왜곡은 히틀러의 파시즘이 가장 유효하게 써먹은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정당한 분노대신 오도된 분노를 부채질해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을 전복시키고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홍성기교수는 KBS 등 언론사 기자와 PD들의 왜곡보도는 진실여부를  떠나서 진영논리로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했다. 

홍교수는 "오도된 분노는 집단광기를 부추긴다"면서 " 대한민국의 사회를 황폐화시키고, 민주주의의 기반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우려했다. 홍교수가 자유경제원에 기고한 <사실왜곡, 집단광기, 민주주의의 위기>칼럼을 미디어펜에서 시리즈로 연재한다.[편집자주]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의 2011년 온누리교회 강연에 대한 KBS 1TV의 2014년 6월 11일과 12일의 이른바 ‘검증보도’는 이후 야당의 ‘문창극 친일파론’ 및 새누리당의 서청원, 김무성 의원과 6명의 초선비례대표 의원의 문 총리후보 자진사퇴요구로 이어졌다.

KBS 방송 이후 여론조사 결과, ‘친일파 문창극 후보’를 총리에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가 되었다. 이후 6월 20일 MBC는 토론회를 긴급 편성하여 온누리교회 강연의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전체 동영상을 방영하여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에 조금 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원로, 지식인, 원칙주의자들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문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재가하지 않았다. 그 결과 6월 24일 문창극 후보는 사실상 강요된 자진사퇴를 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은 한국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다. 그 표준적 진행과정은 다음과 같다: 일단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면, 정당이 이를 받아들여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SNS와 인터넷 그리고 전통적 언론매체에서 사실 왜곡을 진실인 듯 순식간에 확산한다. 이때 문제의 정치적 파장의 의미를 간파한 지식인, 시민단체, 사회단체와 일부 종교인들이 가세하게 된다.

이 과정은 첨단 정보사회인 한국에서는 매우 빨리 진행되어, 짧은 시간 내에 되먹임 현상(feedback)을 반복하게 되고,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포획되면서 ‘허위의 회오리바람’ 즉 집단광기기 일어난다. 그 결과 정치적, 경제적 파장이 지극히 큰 사태가 발생하면  정치권이나 정부는 집단광기에 굴복한다. 여기서 언론의 사실 왜곡은 몇몇 소수의 기자, PD 등에 의해 손쉽게 일어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한국 사회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과 무관하게 ‘투입 대 산출’의 효과는 지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 KBS의 문창극 총리후보자에 대한 왜곡 보도는 언론과 SNS를 타고 국민들을 집단광기로 몰아갔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진영논리차원에서 허위의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언론의 사실왜곡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심각하게 타락시키고 있다. 자유경제원이 최근 KBS의 왜곡보도 사태문제에 대해 토론회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이 사실 왜곡은 특정인, 특정 정권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 개인 혹은 집단에 대한 증오는, 그것이 어떤 이념, 어떤 민족, 어떤 종교에서 나왔던, 증오의 대상에 대한 연민(憐愍)의 감정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증오와 연민을 하나의 대상에 대해 동시에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타인이 억울하게 곤경에 빠지거나 정신적, 사회적, 물리적 폭력으로 고통을 받아도 증오는 타인의 억울한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뿐더러, 심지어 이런 폭력에 동참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도록 만든다. 물론 맹목적 애정의 경우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실로 미움과 사랑은 다루기 어려운, 위험한 감정이고, 바로 이런 이유로 공자는 논어에서 “오직 어진 사람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미워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論語』 「里仁」, “子曰 唯仁者 能好人 能惡人”

그러나 사실에 근거한 ‘정당한 분노’와 사실 왜곡에서 나온 ‘오도된 증오’ 간에는 주관적으로 차이가 없다. 양자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그 사실적 근거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이성적 판단이 전제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대중사회에서 정당한 분노로 오도된 집단 광기는 사회를 황폐화할 수 있다. 사실 왜곡은 일반적으로 사실의 인식과 함께 그 추동력을 잃어버리므로, 외부 세계에 대한 오도된 증오의 감정으로 독재를 정당화하려는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 정보차단은 정권 유지의 기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차단은 북한과 같은 폐쇄사회가 아니더라도 한국처럼 열린사회에서도 학연이나 지연에 의한 혹은 이념적이거나 종교적 ‘진영논리’에 의해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정당한 분노는 압제를 넘어뜨리는 혁명의 가장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오도된 증오로 형성된 집단광기는 의사형성 과정의 왜곡, 사회적 혼란, 혹은 민주주의 체제전복의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여기서 사실 왜곡에 의한 집단광기란 정신병리적(psycho-pathological)이라기보다는 ‘왕따만들기’, ‘집단증오’, ‘집단폭력’처럼 사회병리적(socio-pathological) 현상을 말하지만 양자 간에 유사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것은 이런 광기의 사실적 근거를 놓고 벌어지는 진실공방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개인이나 집단은 진실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강한 내성(耐性)을 갖게 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정신병리학에서 일종의 망상(delusion) 체계라고 간주하는 의처증, 의부증 등은 어떤 반증사례나 논리적 설득에 의해서도 거의 치유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허위를 증명하는 수많은 증거들을 자발적 정보차단 및 임시적(ad hoc) 보조가설로 무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병리적 집단광기의 현상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심지어 집단을 이루기에 진실에 저항하는 내성은 더욱 심하다.

이런 이유로 진실공방은 집단광기를 치유하기 위한 논쟁은 일종의 진영싸움으로 퇴행하게 되고, 사실을 왜곡한 언론이나 이 왜곡의 확산에 참여한 정당, 시민단체, 지식인 등은 모두 공범이라는 점에서 진영 내부에서는 일종의 면책특권을 부여받게 된다.

이점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의 원인을 제공하였던, 자칭 전문가, 시민단체, 언론, 정당과 정치가 중에 허위와 선동으로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진 사람이 없다는 점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의 판례를 볼 때, 명백히 사실을 왜곡한 언론도 ‘공익’이라는 마패를 들면 명예훼손 등의 법적추궁으로부터도 면책 받을 수 있다.

이들 언론인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되거나, 언론노조와 사용자측 간에 분쟁이 발생하면 <국경 없는 기자회>나 <프리덤 하우스>와 같은 국제기관은 매년 평가하는 민주주의 실현도와 언론의 자유 평가에서 감점을 하거나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다는 비판을 한다.

남은 것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의한 피해구제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징계 요구이지만, 사실상 모두 사후의 솜방망이 제재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런 사후의 약한 제재조차도 진영논리에 의해 그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인 사상의 자유에 근거하기에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외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언론의 자율적 책임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한, 한국에서 언론의 의한 사실 왜곡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즉 집단적 사실 왜곡과 전파, 선동은 언론에게는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표현수단’, 그러나 한국 사회에게는 가장 위험한 ‘폭력수단’이 되었다. 여기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불법적 폭력이 아니라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근거한 합법적 폭력이다.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