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글로벌 직판, 구글 프리뷰 접속 수백억 대박 가능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신제품 출시는 언제나 짜릿한 일이다. 세상을 바꿀만한 야심작이라면 더 설렌다. 미디어세상과 같이 오랜 토착 맹주가 자국 올드미디어를 할거하고 외래 첨단 브랜드들이 뉴미디어 판세를 지배하는 정글의 법칙에선 더 그렇다. 게다가 소재가 우리 뿌리로부터 길어온 것이라면 더더욱 파괴적이다.
 

K 타이거즈라는 태권도 시범단 동영상이 또 다른 강남스타일 사고를 치고 있다. 판교에서 우리 동네 태권도 팀으로 시작한 이 K 타이거즈 대박은 태권도와 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 그룹 EXO ‘으르렁’ 댄스를 섞은 유투브 동영상이다.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그랬듯이 조회 수 40만, 50만 넘어가며 주목을 받았다.

여기 동영상 포털 뉴스메이커라는데 까지는 여느 유투브 스타 탄생과 다르지는 않다.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 즉 신종병기 OTT로서 글로벌 직판, 직접 서비스를 향해 맹렬한 진격을 시작해 미디어계를 긴장시킨 다는 사실이 주목받은 까닭이다.

OTT란 ‘over the top’이라고 해서 미국 넷플릭스, 훌루, 유투브와 같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업을 말한다. 이를 두고 미디어 대신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말하면서 제법 어려운 OTT 또는 OTT 플랫폼이 엄청난 신대륙을 번득이고 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가 영화와 방송콘텐츠 VOD(Video on Demand)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유투브가 전 세계 동영상 대표 포털로 등극하면서 기존 TV나 인터넷 포털로는 담을 수 없는 새 개념인 OTT 플랫폼이 대세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상파 연합 콘텐츠 플랫폼인 푹(pooq)이나 CJ 헬로TV의 티빙(tving), SK 호핀, 올레 TV 모바일, LG U+ HDTV 등이 PC인터넷, 스마트폰 모바일 가릴 것 없이 시청 가능한 OTT 서비스를 차려 놓고 있다.

이게 다 기술 미디어 경합 놀음이다. 이용자들 손에는 이미 TV 본방 사수를 무력화하고 실시간은 물론 지나간 방송, 영화 다시보기, 쪼개보기, 변형해 보기 같은 마술을 지휘하는 첨단 기기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같은 소프트웨어 그리고 초고속망이 착 감겨져 들어와 있다.

               K-타이거즈 유투브 동영상. 태권도와 아이돌 EXO의 '으르렁댄스'가 결합돼 전세계 한류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동영상 유투브 캡쳐.

이제는 무슨 콘텐츠든, 대용량 동영상 서비스든 가릴 것 없이 매체 종류에 제한받지 않고 원하는 동영상 콘텐츠가 손끝 최상위 화면에 나타난다는 게 곧 OTT라는 매혹의 세계다. 그러니 문제의 본질은 명확해졌다. 좋은 콘텐츠, 혁신 콘텐츠 쟁탈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이 각광을 받았고 2013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대륙에서 30억 뷰를 찍었다. 이제 2014년 여름 우리는 소박하지만 신통방통한 선물 K 타이거즈를 마주하고 있다.

미디어계 새 물건 K 타이거즈는 우선 TV 정규편성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다. 지상파 방송 쇼 <스타킹>이나 케이블 PP 채널 Mnet에 태권도 시범이나 태권도와 댄스 퓨전으로 등장해 시선을 끌었지만 주 무대는 자유로운 유무선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즉 OTT 동영상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시간도 거리도, 국경도 언어도 K 타이거즈 유희를 속박하지 않는다.

어느 특정 매체에도 귀속되는 법이 없다. 유투브가 워낙 대중적 매체여서 많이 회자되지만 국내 아프리카 TV와 같은 사이트에도 등장하고 심지어는 멀리 남미 브라질 K POP 스테이션 같은 한류 팬 자체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장착된다.
 

새 물건 K 타이거즈는 또 아마추어리즘으로 맴돌아 사라지고 말 운명을 거부했다. 보통 유투브 스타들은 반짝 알려졌다가 아무런 수익 모델 없이 퇴장하기를 반복하곤 한다. 하지만 K 타이거즈는 귀인을 만났다. 지상파를 제외한 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인 CJ E&M이 지난 4월 K타이거즈와 크리에이터 그룹 사업 파트너십을 맺은 것. 크리에이터 그룹 사업은 CJ E&M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마케팅 및 저작권관리 등 제작 외적인 부분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K타이거즈가 아크로바틱, 웨이브, 브레이크, 재즈 등을 태권도에 접목시킨 커버댄스 콘텐츠로 태권도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어서라는 게 CJ 측 평가다. 이렇게 되면 CJ E&M은 약 945만명의 구독자와 97개의 채널을 보유한 크리에이터 그룹 사업의 노하우를 활용해 △마케팅 및 홍보 △저작권 관리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자막 △기존 크리에이터 그룹 파트너들과 콘텐츠 콜라보레이션 주선 등을 통해 K타이거즈를 적극 지원하게 된다.

지난 주말 8월 9, 10일 미국 LA에서 CJ와 중소기업청 등이 대대적으로 펼친 K CON이라는 한류콘텐츠 마케팅 행사에도 K타이거즈 팀이 참가했다. 태권도라는 마셜 아츠와 댄스가 결합하는 혁신적 공연 무대를 선보이는 차원이기도 하다. 담당하는 CJ 송재룡 팀장은 “K 타이거즈 태권도, 댄스 시범을 바탕으로 공연을 창작하고 팀과 멤버들 활동을 경영하기 위해 기획사로서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CJ는 K 타이거즈와 같은 크리에이터 그룹 파트너를 현재 140개 정도 발굴해서 일종의 에이전시와 같은 기획사 경영 업무를 하고 있다고 전한다. 태권도뿐만 아니라 한식 요리, 메이크업, 게임방송, 패션 등 그야말로 트렌디하고 핫한 영역에서 실력 있는 괴짜 돈키호테들을 규합하고 있다. 바로 이들 창조계급(Creatvie Class)이 미디어계 새 물건을 넘어서서 새로운 창조경제 새 동력 새 혁신으로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음이다.
 

K 타이거즈가 기존 미디어 체계를 파괴하고 뛰어넘어가면서 도전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이용자 군단의 저항과 반란이 동반되었다. 국내 지상파 콘텐츠라면 완성품 제공을 벗어날 수 없어 정작 보고 싶은 특정 파트를 분해하고 재가공하고 편집하는 클리핑(clipping)은 원천 봉쇄였다. 저작권 문제도 있지만 이용자가 참여와 개방을 주도하는 새로운 시청 습관, 소비 행동이 반영되는 혁신적 동영상 서비스를 거부하는 경직된 마인드가 혁신을 가로막았다. 이에 K 타이거즈는 4~5분도 되고 7~8분 클리핑(clipping)이나 이용자 자체 편집을 뜻하는 큐레이션(curation)까지도 허락하는 진보와 파격으로 구태를 밀어내고 있다.

이제 방송도 아니고 통신도 아니고 태권도이면서 댄스이기도 한 K 타이거즈와 같은 혼성 장르가 새 물결을 이루기 시작했다. 여전히 우리 미디어산업은 기존 TV나 인터넷 동영상 틀에 묶여 있지만 실제 혁신은 K 타이거즈와 이를 후원하는 기획사, 플랫폼 사업자들이 파괴적으로 감행하고 있다.

이제 곧 규모를 갖추고 정책 지원 등이 어우러지면 태권도를 아는 전 세계 각지 해외문화원 앞마당, 강당, 라스베이거스, 브로드웨이에서도 뮤지컬 점프나 캣츠를 능가하는 한류 공연 순회를 목도할 수 있을 터이다. K 타이거즈가 꾸미는 뮤직 비디오는 구글 프리뷰와 같은 광고 솔루션 혜택을 받아 장차 수백억 원 매출도 기약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와 웹드라마, 영화를 만들면 TV나 극장 도움 없이 직접 VOD 형태로 전 세계 홈쇼핑처럼 판매되고 서비스될 수 있다. 우리 선무도나 화랑도, 택견과 같은 역사문화콘텐츠가 한국의 이름으로 전파되는 것은 덤이다. 
 

우리 전통문화, 전통지식 태권도와 K POP 아이돌 댄스를 융합시킨 K 타이거즈 뉴스는 소중한 희망이다. 군대폭력이다 학교 왕따다 해서 처질대로 처진 우리 청년들에게 세계로 웅비하는 K 타이거즈에 취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미 해외 순회공연 스케줄도 꽉 들어차고 있단다. 세계시민 영혼을 매혹시킬 한국적인 혁신 콘텐츠가 내달리는 길에는 TV 편성이나 극장 시간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격식은 더 이상 의미 없다. 세계를 호령할 한국 아이들 기백과 호쾌함, 맑음과 아름다움에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