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엎친데 덮친격이란 말처럼 오는 6월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될 G20(주요 20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됐던 한국정부의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 3강 정상외교가 난관에 봉착했다.

먼저 징용 배상 문제 등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오사카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취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G20 계기 방한은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 문제로 ‘굴욕 외교’ 논란을 겪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강경 일변도로 마무리된 이후 오는 31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아시아안전보장회의(샹그릴라회의)에서 한일 국방장관회담이 보류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복수의 일본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이 정경두 국방장관과 정식 회담을 보류하고 서서 얘기를 나누는 정도로만 접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일 국방장관회담 취소는 G20 한일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데도 아베 총리와 만남을 갖지 못한다면 현 정부 외교 정책에 중대한 오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동시에 이런 분위기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서로 갈등만 확인하고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를 염려한 듯 청와대는 파리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앞두고 강제징용 판결을 받은 원고 측 대리인과 접촉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강경 일변도의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강 장관도 24일 파리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정상회담 일정은 지금 결정된 것이 없고, 서로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일본측은 한일 국방장관회담 개최에 긍정적이었다. 이와야 방위상이 지난 18일 “한일 관계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고 싶다”고 밝힐 정도였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일본이 양국간 군사정보 교류 등 협력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측은 회담 취소 배경에 대해 “초계기 레이더 조사 문제에 이목이 집중될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 겸 개최국의 지위에 있는 일본이 일정 조율의 주도권을 쥐고 한국정부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특히 징용 배상 문제에서 ‘현상 유지’로 일관하는 한국정부에 대한 일본의 불만이 노골적인 지경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G20을 계기로 한국에서 중국, 미국과 릴레이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이를 계기로 4강 외교에서 성과를 내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6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사실상 무산된 것. 정부는 6월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시 주석이 한국을 들르는 일정을 협의해왔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시 주석은 방북 일정을 취소한 데 이어 방한 일정도 취소했다. 중국이 북한 문제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G20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확정됐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간 대화를 견인할 방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유출 사태에 이어 지난 25일부터 일본을 방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3박4일 ‘밀월’이 이어지면서 지난 워싱턴에서의 2분짜리 한미 정상간 독대와 비교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인도와 함께 G20 정상회의 때 만나 3자 회담을 하고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개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바 있다. 

또 샹그릴라회의에서 한국과 국방장관회담을 보류한 일본은 중국과는 일중 국방장관회담을 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이와야 방위상이 다음달 1일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 회담을 갖기 위해 실무진 차원에서 논의 내용을 세부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자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에서 양보없는 기싸움을 벌이면서 ‘인도·태평양 구상’에 합류하지 않는 한국정부를 경계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한국과 일본은 ‘초계기 레이더 조사’ 문제 등 안보 문제에서까지 충돌하면서 유난히 어르릉거리고 있으며, 일본은 한국 보란 듯이 중국과 밀착하고 있어 한반도 주변 정세가 복잡하게 엉키는 상황이다. 

현재 북한은 비핵화를 내세워 북미정상회담까지 벌였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미국측의 거듭된 요구에서 불구하고 원만한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있다.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결정적인 이유로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주변국과 외교로 풀어가는 노력을 배제한 채 남북경협 재개에만 치중해온 문재인정부의 외교가 실종 상태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2017년 7월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만나 밝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