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의장실로 바른정당계는 의안과로…文의장 ‘성추행’ 논란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자당 소속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오신환 의원을 특위 위원직에서 끌어내기로 했다. 오 의원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내보여서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을 대표해서 나간 사개특위 위원은 당의 입장을 의결에 반영하는 게 당연한 책무”라며 “오 의원이 ‘나는 반대표를 던질 테니 사보임 해달라’라고 요청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도 “(전날) 의원총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합의안이 추인된 만큼 합의한 대로 추진하는 게 소속된 의원의 도리”라고 했다.

앞서 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저는 당의 분열을 막고 저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의장실까지 찾아간 한국당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해 오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문 의장과 한국당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갔고, 일부 몸싸움도 벌어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찾아온 이유는 한 가지다. 대한민국 국회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우리가 다수당일 때도 선거법을 일방적으로 하지는 않았다”며 “사보임을 허가하면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보임 허가는) 의장이 대한민국 헌법을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문 의장은 “겁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최후 결정은 내가 하겠다”며 “국회 관행을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를 사보임 허가로 해석한 한국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문 의장은 “국회가 난장판이다. 의장실에서 뭐 하는 것이냐”고 호통치기도 했다.

30분간 진행된 항의 방문은 문 건강이 의장실을 빠져나가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문 의장은 ‘저혈당 쇼크’ 증세로 국회 의무실을 찾았고, 이후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동했다.

한국당이 오 의원 사보임을 막으려는 이유는 사개특위 정원과 맞물린다. 총 18명인 사개특위는 더불어민주당 8명·한국당 7명·바른미래당 2명·민주평화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패스트트랙이 표결을 통과하려면 이 중 1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국당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해야 통과가 가능한 셈이다. 이는 곧 오 의원이 반대 소신을 밝힌 이상 패스트트랙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 송희경 의원 등 자유한국당 여성 의원과 여성위원회 소속 당직자들이 24일 오후 국회의장실 앞에서 임이자 의원과의 신체접촉 문제로 문희상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하얀 장미’ 든 한국당 여성의원들

한국당은 국회의장실 항의 방문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문 의장이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송희경 의원은 “문 의장이 한국당 의원 요구에 답변을 거부한 채 약속이 있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 하자 임이자 의원이 문 의장에게 입장을 재차 요구했다”며 “(문 의장이) 임 의원의 복부를 두 손으로 접촉했고, ‘이러면 성희롱’이라고 항의하자 ‘이렇게 하면 되겠냐’며 두 손으로 임 의원 (얼굴)을 두 차례나 감싸고 어루만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송 의원은 또 “(임 의원이) 심각한 정서적 쇼크로 국회에 있을 수 없어 병원으로 급히 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장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한국당 여성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들이 하얀 장미꽃을 들고 국회 정론관을 찾아 문 의장의 성추행을 규탄하고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

하지만 문 의장 측은 한국당의 항의 방문과 성추행 주장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자 공당으로서 스스로 권위와 품격을 지켜줄 것을 촉구한다”고 맞받았다.

   
▲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 의원(오른쪽에서 세번째)과 유승민 전 대표 등 의원들이 24일 사보임 신청서 제출처인 국회 의사과에 모여 앉아 있다./연합뉴스


◇바른정당계는 의안과서 ‘뻗치기’

이날 오후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로 분류되는 유승민·지상욱·이혜훈·하태경 의원 등은 사보임 위기에 놓인 오 의원과 함께 국회 의안과에서 ‘뻗치기’에 들어갔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로부터 제출될 사보임 요청서를 막는다는 목적에서다. 김 원내대표는 오 의원을 대신할 사개특위 위원으로 채이배 의원을 내정했다. 오후 6시 40분 기준, 사보임 요청서는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유 의원은 의사과 앞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보임 계가 제출되지 않도록 몸으로 막고, 제출되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께 이는 결코 허락할 수 없는 사보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며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여러번 했는데, 하루만에 말을 뒤집었다. 민주화됐다고 자부하는 정당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또 “정치적으로 원내대표가 동료 의원들을 이렇게 거짓말하고 속이는 중요한 잘못을 저지른 데 대해서는 책임지고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도 “(김 원내대표와) 오후 5시경에 만나서 의견을 조율했지만, 저는 사보임 계를 제출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고 사보임을 받아들일 생각도 전혀 없다고 했다”며 “의안과와 국회의장실에 공문을 보내 제 뜻을 밝혔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저를 사보임 할 권한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 시도의 잘못을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일단 의안과 앞은 바른미래당 지도부 측이 팩스로 사보임 요청서를 보낼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상태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사보임 요청서는 원본으로 접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편으로 접수해 온 것이 관례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