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보다 정치인폐단 더 심각, 8월 국회 통과시켜야

   
▲ 송준호 안양대 교수
부정부패 기본법이 될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관피아와 정피아 사피아 언피아 교피아 등 관료, 국회의원, 판검사, 변호인, 교육자, 언론인 등 부문별 적폐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표류1년, 김영란법 쟁점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에서 주제발표를 한 송준호 안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을 8월중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대한민국은 청렴국가 32강에 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교수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도 현행 관료만이 아닌, 정치인(정피아)과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등도 포함시켜야 부정부패를 막는데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법 적용대상이 많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현재 우리나라의 부패 현실을 감안할 때 문제될 것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해충돌방지에서 그 가족과 친족에까지 이해충돌에 따른 제척요구가 과하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공개경쟁의 허용, 공직자 스스로의 신고제도 활성화를 통해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송준호 안양대 교수의 주제발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하 부정청탁금지법)의 2011년 6월 입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2011년 6월이니 벌써 3년이 지났다. 그간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법안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차례 공개토론회도 가졌고, 초안을 가지고 권역별로 설명회도 개최하였다. 흥사단을 비롯한 대표적인 5개 시민단체도 우리나라의 부패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날로 심화되는 것을 우려하여 별도로 합동 토론회를 열며 법안의 조속한 제정과 국회통과를 강력히 제안하였다.

2011년에 흥사단이 선정한 10대 부패뉴스를 보면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비롯하여 벤츠검사, 군납 곰팡이 햄버거, 성화대의 교비 횡령, 축구선수의 무더기 승부조작 등 지금 회상해도 낯 뜨거운 사건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즐비하였다.

특히 벤츠검사 사건은 다음 해 항소심에서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지게 대가성이 없다고 무죄가 선고되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부정청탁금지법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는 게기가 되었다. 또 대외적으로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가 뒷걸음쳐서 2009년, 세계 39위를 정점으로 2011년에는 43위(2013년은 46위)로 추락해서 국가적으로 국제신인도를 높이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도 법안의 필요성에 한 몫 하였다.

국민권위원회는 2012년 법안에 대한 정부 내 부처 간의 조정 과정에서 초안에서 크게 후퇴하여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구분하여 형사처벌은 직무관련련성과 대가성이 있는 경우에만 하고,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태료 처분만 하는 것으로 수정하여 2012년 8월 입법예고를 하였다. 이에 시민단체와 언론에서는 일제히 이를 비판하였고, 김영주 의원과 이상민 의원도 이에 가세하여 그 해 5월 각각 의원 입법안을 제출하였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부정청탁법안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오히려 입법예고안과 의원 입법안보다도 전향적인 정부안을 국회에 2013년 8월에 상정한 것이다. 깨끗한 정부를 바라는 따가운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본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와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처음 법 제정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에 동조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법안의 대상기관에는 제일 먼저 국회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의원들은 이 법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별도로 정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등 정부안을 두고 소위원회에서의 활동은 지리멸렬하고 급기야 법안이 폐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다.

그런데 이 법안을 다시 살린 것은 세월호 사건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근원적 원인은 바로 공직사회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의 관행화된 부패, 즉 적폐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 점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은 소위 '김영란법'이라고 명칭하기에는 더 큰 우리 사회의 담론을 안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에 의하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 법안의 대상을 확대하자는 아주 전향적인, 그간 시민사회가 주장한 것까지 합의하였다고 한다.

올 8월 국회에서 여·야 모두 통과를 약속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제 통과를 얼마 안둔 현 시점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의 쟁점들을 살펴봄으로써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고자 한다.

   
▲ 부정부패근절을 위한 기본법이 될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정피아 언피아 교피아 등 각계의 부정부패와 적폐를 해소하기위해선 김영란법을 8월중에 통과시켜야 청렴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국회 정무위가 최근 김영란법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부정청탁법안의 쟁점들

사실상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제2조 1호). 청와대는 말할 것 없고, 국회도 예외는 아니다.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이 법의 적용을 받고 싶지 않겠지만, 내심 국민들이 이 법을 가장 먼저 적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국회의원이다. 이런 점을 알고 혹시라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꼼수가 없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들 스스로 당당히 법의 적용기관임을 인식하고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안하고, 직무상의 이해가 충돌될 때에는 자진 회피하겠다는 공동선언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관피아 보다도 정피아가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반기 정무위원회에서 여·야가 사립학교와 언론기관도 법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 법의 적용 대상자수가 1,800만 명에 달해 문제가 있다는 식의 물타기로 법 제정의 무산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심려도 있다. 공직자(사립학교 및 언론기관 종사자) 자신과 그 가족, 친족까지 포함하면 지나치게 적용대상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 부패 현실을 감안할 때 적용대상이 많은 것이 무슨 문제인가? 차도에서 무단 횡단을 하면 모든 국민이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는다. 부패행위를 하면 당연히 누구나 공직 여부를 떠나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공직자라 함은 공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정서다.

교육이 공의 직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 국공립학교는 공의 직무이고, 사립학교는 사적 직무인가? 우리나라는 교육기관의 80%를 사립학교가 차지하고 있다. 교육의 공공성을 감안해서 국가는 초중등 사립학교에 인건비를, 대학에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가장학금 등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표류1년, 김영란법, 쟁점은 무엇인가> 정책토론회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사립학교는 비민주성과 비리가 만연해 있다. 학교 현장에서 부패의 모습을 보고 자란 학생들이 과연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사립학교의 부패는 근절되도록 부정청탁법의 대상에 사립학교는 포함되어야 한다.

언론기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앙의 일부 언론기관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언론기관에 의한 폐해가 전 사회적으로 심각하다. 지방으로 갈수록 그 정도는 심대하다. 공론이어야 할 언론이 부정청탁에 의한 금품 수수로 공론을 잃은 지 오래이다. 그러므로 법에 의해 등록된 언론기관은 공공기관으로 간주하여 이 법안의 적용대상으로 하는 정부안의 수정이 필요하다.

고위 공직자 범위

제2조 3호 가목에서는 고위공직자를 차관급 이상의 보수를 받는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정부법안 제4장(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에서 일반 공직자에 비해 엄격하게 이해 충돌을 방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제12조(고위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 금지)에서 "고위공직자는 그 직위에 임용되거나 취임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그 직위에 임용되거나 취임하기 전 3년 이내의 민간 부문에서의 업무활동 명세서를 소속기관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은 이상민의원의 2년 보다는 전향적이다.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을 차관급 이상으로 한정할 이유는 없다. 직급에 관계없이 공직자가 임용되거나 취임하기 전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공정성을 해치는 것은 자명하다. 굳이 고위 공직자로 제한하려고 한다면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한 재산등록 의무자인 4급 이상 공무원으로 확대해서 결재권한의 남용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정부가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운영하며 개방하는 추세에 비추어 보아도 차관급으로 한정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

청탁의 정당성

이 법안의 골자는 세 가지이다. 제2장의 부정청탁의 금지. 제3장의 금픔 등의 수수 금지. 제4장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가 그 것이다. 부패의 출발은 부정한 청탁에서 시작한다. 부정한 청탁에서 금품의 수수가 이루어진다. 부정청탁에 관한 논의 과정을 보면 정당한 청탁과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을 가지고 시비가 있다.

정부법안 제5조에서는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1호부터 4호까지 나열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청원, 민원, 제안, 시정 요구가 부정청탁일 이유가 없음에도 시비를 없애기 위해 4가지를 명시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청탁의 정당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보통 사람의 상식에서 볼 때에 법안 자체에 대한 소모적 논쟁으로 밖에 안 보인다.

다만 김영주 의원과 이상민 의원의 입법안에서는 부정청탁의 종류를 정부안보다 상세하게 11가지로 나열하고 있다. 예를 들면 6호.「변호사법」,「공인회계사법」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특정직무에 관하여 이해당사자를 대리하는 행위. 8호.「행정절차법」,「국회법」또는 다른 법령에 규정된 위원회·청문회·공청회·공개토론회 등에서 그 절차·방법에 따라 증언 또는 진술하거나 의견·증거 등을 제출하는 행위. 9호.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하여 연설·기고·발표 등을 하는 행위. 10호. 정책의 입안·수행·평가 등을 위해 공공기관과 사업자등이 공식적으로 개최하는 간담회·토론회 등을 통하여 자문·고문·진정·탄원·협의 등을 하는 행위이다. 전적으로 동감하고 논의의 시간을 단축한다는 점에서 이들 조항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품 수수

정부안의 제3장은 금품 등의 수수 금지 조항이다. 그런데 금품 수수가 사적 자치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론이 있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면야 공직자의 금품 수수가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사적인 친분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금품 수수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요즈음 세상에 형제간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는 금품이 오가는 일이 없다. 어떻게 직무와 관련해 사적인 친분을 맺었다고 그냥 금품을 주겠는가?

직무수행자와의 금품수수이므로 직무관련성은 당연히 있는 일이고, 대가성도 시간의 문제이지 있기 마련이다. 1 대 1 대가성에 의한 것은 아니더라도 소위 보험료(스폰)인 것이다. 보험료는 돈이 아닌가? 정부안에서는 사적 자치 원칙에 위반된다는 위헌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직무관련성이 없는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행정질서벌인 과태료로 제제하였으므로 사적 자치의 문제는 해소되었다고 본다. 또 일각에서는 과잉금지원칙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주장은 과잉금지원칙이 건전한 보통 사람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제1항에서 「공직자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그 지위ㆍ직책 등에서 유래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하여 어느 누구로부터도 금품 등(그 직무수행과 대가관계가 있는 금품 등은 제외한다)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였다. 쉽게 풀이하면 대가성이 없어도 직무관련성만 있으면 금품수수를 금지한다는 의미로 2012년 8얼의 입법예고안보다 전향적으로 수정되었다. 이 조항은 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가성을 불문하고”라는 표현을 하면 좋겠다.

정부안보다 이상민 의원안은 더 적극적으로 공직자의 금품 수수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 많은 경우에 금품 수수는 외부인에 의해서만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부 상납의 경우도 적지 않고, 상위자가 직위의 권위를 유지하려는 잘못된 관행에서 외부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일도 흔하다.

따라서 이상민 의원안에서 「다른 공직자를 포함한 어느 누구로부터라도」라는 표현은 우리 현실을 잘 간파한 것이라 생각한다. 또「일체의 금품」이라 하여 금품의 과소를 막론하고 금품 그 자체를 수수하지 말라는 점에서 이 법안의 취지를 잘 살린 것으로 본다.

정부 안
이상민의원 안
제8조(금품등의 수수 금지) ① 공직자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그 지위ㆍ직책 등에서 유래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하여 어느 누구로부터도 금품등(그 직무수행과 대가관계가 있는 금품등은 제외한다)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① 공직자는 직무상의 관련여부 및 기부‧후원 등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사업자등이나 다른 공직자를 포함한 어느 누구로부터도 일체의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금품 수수의 경우 처벌 규정을 보면 정부안은 대가성이 없어도 직무관련성만 있으면 금액의 규모와 무관하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정부안에서는 입법안에서의 100만원 기준을 삭제하여 대가성이 없어도 직무관련성만 있으면 가액의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도록 기준을 강화하였다. 다만 직무관련성이 없는 금품의 수수는 2배 이상 5배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였다. 수학적으로 얘기하면 받아서 걸릴 확률이 1/30인 셈이다.

그런데 지난 해 6월 강화군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관내 공무원들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프로야구초대권 가액의 30배의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있었다. 금품수수로 인해 걸릴 확률을 생각하면 2배 이상 5배의 과태료는 너무 적다. 투명성에서 세계 1등 국가인 스웨덴에서 경찰관이 2유로를 받았다가 5백유로의 과태료를 물었다는 일화는 우리에게 시시하는 바가 많다. 그래도 이상민 의원안은 3년 이하의 징역은 동일하나 벌금에 대헤서는 위반 행위와 관련된 금액의 5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로 하여 벌금으로서의 실효성을 다소 높였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의 제한

공직자의 부정청탁의 수락이나 금품 수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부패인 반면에 이해충돌의 경우에는 자기 자신의 부패라는 점에서 드러나기도 어렵고 적발하기도 힘들다. 공공기관을 사익화한다는 점에서 목민관으로서의 기본적 자질을 의심케 하는 죄질이다.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서 사적인 이해관계를 갖게 되면 그 폐해가 크다. 더구나 가족과 친족까지 가세한다면 폐해를 이루 가름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부정청탁법이 부패를 예방하는데 진일보한 점이 바로 이해충돌 방지를 규정한 것이다. 그간 형법에서는 금품이 오가고 대가성이 입증되어야만 처벌이 가능했기에 부패 척결에 결정적인 한계를 보여 왔던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해충돌에 대한 법제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1962년부터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을 가지고 있고, OECD는 2003년에 공공부문에서의 이해충돌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Managing Conflict of Interest in the Public Service)을 제정한 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공직자가 퇴직 후 유관 기업 임직원으로 채용되거나 기업 임직원이 유관정부기관의 고위직에 임용되는 경우도 언급하고 있다. 공직자의 직무내용과 직급 등을 고려하여 개인자산 정보의 공개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직자윤리법에서 4급 이상 공무원의 재산 공개는 이러한 취지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공직자 자신의 이해충돌에 대한 제재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데, 그 가족과 친족에까지 이해충돌에 따른 제척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논란이 많다.

논란의 초점은 규제의 대상에 가족과 친족까지 포함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라는 점이다. 그 범위가 너무 넓어서 실효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 정서상 가장 민감한 것이 이 점이다. 고려·조선조에서의 음서제도가 아니냐 하는 것이다. 요즈음처럼 취업이 힘들고, 사업하기 힘든 경제 상황에서 혈연에 의한 봐주기는 공정한 민주사회에서 용납하기 어렵다.

그래서 법안에서는 이들에 대해 직무관련자와의 거래와 계약을 제한하고, 가족 채용을 금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개 선발에 의한 것까지 금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에 대한 논란은 기득권층의 투정으로밖에 안 보인다. 또 연좌제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으나 가족이 받은 금품이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공직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면 제재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연좌제와는 무관하다.

그런데 정부안과 의원안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해 충돌이 혈연의 관계에만 국한하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연(緣)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연이 날고 있다. 도시사회에서는 혈연보다 오히려 지연과 학연이 문제이다. 요즈음에는 종연도 있고, 직연도 있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해피아 등등의 관피아가 신형 부패사회를 만드는 원인이다. 대종회, 향우회, 동문회, 신도회, 동우회가 본연의 활동은 대외적인 명분이고, 사실상은 내부 인간관계 형성을 통해 상호 이권 챙기는게 주된 목적이다.

이런 점을 생각해서인지 정부안에서는 제14조1항에 「특수관계사업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즉 특수관계사업자가 공직자와 금전 거래를 하거나, 계약을 체결하거나, 재산상 거래를 할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명시하였다. 그러나 이 정도의 표현으로는 매우 미흡하다. 이번 기회에 구체적인 표현을 하여 부패의 온상이 어디에 있는가를 몀명백백하게 밝히는 한편 그들 조직들의 자정 활동을 촉구하는 문안도 담아야 한다.

또 이해충돌 회피를 위해서는 퇴직 공직자의 전방위적 로비에 의한 전관예우가 문제가 되므로 김기식 의원안에서 제기하는 퇴직자와 접촉하는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서면 신고를 하도록 하는 규정은 적극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나가며

부정청탁금지법안이 여러 해를 거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도 정부 내 공직사회에서는 법리 논쟁으로 시간을 끌어왔고, 막상 국회에 법안이 상정되고부터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속내는 털어놓고 있지 않지만 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소모적 논의만 계속해 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세월호 사건은 부정청탁금지법을 미룰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정부안과 의원안 사이에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오십보 백보이다. 어느 법안으로 결정해도 우리나라 부정부패의 기본법이 제정되는 역사적 의의가 있다. 이 법안의 국회 통과로 그간의 반부패와 관련한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공익신고자보호법, 정보공개법, 공무원윤리강령의 견인차 역할을 하여 대한민국을 청렴국가 32강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공포되더라도 부칙에서는 1년이 경과되는 날부터 시행되는 것이므로, 쟁점들이 합의가 안 되면 여·야의 이해득실의 문제가 아니므로 먼저 정부안을 통과시키고, 추후 시간을 갖고 개정 작업을 해가면 될 것이다. 국민의 정서가 더 이상은 인내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만큼 8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 만약 개별 조항의 합의가 어려우면 시민단체를 공익위원으로 하여 여야 3자 위원회를 열어서 결정하도록 하는 결단을 촉구한다. /송준호 안양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