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삭감'으로 이직 급증해 운전사 부족→노선폐지 악순환
'요금 인상' 놓고 정부와 지자체 핑퐁게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정부가 주 52시간제를 강행하면서 오는 15일부터 전국 버스 2만여대가 파업으로 멈추는 버스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광주 지역 버스노조는 9일 95%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총파업 참여를 가결했고, 충남세종 지역 버스노조는 96.6%의 찬성률로 파업 참여를 결정했다. 대구 지역 버스노조 또한 이날 96.9% 찬성률로 파업 참여를 가결했다. 앞서 8일에는 부산·울산·충북 등 다른 지역 버스노조도 90% 이상 찬성률을 보이며 참여를 결정했다.

문제는 문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한 축인 주 52시간제를 재계·전문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제 시행하면서 사태가 촉발됐지만, 정부는 뒷짐만 진채 '요금 인상'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핑퐁게임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버스업계와 운전기사들의 속사정은 이렇다. 주 52시간제를 시행할 경우 근무형태가 바뀌면서 한달 근무일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본급이 올라가지만, 기본급보다 더 많이 받는 연장 및 야간수당이 대폭 줄어들어 운전기사들이 실제로 쥐는 월급은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줄어든다.

'월급 강제 삭감'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장기근속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등 운전사들의 자발적 이직이 급증해 지방 곳곳에서 운전기사가 부족해졌다. 그 여파로 버스노선이 속속 폐지되고 있다. 업체로서는 적자노선을 없애 확보한 인력을 다른 노선에 투입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불편은 시민들의 몫이다. 인력을 채우려고 초보 운전기사를 뽑다보니 수원 지역에서는 3년 미만 경력자가 전체 운전사의 80%를 넘어 안전사고가 우려되기도 했다.

   
▲ 부산 사상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주차장에 시외버스들이 멈춰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버스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금전적인 부담 또한 온국민이 지게 생겼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각 지자체에 요금을 올려 운전기사의 임금 손실을 보전해 주라고 권고하고 나섰지만 지자체는 지역민들 눈치를 보느라 요금 인상에 소극적이다.

지난 2015년 인상 후 4년째 동결 상태인 수도권 버스요금은 시한폭탄 수준이다. 서울의 경우 준공영제를 적용해 이미 주 47.5시간 근무를 실시하고 있어 운전기사들의 실제 파업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경기도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주 52시간제를 맞추려면 전국적으로 운전기사 1만5000명이 더 필요한데 경기도 지역 운행에 필요한 운전기사가 3800명에 달한다.

버스업계의 부담은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1만5000명 규모의 기사를 신규 채용해 월급을 줘야 하지만 적자노선 등 경영상 어려움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노선버스 비용은 지자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정부가 원칙론을 내세우고 이에 지자체가 '주 52시간제를 밀어붙인 정부가 감당하라'고 맞서면서 아무런 해결책이 나오질 않고 있다.

주 52시간제는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내년부터 50인 이상, 2021년 7월부터 5인 이상 버스업계 사업장에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노동시장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주52시간제 강행으로 애꿎은 버스업계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