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재무정책, 정부 개입은 자본해외 이탈, 고용위축 초래

   
▲ 연강흠 연세대 교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사내유보금 과세(기업소득환류 세제)는 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사내유보금 과세정책은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수출기업의 이익, 사내유보와 이익잉여금이 급증하는 것에 반해 배당, 투자, 임금, 소비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시각에서 비롯되고 있다. 전임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율이 25%에서 22%로 3%의 감면에 의한 이익이 가계로 환류 되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일본이 지난 20년간 장기불황을 겪은 것도 “기업은 부자, 개인은 가난”에 의한 수요침체에서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최경환부총리는  채찍정책과 당근 정책 모두 동원해 기업 자산을 개인에게 분배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경제활성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의 기대처럼 사내유보금 과세의 효과가 있으려면 기업은 사내유보하지 않고 투자, 임금, 배당에 사용하고, 가계는 추가 임금이나 배당을 소비해야 한다. 투자, 임금, 배당에 사용하지 않고 사내유보하면 실질적으로는 수익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징벌적 법인세 인상에 불과한 정책이다. 과잉투자가 되거나 임금, 배당에 사용하더라도 소비로 연결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을 상실할 것이다.

설령 임금과 배당을 통해 내수가 진작되어도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최경환 부총리는 업계와 학계의 지적에 따라 사내유보금 과세를 기업소득환류 세제로 변경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사내유보금의 상당부분은 이미 투자되었고 현금보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투자를 한다고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보완책을 제시한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투자, 임금, 배당에 사용하지 않은 당기순이익에 추가로 세금을 부여하겠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규제다.

임금인상을 추가로 하면 세액공제 해준다고 기업이 임금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기이익은 회계연도 기간 중 주주를 제외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지급하고 난 100% 주주의 몫인데, 세액 5~10% 정도 공제해 준다고 임금을 추가 지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책발표에 따른 노조의 임금상승 요구 증대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도 초래될 것이다.

추가 임금상승은 임금의 하향경직성으로 고정성 비용을 증가시켜 기업의 투자 및 이익 증대 유인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된다.

배당 소득세에 대해 세제 인센티브와 당기 이익의 과다 유보에 대해 과세하는 정책에 의한 기업의 강제적 배당이 가계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은 아니다. 주주의 몫인 당기순이익 중 배당은 주주가 지금 가져가는 몫이고, 사내유보금은 기업에 재투자되어 나중에 가져가는 몫이다. 배당이 지금의 소득은 늘리지만 나중의 배당이 줄고, 기업 자산의 유출로 주가 하락에 의한 자산가치 감소하게 된다.

배당이 증가한다고 가계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주는 배당 없이도 주식 매각으로 소비가 가능하다. 소비하지 않을 배당을 주면 자산에 재투자한다. 주주 입장에서 배당은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기에 주식 매각에 의한 소비를 선호할 것이다. 

가계는 주식 매각이 아닌 배당에 의한 소비를 원하면 소비에 적정한 배당을 지급하는 주식에 투자하고, 배당을 원치 않으면 배당을 적게 하는 주식에 투자하면 된다.  고소득자는 소비탄력성이 낮고, 국민연금, 보험사, 펀드 등 기관투자자는 배당을 주식에 재투자할 것이다.

   
▲ 최경환 부총리가 사내유보금에 과세방안을 2기 경제팀 핵심정책으로 내세운 것은 향후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당장 곶감빼먹겠다고 해서 대기업들의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경제활성화 효과는 없으면서, 기업들의 투자위축과 투자시점 왜곡등을 가져올 것이다. 과세보다는 규제완화및 노동환경 개선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8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배당소득을 본국으로 환수하든지 주식에 재투자할 것이고, 저소득자에게 배당소득은 미미하며 배당락에 의한 자본손실을 초래해 배당이 내수로 연결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투자나 소비로 사용되지 않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없다.

기업은 사내유보금을 실물자산(직접투자)이나 금융자산(간접투자)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사내유보금의 실물자산 투자는 비유동자산(토지, 건물, 기계, 설비 등)과 순운전자본(현금,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의 구입으로 이미 경제순환 과정에 투입되고 있다.
 

사내유보금의 금융자산 투자는 당사의 실물투자나 당사 주주의 소비가 아니더라도 자금을 예치・위탁한 금융기관을 통해 타 회사의 투자자금이나 가계의 소비자금으로 사용된다.

정부의 과다한 개입은 경영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배당 소득세에 대해 세제 인센티브를 주거나 당기 이익의 과다 유보에 대해 과세하는 정책은 기업의 주요 재무정책에 정부가 개입해 경영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당기 이익은 주주의 몫으로 배당은 주주가 당장 가져가는 것이고, 사내유보금은 주주가 기업에 재투자하여 나중에 가져가는 것으로 종국에는 가계로 환수될 것이다.
 

조기 배당에 의한 내부자금 감소는 투자기회 포착시 외부자금 조달로 자금조달 비용을 발생시키거나, 자금경색 시기에 투자기회를 포기하게 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투자는 중장기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당해 연도에 투자되지 않은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기업의 투자시점을 왜곡시킨다.

투자시점의 포착은 주요 경영판단으로 미래의 시설확장(확장옵션)과 투자시점을 연기(지연옵션) 등 경영옵션(managerial option) 또는 실물옵션(real option) 행사를 위해서는 내부자금(사내유보금)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즉시 투자나 배당·임금을 종용하면 정부가 경영옵션의 가치를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투자수익률이 낮은 투자 종용은 과잉투자로 부실기업을 양산시킬 우려가 있다. 사내유보금 중 유동성 자산 특히 현금성 자산에 투자된 것만 문제를 제기한다면 적정 유동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화폐보유 동기에는 현금 결제, 임금 지급 등 일상적 경영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거래적 동기, 장래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 예비적 동기, 장래의 이익획득 기회를 대비한 투기적 동기가 있다. 기업마다 사정에 따라 적정 유동성의 규모가 다른데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해주기는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비적 동기에 의한 현금성 자산 보유 증가는 국제적 현상이다. 국내 기업의 현금성 자산 비중은 외국기업에 비해 작은 편으로 과다하지 않다. 사내유보는 자본을 확충해 부채비율을 줄이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한 사내유보로 상당히 줄였으나 여전히 선진외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지난 1990년 비상장사를 중심으로 도입됐다가 2001년 기업 재무 건전성 강화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폐지됐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사내유보가 절대적이다. 기업의 성장은 사내유보금의 재투자에 의한 수익률 증대로 이루어진다. 외국도 성숙단계로 성장잠재력이 낮은 기업이 주로 배당을 많이 지급하며, 성장단계의 기업은 배당을 하지 않거나 적게 하고 이익을 재투자하는데,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은 아직도 성장단계로 볼 수 있다.

사내유보결정은 배당정책, 부채비율, 투자결정, 자금결정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는다. 사내유보금은 당사의 배당, 투자, 자금조달, 임금, 주주 자산, 배당소득과 소비, 소득세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의 미래 매출, 미래 임금, 미래 법인세, 미래 배당, 미래 투자, 미래 자금조달, 미래 주주의 자산과 소득, 그리고 타 회사의 매출, 임금, 이익, 배당, 사내유보, 투자, 주주 자산과 소득 및 투자, 소득세, 기타 요소들에 다양한 방향과 크기 및 리스크수준으로 영향을 준다.
 

최적 배당금, 최적 부채비율, 최적 투자, 최적 자금조달을 모르고 최적 사내유보율(또는 배당성향)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적정 배당과 적정 유보금은 투자기회, 금융시장 경색 정도, 비대칭 정보, 주주의 현금선호도, 세율구조 등을 기업 별로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기업의 재무정책을 정부가 대신해 일률적으로 정해주는 것은 개별 기업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이고, 업종평균의 지표 사용은 기업평준화를 초래한다. 정부의 지나친 경영 개입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워 투자를 위축시키고 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기능을 제약한다.

기업경영판단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국민연금의 연금가치 보존을 위한 의결권 행사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개입의 우려를 부추길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내유보가 많은 기업은 투자수익률과 경영성과가 좋은 기업이므로 사내유보가 많은 기업이 투자대상과 투자시점 및 투자규모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개입해 투자결정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일본 장기 불황의 주원인은 정책대응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 1985년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고 → 수출감소에 따른 경기위축을 우려한 일본정부의 선제적 금리인하 → 달러가 풍부한 일본기업의 저금리 차입에 의한 부동산 투자 → 부동산 버블 형성 → 버블 붕괴 → 경기침체 → 경기회복 조짐 → 금리인상 → 경제의 구조적 침체 → 비효율적 재정지출 확대 → 일본 정부의 부채비율 폭등 (60% → 240%) → 구조화된 장기불황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기업경영 개입보다는 적절한 통화정책, 금융감독 강화, 조세 체계 정비, 재정지출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 과거 한국의 사내유보 과세는 대주주의 세금 회피나 경영자의 대리인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임금상승이나 배당에 의한 수요 진작과는 다르다.  소유경영자가 세금 회피 목적으로 유보해 배당소득을 이연하거나, 또는 사적 소비를 비용 처리해 탈세하거나, 전문경영자가 유보금을 개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이는 사내유보금의 과세가 아니라 회계감사, 세무감사,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를 동시에 만족하는 경제정책은 찾기 어렵다. 실물경제에 대한 개입은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경제 왜곡으로 향후 투자위축, 자본의 해외이탈과 내수침체 및 고용위축으로 연결된다. 금융・통화 정책 의존은 부동산 버블 형성, 무주택자의 전세난과 주택구매 포기, 개인소득과 부의 양극화 심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온다. 이는  경기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다.


가처분소득이 줄어 내수가 부진한 것은 사내유보 때문이 아니라 지식형 산업구조의 혁신과 IT기술의 진보에 따른 빈부확대와 고정성 지출(4대 사회보험, 사교육비, 주택거주비, 통신비 등)의 증가 때문이다. 세월호 사태 해결의 장기화와 사회 침체분위기 확산 등도 내수부진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배당・임금 증가→가계소득증대→내수활성화’보다는 ‘정부규제 완화, 노동 및 조세환경 개선→기업의 투자기회 창출→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고용과 임금 및 세수 확대→국민복지와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창출한 이익의 배당과 사내유보 간 배분보다 배당이나 사내유보의 경제 속 순환경로가 더 중요하다. 자금은 속성상 머물지 않고 배당, 투자, 임금, 소비 등 다양한 형태로 경제 속에서 꾸준히 흘러들어간다.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단기자금으로 보유해도, 그 자금은 금융기관이나 금융자산을 통해 순환되며, 자금이 움직이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관건이다.

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정교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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