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이념 편향 노조 개혁 시급, 수신료 타령도 이제 그만

   
▲ 황근 선문대 교수
신임 조대현 KBS사장이 취임했다. KBS사장이라는 자리는 법적으로 부여된 KBS 경영책임자라는 역할보다 훨씬 막중하다. 어쩌면 KBS사장이라는 자리는 박근혜정부 들어 퇴색되기는 했지만 방송통신위원장과 더불어 집권정당의 언론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실제 언론자유가 무한정 보장되는 것처럼 다소 과장 인식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방송통신정책을 총괄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 Commission)’ 위원장은 집권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그대로 대변하는 인물이 선정되는 것이 상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조대현 신임 KBS사장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정권교체나 권력변화가 없는 시기에 기존 사장을 퇴진시키고 새롭게 사장으로 선출된 아주 이례적인, 어쩌면 전무후무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KBS이사회 구성이 여·야 정치적 안배구도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 여권의 일방적 지지로 선출되지 않은 사장이라는 점에서 우려와 기대가 모두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대현사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솔직히 섣부른 예측을 할 수 없다. 즉, 여·야 모두 일방적으로 지지하지도 또 반대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향후 그의 역할에 대한 전망은 사람마다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1년 남짓 되는 전임사장 잔여임기의 반쪽짜리 사장이라는 점은 사실 큰 기대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파성이나 정치적 이해득실 문제를 떠나 공영방송 KBS사장으로서 그가 해야만 할 역할들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첫째, KBS를 진정한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만드는 데 전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KBS 종사자들은 스스로 공영방송이라고 하지만 우리 방송법 어디에도 ‘공영방송’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관념적인 공영방송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정치권력과 상업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에 대한 공적 책무와 재원구조 등에 아무런 법적·제도적 장치도 없다. KBS는 MBC는 물론이고 상업방송인 SBS와도 아무런 차이도 없고, 솔직히 KBS 2채널은 다른 상업방송보다 더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조대현 KBS 신임 사장은 정치지형화한 KBS 내부를 개혁하고, 진정한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조대현 사장이 지난 28일 열린 취임식에서 "공정성 시비를 끝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광고수입이 전체 재원의 40%를 차지하면서, 수신료만 올려 달라고 하는 이율배반적인 반공영적 태도도 시급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 재정적 위기를 언급하고 공영성 강화 등을 내걸면서 광고수입은 그대로 두고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눈빛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솔직히 지금 KBS 안에 구성원들은 이러한 시선조차 느끼지 못하는 ‘우물안의 개구리’같이 살아온 측면이 없지 않다. 또 그것을 마치 KBS의 정치적 독립이라고 착각해온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이렇게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KBS가 진정한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시작일 것이다.
 

둘째, KBS 내부를 개혁해야만 한다. 이미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처럼, KBS는 어떤 외부의 견제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구화’되어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비판받고 있는 방만한 조직, 과도한 임금구조, 비효율적 경영구도 그리고 외부통제로부터 벗어나 있으면서 고착된 도덕적 해이는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KBS의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경영·조직은 오랜 기간동안 거쳐 갔던 여러 차례의 사장과 경영진들이 노조와 타협해 오면서 구조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지금 KBS 구성원들과 조직에는 ‘자사이기주의 혹은 종사자이기주의’가 만연되어 있는 것이다. 조대현 사장은 이를 혁파하는 최초의 사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셋째, KBS 내부의 많은 구성원들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아니면 보수든 진보든 상당히 ‘정치지형화’되어 있다는 것을 신임 조대현사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길환영사장 퇴진’이나 ‘문창극 총리후보 관련 보도’가 모두 이러한 KBS 내부의 정치지형화 때문에 불거져 나온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KBS는 아예 정치적으로 구성된 이사회로부터 철저히 정치화된 노조 그리고 정치권력에 따라 좌고우면하는 많은 구성원들 모두가 이러한 정치지형의 포로가 되어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KBS는 정치적 갈등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특히 정치권력 변동기에는 첨예하고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대현 사장은 좋게 보면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조정할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보면 애매한 정치적 입장 때문에 정치적 갈등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조대현사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임 조대현 사장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들이 있다. 하지만 덕망있고 능력있는 시사교양 전문PD로서 많은 후배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아 온 사람이라는 것만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때문에 본인이 KBS사장이 다른 무언가를 위한 과정이 아니라 진정한 공영방송 KBS를 만드는데 그리고 정치적으로 혼탁해진 KBS 조직과 구성원들을 정상화하는데 전력한다면, 국가와 국민들에게 더 좋은 기회와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KBS가 그토록 원해왔던 수신료인상과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공영방송 KBS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임기 종료 후에 그런 일을 해낸, 아니 하려고 전력했던 사장으로서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