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의안과 주변서 밀고 밀리는 대치…26일 새벽 4시 일시중단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시도가 결국 국회에서의 밤샘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헌법수호 독재타도”를 외치며 막아서는 한국당과 패스트트랙 강행을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은 새벽까지 국회 곳곳에서 밀고 밀리는 대치를 이어갔다.

   
▲ 25일 오후 9시께 사개특위가 전체회의를 열기로 한 국회 본청 220호 앞. 한국당 의원들과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회의실 입장을 막아서면서 충돌이 발생했다./미디어펜


◇“마치 전쟁터 같다”…국회는 아수라장

전날부터 26일 새벽까지 민주당과 한국당이 국회에서 충돌한 지점은 크게 3곳이다. 패스트트랙 소관 특별위원회가 열리는 국회 내 회의실 2곳 주변과 본관 7층 의안과 등이다. 특히 의안과 앞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 결렬 이후 ‘빠루’까지 등장하며 충돌이 극에 달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전날 여야 4당의 주도하에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정개특위는 오후 9시 30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사개특위는 오후 9시 본청 220호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미 진을 치고 있던 상태.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들은 ‘육탄 저지’를 하며 회의 진행을 막았다.

충돌 현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행안위와 220호 회의실 앞은 문을 막아선 한국당 측과 회의실 진입을 시도하려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과 설전이 오갔고, 거친 몸싸움도 벌어졌다. 한국당은 “헌법수호 독재타도” 구호를 외쳤고, ‘으쌰으쌰’ 구호에 맞춰 대열을 밀어내기도 했다.

2011년 한미 FTA 충돌 이후 8년 만에 발생한 여야의 물리적 충돌로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1986년 이후 처음으로 경호권을 발동했다. 이에 오후 7시께 의안과 앞에선 처음으로 큰 충돌이 벌어졌다. 경호권으로 방호과 직원들까지 현장에 가세하자 의안과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다치는 사람도 나왔다. 오후 9시를 넘겨 220호 회의실 앞에서 방어하던 한 한국당 보좌진은 민주당 의원들 및 취재진과 몸이 얽히면서 주변 의자 쪽으로 넘어졌다. “여기 사람 죽는다”, “사람이 다쳤다고”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후 소강상태가 되자 해당 보좌진은 손으로 머리를 싸맨 채 다른 보좌진의 부축을 받아 현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날 새벽 3시께에는 민주당 관계자와 동행한 국회 관계자가 빠루를 이용해 의안과 개문을 시도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한국당 관계자들은 스티로폼과 테이프로 의안과 문을 덧대는 작업을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9시 30분께 원내대표실 앞에서 브리핑을 열어 “(한국당이) 의안과를 점거해서 팩스로 의안을 접수하려 하니 팩스도 막고 이메일 접수도 담당 직원이 컴퓨터를 볼 수 없게 컴퓨터 모니터를 둘러싸고 있다”며 “이런 불법사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야가 충돌한 여기저기를 누비며 땀범벅이 된 나경원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한민국의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선거제도다. (공수처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쓰는 칼”이라며 “이런 악법을 야합에 의해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날 새벽 4시께 대치를 일시 중단하고 해산한 후 전열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 25일 오후 10시 30분께 국회 본청 6층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사개특위가 기습 회의를 시도했지만,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필사적으로 막아섰다./미디어펜


◇빠루 든 나경원 “대한민국이 북한이냐”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거센 대치 직후 한국당은 의안과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었다. 의안과 문은 빠루로 개문을 시도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이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는 한 손에 빠루를 꺼내 들고 “극악무도한 여당, 극악무도한 정부, 극악무도한 청와대에 대해 우리의 의지를 오늘도 가열차게 보여줄 것을 부탁한다”며 당직자와 보좌진들을 격려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도대체 북한입니까”라며 “그 법안을 찬성하는 사람이 할 때까지 의원을 계속 바꿔 쳐도 되는 것이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회 쿠데타이자 의회 폭거”라고 강조했다. 전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법안의 사개특위 통과를 위해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연달아 사보임시킨 바른미래당 지도부를 직격 한 발언이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한국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했다’는 프레임을 짠 데 대해 “(민주당이) 국회법을 위반했고, 국회 관습법을 위반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불법에 대한 저항은 당연히 인정된다. 우리의 정당한 저항권이고, 오히려 불법을 막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