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30분 빅토리아 공원~정부 청사…20일 3차 심의·표결 예정
친중파 버나드 챈 “법안 통과는 불가능 할 것…적대감 최소화 먼저”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지난 9일 홍콩 시민 100만명이 참여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 이어 16일에도 대규모 저지 시위가 예고됐다. 시민들은 일제히 ‘홍콩의 사망’을 상징하는 검은 옷을 입고 빅토리아공원~정부청사까지 4km 행진할 예정이다. 

100만명이 모였던 지난 주말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며 홍콩 정부는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오는 20일로 예정된 법안 표결이 중단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5일 사우스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 법안 철회보다 일시중단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기사로 다루고 있다. /사진=SCMP 홈페이지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한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정부는 매년 주권반환일인 7월 1일 민주화 요구 시위가 벌어져 그 이전에 범죄인 인도 처리를 마치려 계획했다. 7월 초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가을 회기 때 다시 법안이 제출돼야 한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친중파 진영에서도 법안 처리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중파인 버나드 챈 홍콩 행정회의 의장은 “개정된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우리는 적대감을 최소화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기업계의 반발도 과소평가했다”며 “ 입법부가 단 하나의 입법 때문에 마비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찬 의장은 당초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에 찬성했으나 최근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16일에는 홍콩 시민 100만여명이 오후 2시 30분께 검은 옷을 입고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정부 청사까지 4km 행진할 계획이다. 홍콩 정부는 이번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해 강경 진압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권법 반대 시위를 이끌고 있는 홍콩민권전선의 지미 챈은 SCMP에 “홍콩 시민이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는 한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무지와 모욕, 탄압에 직면할 수록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며 시위 참가자도 점점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앞서 홍콩 입법회는 지난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에 이어 법안 토의를 하고 20일 3차 심의와 표결을 진행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하지만 12일 홍콩 시민 수만명이 입법회 건물 주변을 장악하면서 2차 심의가 연기됐다. 당시 홍콩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고무탄, 최루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 법안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황하는 데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약속한 중국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부터 홍콩의 중국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 의회는 중국 본토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홍콩을 새로운 도구로 쓰는 음흉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서방 국가들이 홍콩의 양부모라고 생각한다면 홍콩이라는 아이가 진짜 부모와 잘 지내고 새 환경에 적응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의회가 지난 13일 법 집행, 투자, 무역 등에서 홍콩을 중국과 다르게 취급하는 특별 대우가 정당한지 평가하기 위해 매년 홍콩의 자치권을 확인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