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밀착형 상향식 공천 후보 선거지원 적중, 한센인 고아 똥기저기 갈아주는 등 봉사 헌신

   
▲ 박종운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7.30 재보궐선거가 가져온 정치 지형 변화

7.30 재보궐 선거가 끝난 후 새민련 대표인 안철수 김한길 국회의원이 대표직을 사퇴하고 당의 전면에서 퇴장했다. 반면 7.14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 대표로 뽑힌 김무성 국회의원은 승승장구 기세를 올렸다. 11:4의 선거결과를 승패로 판단하여 진퇴를 한 결과다.

이처럼 민주주의 하에서는 국민들의 투표가 각 당의 지휘봉을 누가 잡아야 하는가를 좌우한다. 국민이 직접 지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의 여망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그에 충실하게 했는가의 성적표가 드러났기 때문에, 진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에서는 상호 이익의 교환이기 때문에 군사적 은유를 쓰는 것은 금물이지만, 정치에서는 법률적으로 정해진 방법에 의하기는 하지만 본질상 권력의 쟁탈이기 때문에 군사적 은유를 쓸 수 있는데) 당 지도부는 민심전(民心戰)은 물론 제대로 된 작전 지휘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추궁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단순 승패의 책임이 아니다. 승패란 내가 아무리 강해도 상대가 더 강하면 질 수밖에 없고, 후일을 도모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과거 로마의 파비우스 집정관이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맞이하여 전면전을 피하고 지구전 기습전으로 대응했었듯이…. 그러나 내가 이길 수 있는 조건이 명확한데도 이런 저런 실수로 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응당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의 맥아더 장군은 ‘전투에서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새민련 대표들의 퇴진은 그런 점에서 볼 때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과정의 결과였다. 김한길 대표는 2012 대선 이후 친노세력이 가진 문제점을 전면으로 제기하고 친노세력의 대안으로 당의 대표가 되었음에도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의 반토막 패배와 연속해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의 패배를 불러온 세력인) 친노세력을 극복하지 못하였다.

비록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는 정당했고 법정 심판의 대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적정 수위에서 머물지 못하고 친노세력에 휘둘려 대응 수위를 무한정 높이다보니, 국회를 아예 마비시키고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노숙투쟁을 하면서 엇나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당 지지도를 8% 내외까지 추락시켰다.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하여 (이론도 정치력도 전혀 없는 중간주의자) 안철수와 결합하여 그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안철수도 비극적인 해상교통사고인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였다. 나아가 국정원댓글 사건 수사 외압의혹의 문제 제기자인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문제제기가 1심은 물론 2심에서도 허위사실로 판명되었음에도 법정의 심판을 부정하며 그를 공천하는 무리수까지 두었다.

안철수 김한길 체제에게는 문제제기의 적정 수위라는 ‘개념’은 아예 없었고, 따라서 과유불급(過猶不及)하는 전략전술로 민심이반을 초래했다. 기간은 충분했지만, 친노세력을 실제로는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안철수 김한길 체제의 불운한 퇴진은 불가피했다.

결국 새누리당이 승리했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당 중심의 새로운 희망으로 대체시켰기 때문이다. 마침 대표로 선출된 김무성의원이 맹목적 추종이미지를 갖고 있는 친박의 틀과는 무관한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는 기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김한길 체제가 스러진 것은 그들이 친노에 대한 반대세력이라는 것을 넘어선 독자적 비전과 이론, 전략전술을 갖춘 세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는 일마다 당 지지도를 추락시키는 일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유력 정치인들의 진퇴를 갈랐다.

   
▲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7.30재보선 선거에서 지역밀착형 후배정치인들을 도와 당선시킨 후 곧바로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아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다. 김전지사는 비단길을 마다하고, 소록도 한센인병원을 찾은 데 이어 꽃동네로 달려가 고아들의 똥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낮은 데로 임하면서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김문수 팬클럽 캡쳐 

7.30 재보선, 거물 용병들의 무덤이 되었다

7.30 재보선에서 주목을 받았던 거물들이 있다. 새누리당에서 동작구 후보로 삼고초려를 넘어 ‘십고초려’를 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 보궐선거 현장마다 이리저리 불려다녔던 한나라당 출신 새민련 소속 손학규 전 경기지사,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기 위해 도지사직을 박차고 나왔던 이장출신 김두관 전 경남지사,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하다가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 나왔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그들이다.

이 중에서 이름값을 믿고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기회를 잡으려고 했던 이들은 불운하게도 모두 몰락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수원병(팔달)에 나왔으나, 이전에 광명에 있다가 분당으로 갔다가 이번에는 다시 수원으로 오는 등 이리저리 차출되는 형태가 아름답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신인이고 무명인 김용남 후보에게 패했다.

김두관 전지사도 마찬가지다. 대선후보에 나서기 위해, 그것도 직을 유지할 수 있는 당내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경남도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중간에 막대한 보궐선거비용을 유발하면서까지 도지사직을 사퇴했던 사람이, 갑자기 지역을 뛰어넘어 경기도 김포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것은 의외였다. 이름값을 믿고 지역 주민의 의사를 가볍게 보았던 김두관씨도 김포의 성공한 중견사업가 출신 홍철호 후보에게 패했다.

분당 출신의 국회의원이자 대통령실장까지 역임했던 새누리당의 임태희 후보도 안타깝게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당을 떠나 평택에 둥지를 틀려고 하다가 당에 의해 공천이 배제되었다가, 갑자기 수원정(영통)으로 차출되는 비운을 겪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예비후보를 뛰다보니 준비가 제대로 되었을 턱이 없다. 그래서 김진표 전 의원의 영향력이 강한 영통에서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새민련의 박광온 후보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장기판의 졸처럼 사람들을 이리저리 옮겨 공천하는 당지도부의 행각에 희생양이 된 측면도 있다. 이들이 스스로도 자신의 이름값을 믿었기에 그런 제안을 받아들였던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믿음이 실패로 돌아갔다. 지역 유권자들이 그런 자세를 원치 않았던 것이다.

이에 반해 김문수 직전 경기도지사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당의 십고초려에도 불구하고, 지역밀착형 후보 공천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기도지사를 마치자마자 서울로 옮겨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도 과도하다고 보았다. 거물 명망가를 임시 땜방 식으로 여기저기 배치해서 연명하려고 하는 당 지도부의 공천방식보다는 오픈 프라이머리 내지 국민참여경선으로 아래에서부터 후보가 선출되는 방식이 더 낫다고 보았다.

전략공천을 하는 경우도 지역연관성을 중시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았다. 그래선지 그는 서울 동작에는 경기도지사를 했던 자기 대신에, 박원순 현 시장과 대결했었지만, 억울하게도 ‘1억피부과’라는 허위 사실 유포의 덫에 걸려 낙마했던,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를 나세우는 게 좋았다고 보았다. 마침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부시장 출신인 기동민 후보가 새민련의 후보로 결정되기도 했고, 이제 ‘1억피부과’ 허위사실 유포의 진상도 알려졌기 때문에, 동작구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김문수 전 지사의 이러한 판단은 적확했다. 그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친 직후 전에 봉사활동을 약속했던 소록도 한센인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7.30 재보궐선거에 임해서는 후진인 나경원 의원의 재기와 부활을 돕고, 그녀의 선거운동을 열심히 도왔다. 그리고 경기도지역의 여러 선거현장을 누비며 상향식 공천 후보들을 도왔다.

굳이 나홀로 선거운동을 고집한 수원정(영통) 지역을 제외하고는, 그가 간 곳에서는 그가 지원했던 후보들이 모두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의 처가가 있는 순천에서는 처가가 이정현 후보를 적극 돕도록 했다. 그런 도움도 있어 이정현 후보가 지역주의의 벽을 무너뜨리고 승리를 일궜다. 선거가 끝나자 승리의 공은 당 지도부에게 넘기고, 그는 다시 음성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이처럼 한때 국무총리감으로 물망에 올랐던 김문수 전지사가 했던 판단과 선택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는 비록 스타일 상 강한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해 조기 레임덕에 대한 우려를 하여서 그런지 박근혜 대통령이 김문수 전지사를 지명하지 않고 정홍원 총리의 사표반려로 도로 총리체제로 돌아섰지만, 국무총리감으로 공개 천거될 정도의 신망을 받는 사람이었다.

   
▲ 김문수 전지사가 꽃동네의 천사의 집에 있는 아이들 방에 들어서고 있다 그의 티셔츠 등에는 아이들 돌보느라 흘린 땀이 흥건히 묻어있다. /사진 페이스북 김문수 팬클럽 캡쳐 

그런 그가 7.30재보궐 선거에서 보여준, 지역밀착형 후보가 필요하다는 판단, 그리고 자리를 탐하지 않는 자세, 6.4지방선거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들고 7.30재보궐 선거에서 나경원 국회의원을 만드는 등 (대립적인 세대교체 주장보다는) 앞장서서 후진을 양성하려는 미래지향적 태도, 그리고 선거현장을 내 일처럼 누비고 다닌 열정 등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바로 이것들이 거물들의 무덤이 된 7.30재보궐선거에서 다른 사람들은 정계은퇴를 비롯하여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김문수에게서는 희망을 볼 수 있는 이유들이었다.

일부에서는 김문수 전지사가 동작을 공천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손해를 보았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거물들의 무덤이 된 이번 7.30재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그것은 자신들의 거물용병식 공천전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뒤풀이에 불과하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상향식 공천의 희망을 보았다-정당정치의 향방

7.30 재보궐선거에서는 거물들의 몰락과 대비되게 상향식 공천 후보들이 성과를 거두었다. 새누리당 후보가 이긴 11곳 중 상당수가, 그리고 새민련 후보가 이긴 4곳 중 절반인 두 군데가 상향식 공천을 했다. 당지도부의 전략공천이 성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지역민심과 이반되어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냈지만, 상향식 공천은 성과를 거두고, 지역민심에 근접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임도 드러내보였다.

새누리당과 새민련의 각각의 강세지역을 논외로 하면, 수도권 충청권에서 상향식 공천이 승리한 곳으로는 김포의 홍철호, 수원의 정미경, 김용남, 평택의 유의동, 대전대덕의 정용기, 서산태안의 김제식(1등이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중앙당이 거부하여 차점자가 후보지명됨) 등이다. 이들은 거물후보를 꺾은 사람들이다. 신인조차도 알려진 거물정치인들을 제치고 선택을 받았다. 지역밀착형 상향식 공천의 장점이 드러났다.

선거 결과가 이렇게 말해준대로, 선거 후 각 당 지도부는 앞으로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7월 28일 “지역 주민들에게 뜻을 물어서 지역주민이 원하는 후보를 공천하고, 중앙당에서는 선관위에 보내기 위한 요식행위만 하려고 한다. 전략공천은 없다”고 선언했다. 새민련의 박영선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도 8월 5일 “선거제도를 선진국의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면 … 새정치민주연합도 계파정치를 청산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차제에 양 당 합의 하에 각급 선거에서 모두 전면적인 상향식 오픈 프라이머리, 전면적인 국민참여 경선을 실시하는 개혁까지 합의해야 한다. 양당이 같은 날 동시에 실시하면 ‘역선택’의 우려도 없어질 것이다. 물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 각 당 지도부가 노력할 수 있고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결정은 그 지역의 각 당 선호 국민과 당원들이 한다는 점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하에서의 당 지도부의 추천은 전략공천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중앙당의 추천조차도 지역에서 승인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후보선출방식에서는 미국의 티파티처럼 당 지도부로부터 자유로운 운동도 당 속에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시민정치운동에 기반한 당내 당도 가능해져서, 이합집산하다가 선거 때마다 연대니 단일화니 하는 요란한 야바위판과 같은 쇼를 벌이는 일을 반복하지 않게 할 수 있다.

국민의 선택이라는 선거결과를 낳기도 전에 연대하고 단일화해서 각 당 각 후보에 대한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은 실은 국민의 선택을 왜곡하는 사회주의적 인민전선 전술일 뿐이다. 그렇기에 단일화의 반복이라는 악습을 하루 빨리 탈피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정치개혁이 될 것이다.

후보단일화는 또 다른 의미에서 추악한 거래가 될 수 있고 후보매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는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오직 국민의 선택이 나온 선거결과를 놓고 국정의 안정을 위해서 연정을 한다. 독일의 메르켈 주도의 기민당 기사당 연정이 그러하다.

7.30재보궐 선거에서 상향식 공천 후보들의 승리에서 배워서 추진해야 할 정치개혁이 있다면 바로 이런 동시 오픈 프라이머리의 실시, 그리고 선거 운동 중 후보단일화를 금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박종운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