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활동에 게으르고 업무에 소홀한 국회 "용납못해"

국회의원을 뽑아 일하게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싱크홀(지반이 밑으로 꺼지면서 생긴 큰 구멍)에 빗물이 빨려 들어가듯이 국민의 혈세가 엄청나게 투입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표한 2014년 상반기 재보궐선거 관리경비 현황 자료를 살펴보니 이번 7·30 재보궐선거에 약 14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워낙 전국적으로 치러진 선거다 보니 단일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비용으로 100억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막대한 혈세로 치루는 재보궐선거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 속셈과 밥그릇 지키기에 몰두하는 국회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이번 7.30 재보궐선거 15개 지역구 중 5곳은 현역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해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이고, 10곳은 6.4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출마를 위해 현역 의원이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한 지역이다. 결국 지난 선거는 현행법을 위반한 의원과 개인의 정치적 결단 때문에 선거가 다시 치러진 것이다.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9번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63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선거비용으로 자금만치 총 641억을 넘게 썼다. 모두 다 국민의 혈세이다.

48개 지역구 재보궐 선거 사유를 살펴보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당선무효 26건, 중도사퇴 22건, 의원직 상실 12건, 기타 사유 3건이다. 대부분 개인 비리나 개인의 정치적 결정 때문이다. 그러니 개인의 법 위반, 비리, 정치적 선택에 따른 국회 결원을 메우기 위해 혈세가 투입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선거 후보자를 출마시키는 정당에서 비용을 대자는 의견 심지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가 비용을 부담하자는 의견 등등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것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면서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도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경비를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2012년 7월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심의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다.

결국 자신들의 불리한 입장을 담긴 논의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 뿐인가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속칭 유병언법이라고 불리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 개정안 등 국가 기강을 세우기 위해 처리해야 할 법안에는 여·야의 정치적 속셈과 자신들의 밥그릇 보호 때문에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세비까지 받아가면서 휴업 중

지난 7월 소집한 임시국회 회기 만료가 다가오고 있지만 세월호 특별법 처리 때문에 여·야는 정쟁만 일삼고 있다. 임시국회 마지막 날 본 회의 개최 가능성도 불투명하고 2013회계연도 결산안 처리도 힘들 것 같다. 지난 4월부터 국회는 세월호 참사,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등등 핑계로 휴업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거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연 이은 선거참패로 결국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대위가 꾸려지고 당명까지 바꿔가면 쇄신하겠다며 내부진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인기와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기에 본인들의 정치적 목숨의 생존과 관련된 일에는 정신이 없다. 이러니 청와대가 국회에 19개 경제활성화 법안을 우선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들이 대부분의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생보다 본인생활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가만히 있으라... 외치고 싶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다. 그래서 의정활동이 최우선이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세비는 그런 활동에 대한 대가다. 여기저기 행사에 가서 축사하고 악수하는 일은 의정활동이 아니다. 본연 업무 외 활동에 매진하라고 세비를 준 것이 아니다. 현실은 일정이 없어 국회에 출근하지 않는 의원, 재보선 현장에서 눈도장 찍기 위해서 국회를 비우는 의원, 국회 금배지를 달고 기업에 쳐 들어가 기업 활동 방해하는 의원까지 꼬박꼬박 특별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입법기관이 국회가 법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의정활동과 관련 없는 일을 하면서 세비를 받는 것을 반납하는 일은 추호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성경에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일하지 않는 자는 일하기 싫어하기 싫은 자를 말한다. 어쩔 수 없이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게으르고 딴 짓하기 좋아해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게 하라는 말이다. 국회의원들이 왜 일하기 싫은 자가 되었는지, 입법 활동에 게으르고 딴 짓을 하는데 본인의 업무에 이토록 소홀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그러다가 식물국회니 불임국회니 하면 국민과 여론의 질타 속에서 무더기로 법안을 통과시켜 버린다. 민생법안이니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이니 하면서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척하면서 통과시킬 때 악법도 슬쩍 껴 넣어 통과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 악법이나 통과시키는 국회보다 가만히 휴업하고 있는 국회가 낫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선거법위반 혐의로 국회의원 2명의 회계 및 자금 담당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거기에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불법 선거자금 협의 때문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이 벌써 5명이나 된다. 또 다시 국민의 혈세로 선거를 치룰 날이 다가오고 있다. 얼마나 세금이 낭비되어야 하나? 세금이 언제쯤 바르게 쓰이는 날이 올까?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 더 걱정이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