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표주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4분기부터 2분기 연속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세단보다 많이 팔았다.
최근 몇년간 전 세계적으로 SUV 모델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다가 지난해 12월 출시된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호조 등의 영향이 한몫 했고 다양한 신차의 등장이 크게 작용했다. 이같은 추세는 현대차 뿐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체 전반에서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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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플레그십 SUV 팰리세이드/ 사진=미디어펜 |
더욱이 하반기에 파급력있는 모델들이 추가로 등장이 예상되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는 사상 최초로 소형SUV의 연간 판매가 2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1일 현대차에 따르면 국내공장에서 생산된 완성차 기준, 올 1분기 현대차 SUV 판매대수는 18만4588대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 세단의 16만6210대 보다 11.1%높은 수치다.
내수시장만 놓고 보면 아직 세단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세단 판매대수는 7만9647대로 SUV(5만9324대)보다 높았다. 반면 해외에서는 SUV 판매대수가 12만5264대로 세단(8만6563대)보다 크게 앞섰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장은 "SUV 선호 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특히 레저와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에는 엔트리카로 준중형 세단 등을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운전하기 편하고 적재 능력이 뛰어난 SUV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세단에 비해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SUV 판매 증가는 현대차의 올 1분기 실적 개선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은 8249억원으로 전년 동기(6813억원)보다 21.1%, 전분기(5011억원) 대비 64.6% 증가했다.
현대차 국내공장의 분기별 SUV 판매가 세단 실적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4분기가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 SUV 매출액은 4조6109억원으로 세단(4조5406억원)을 앞질렀으며, 판매대수도 SUV가 20만8045대로 세단(20만7482대)보다 다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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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는 하반기 출시를 앞둔 소형 SUV 콘셉트카 'SP 시그니처(Signature)' /사진=미디어펜 |
2018년 연간으로 보면 세단 판매대수는 76만6872대, 매출액 16조3590억원으로 SUV(69만4181대·14조7360억원)보다 높았다. 하지만 올 초 SUV가 세단 실적을 이미 넘어선데다가 향후 SUV 출시 라인업을 감안하면 올해 최초로 연간 기준 SUV가 세단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SUV의 인기에 힘입어 소형SUV시장의 2만대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출시소식이 알려진 SUV차급이 소형 중심으로 편성돼 있고 새로운 차급부터 기존모델의 연식변경까지 다양한 차량이 대기 중이다.
6월 쌍용차 티볼리 페이스리프트를 시작으로 7월 기아차 SP, 8월 현대차 베뉴가 국내 시장에 출시된다.
이들 중 베뉴와 SP는 기존 차종의 후속모델이 아닌 새로운 차종이다. 기존 코나(현대차), 니로, 스토닉(이상 기아차), 트랙스(한국지엠), QM3(르노삼성), 티볼리(쌍용차) 등 6종 체제였던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앞으로는 8종이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베뉴의 경우 코나보다 작은 크기의 로우급 소형 SUV로, 스토닉과 비슷한 크기지만 전고는 높아 SUV 분위기를 더 많이 풍기는 차종이다.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SP 시그니처'라는 콘셉트카로 공개된 기아차의 새로운 소형 SUV는 하이급 소형 SUV로, 이 차급의 경쟁차들 중에서는 가장 크고, 준중형 SUV보다는 다소 작은 크기다.
이들 신차 출시로 인해 차종 다양화는 물론 차체 크기와 가격대까지 다양해지면서 소형 SUV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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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소형 SUV 베뉴 / 사진=현대차 |
경쟁 신차 출시로 위협을 받게 된 쌍용차 티볼리도 출시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로 디자인과 상품성을 개선해 판매 간섭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은 코나와 스토닉이 출시되기 전 4종 경쟁 체제였던 2017년 6월만 해도 9338대로 월 1만대에도 못 미쳤으나 코나·스토닉 출시 이후 신차효과가 피크를 찍었던 그해 9월에는 1만6770대까지 급등했다.
올해는 코나·스토닉의 신차효과가 희석되고 다른 경쟁모델 노후화도 심해지며 당시보다 다소 하락했다. 올해 4월 소형 SUV 판매는 1만3923대였다.
하지만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베뉴와 SP가 시장에 새로 투입된다면 또다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신차가 각각 월 3000대씩만 팔리고, 티볼리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기존 판매량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만 유지해 준다면 사상 최초로 소형 SUV 월 2만대 시대도 가능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소형 SUV 인기로 인해 소형 세단 시장이 사실상 죽었고 준중형 세단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소형 SUV 시장에 새로운 차종이 등장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엔트리급(생애 첫 차) 수요층이 이 시장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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