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구호 속 '헌 정치' 답습하다 국민적 심판 받아
   
▲ 성준경 논설위원

안철수 전 새민련 대표(이하 안철수 의원)가 지난 31일 보선 참패 책임을 지고 당 출범 5개월 만에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번 7.30 보선에서 새민련은 김한길 전 대표가 당 대표 퇴임사에서 밝혔듯이 청와대의 잇단 인사파동과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의 무능 및 그 여진으로 인해 지고자 해도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참패했다.

탄핵에 비견될 정도로 야당에 분노한 민심의 표출이었다. 그 정점엔 새민련 대표로 공천 등 선거 전 과정을 진두지휘해온 안철수 의원이 있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2011년 10월 서울 시장 보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 판에 혜성처럼 등장해 이듬해 유력대선 주자에 이어 급기야 금년 3월 제 1야당의 당 대표 위치까지 점하며 최근 3년간 한국정치를 쥐락펴락해왔다.

안 의원은 TV 연예오락 방송인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실과 부합되지 않은 고도의 이미지 조작과 실체가 없는 ‘새정치’라는 슬로건 하나로 국민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는 마치 자신이 썩고 더러운 한국 정치판의 구악(舊惡)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의 찬란한 여명을 밝힐 ‘한국 정치의 메시아’처럼 행세했다.

안은 자신이 구태정치 세력으로 규정한 여야 정치세력을 악의 축으로 단죄하는 등 역사의 판관을 자처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열광했고 이로 인해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특정인의 이름을 딴 ‘안철수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정치인 안철수의 시작은 이와 같이 심히 창대했고 그 여세는 차기 대선까지 집어삼킬 정도의 메가톤급이었다. 정치 무명인 안철수를 대선주자·제 1야당 대표로 끝없이 비상(飛翔)하게 만들었던 나래(동력)는 그의 허울뿐인 ‘새정치’에 경도된 국민의 ‘묻지마 지지’였다.

민생보다는 부패와 특권에 매몰된 여야의 구태(舊態)정치는 그의 나래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배경이었다. 이런 천하의 안철수 의원이 그 비상(飛翔)의 나래를 접고 이제는 기약 없는 추락의 낭떠러지에 섰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상의 동력을 제공한 국민들이 이번 국회의원 보선에서 안 의원의 나래를 강제 접수해 버린 것이다. 이는 국민들이 안철수가 자칭하는 것처럼 보였던 ‘정치메시아주의’와 그의 정치 도그마인 ‘새정치’가 미망(迷妄) 자체였음을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안철수의 사이비 메시아 정치를 탄핵했다. 즉 이번 보선은 가식과 허구로 점철된 안철수의 ‘새정치’에 농락당한 것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가감 없이 표출된 선거로 규정할 수 있다.

또한 김한길·안철수의 지휘 하에 이전 통합민주당 시절보다 더한 구태를 표출하는 가운데, 민생을 외면하고 선거 공학적 정쟁(政爭)과 비민주적 전략공천에 매몰된 새민련에 대한 단죄로 정의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 행태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반민주적 독재지향 정치이다. 안 의원이 말하는 ‘새정치’는 민주적 리더십이 전제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모습은 천정배 전 의원이 지적했듯이 5공 독재시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독선과 오만에 기초한 반민주적 독재행태였다.

그는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했지만 불통을 넘어 먹통정치 자체였다. 민주당과의 통합과정, 당 운영 및 선거 공천과정의 독단과 독선을 볼 때 그는 군사독재 정권조차 비판할 자격이 없는 인물로 진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정치철학과 비전이 전무한 함량미달의 정치이다. 안 의원은 실체가 공허한 ‘새정치’로 국민을 미혹(迷惑)시켜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그가 지금껏 보여준 ‘새정치’의 내용은 알려진 게 없다.

안의 책사였던 윤여준 전 장관마저 ‘새정치’에 대해 그로부터 들어 본적도 없다고 했다. 국민들도 안 의원으로부터 지금껏 ‘새정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안이 나라와 국민에 대한 정치적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니겠는가!

안 의원의 정치철학과 비전의 결여는 자신이 청산되어야 할 구태의 한축으로 규정한 민주당과의 원칙 없는 통합, 기초단체장 무공천 소신 철회, 지방 및 국회의원 보선 공천과정의 무원칙과 혼선 등에서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들과 한국 정치권은 안철수의 ‘사이비 메시아’ 정치놀음에 철저히 농락당했다. 이번 국회의원 보선의 가장 큰 의의는 국민들이 안철수 ‘사이비 새정치’의 허상에 대해 분명히 자각하고 단죄했다는 것이다.

만약 안 의원이 새민련과 합당하지 않고 독자적 길을 갔었다면 그의 허구적 실체는 덮어진 체, 6.4 지방선거와 7. 30 보선의 결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개연성이 높았다. 즉 여야의 패착 속에 안의 욱일승천(旭日昇天)이 담보되었을 줄 모른다.

이로 인해 안의 ‘사이비 메시아정치’는 더욱 탄력을 받고 다음 대선까지 관통했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비극이 될 수도 있었다.

안 의원이 유력 대선주자로 계속 남아있었다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현란한 전문 이미지 포장 세력과 결탁해 지금과 차원이 다른 모습으로 국민을 지속적으로 현혹(眩惑)시킨다면 그가 대권을 안 잡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았던가!

이번 7.30 보선은 잠시 세상을 속일 수 있지만 종국에는 거짓이 진리가 될 수 없고 하늘이 이를 용인하지 않음을 일깨워 주었다, 또한 국민이 잠시 어리석은 것 같지만 영원히 우매하지 않다는 명징(明徵)한 깨달음을 주었다.

이제 정치나 종교나 사이비 메시아들이 세상을 농락하는 시대를 막아야 한다. 사이비 교주 유병언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감당하기 힘든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국가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대한민국의 명운과 직결되어 있는 정치 영역에서 사이비 정치지도자가 득세해 국가를 혼란으로 몰고 간다면 이는 국가적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안철수 의원은 두고 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대선주자 내지는 정치지도자급으로 더 이상 도약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김지하 시인은 지난 대선에서 그를 두고 깡통이라며 극언을 했다.

그러나 깡통은 단지 비어 있지 누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문제는 깡통 안에 사람의 몸에 유해한 독소적 음식이 들어 있다면 그것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일 것이다. 사이비 정치지도자의 득세는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안철수의 거짓 정치의 시작은 민생외면과 부패와 특권 및 협잡정치로 점철된 고질적인 한국정치의 병폐(病弊) 구조에 대한 국민의 염증에서 기인한다.

이로 인해 낡고 병든 여야의 정치구도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망이 사이비성이 강한 안철수와 만나 소위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 내었다.

정치판의 나쁜 토양은 사이비 정치인을 득세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자신들이 지난 대선 및 각종 선거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부패척결과 국희의원의 각종 특권 내려놓기 등 혁신된 모습을 통해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권의 일대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