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정말 200억 요구했다면 '블랙컨슈머'...기업이 이슈 막기 위해 소비자 나쁘게 몰았다면 신뢰 찾기 힘들듯
   
▲ 서울 시내에 있는 한 대형마트 매장./사진=연합뉴스(해당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소비자에게 식약처에 의뢰해 정밀 검사를 하자고 해도 그걸 거부하고 200억원을 요구하더라고요. 심지어 5억원은 선입금을 요구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최근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논란이 됐던 한 식품업체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아갈 수도 있어서 아주 조심스럽게 말한다는 뜻도 전했다. 

이 말을 듣고 크게 흥분되고 놀라웠다.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게 오히려 '로또 당첨'보다 더 큰 횡재가 될 수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또 아무리 이물질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고 식품업체에 큰 리스크를 준다고 하더라도 200억원은 너무나 큰 금액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 소비자는 해당 기업에 돈을 주지 않으면 언론에 제보하고 SNS에 퍼트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아무리 소비자의 영향이 커지고 있고 '블랙컨슈머'가 사회 문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종 업계에서도 '200억원'이라는 말을 듣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들도 여러 사건 사고를 겪고 별의별 블랙컨슈머들도 만나고 소비자 보상도 해줬지만 200억원은 처음이라는 반응이다. 

아파트나 자동차도 200억원을 보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판매가가 몇천 원에서 비싸 봐야 몇만 원 단위일 식품업체에 200억원이라는 피해 보상은 믿어지지 않는다.

소비자의 말이 맞는지, 기업체의 말이 맞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만약 소비자가 정말 그런 요구를 했다면 정말 현실도 모르고 돈만 아는 '나쁜 사람'이라고 본다. 기업은 조용히 끝나기 만을 바랄 뿐이다.

반면 해당 기업이 이물질 사고 이슈의 확산을 막으려고 일부러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아갔다면 그 기업체 역시 다시는 언론과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본다. 

홍보는 '기업의 입'이라고 할 수 있으며 팩트를 근거로 한 공식적인 입장을 말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만약 그 기업이 나쁜 이슈를 막기 위해 소비자를 나쁘게 몰아가고 언론에 잘못된 정보를 흘렸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신뢰를 먹고 사는 식품업체에 더 이상 존재해야 할 이유도 없는 기업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와 직접 접촉해보지 못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를 잘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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