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장윤진 기자]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 제한 카드로 꺼낸 품목은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화학 제품 3종이다.
모두 한국 제조업의 대표적 수출 분야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국내 산업계에 쓰나미급 여파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 국산화를 했어야 했지만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국산화 보다 일본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게 낳다고 판단한 것이 최근의 한일 관계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각종 환경규제를 개선해 이들 제품의 국산화를 꾀하겠다고 하지만 일본을 따라잡기에는 한참 뒤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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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일본 경제보복 대책 특별위원회 1차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
16일 반도체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세계 제1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강국으로 꼽히면서도 핵심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게 된 데엔 각종 환경 규제 법안 탓이 크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환경 규제 법안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개정된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이다.
화평법은 ‘화학물질을 연 1톤 이상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기업은 화학물질의 명칭, 수입량, 유해성 분류, 사용 용도 등을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로 외국 기업들의 한국 수출을 막는 장애물로 꼽혀왔다.
그간 산업계에선 지속적으로 "소재·부품 개발 및 국산화에 걸림돌이 되는 대표적 규제"라고 주장하며 완화를 요청해왔지만 문 정부는 20대 국회에 들어 완화가 아닌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화평·화관법 개정안 26건 발의했다.
또한 2013년 개정된 화관법은 유해 화학물질 취급 시설의 배치, 설치의 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전 법안보다 안전 기준이 79개에서 413개로 5배 이상 늘었다.
이에 각 기업은 사업장마다 수 십억원의 시설 개선 비용만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 뒤늦게 이 법안들의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 오찬 직후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미 사용되고 있는 것이나 안전성이 확보된 곳에 대해서는 여러 규제를 개선해볼 여지가 있다는 건의가 있었다"며 "이 부분은 적극 검토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에 업계와 당내외 관계자들의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금이라도 정부 태도가 바뀐 건 다행이지만, 이미 일본을 따라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정부가 소재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선 것에 대해서는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소재 산업 특성상 R&D 투자에 과감한 투자를 한들 단기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며 우려의 심정을 표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오히려 국내 소재 업체들의 연구개발(R&D) 발전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소재 업체들에 수혜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일본을 잠재적 리스크로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소재 업체들에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추후 반도체 제조 공정에 새로운 재료를 적용하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우선해서 국내 소재 업체들과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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