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일본 수출 규제 설상가상…반기업정서·양극화만 부추겨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전격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기준 금리 인하는 3년1개월 만이다. 7월 동결, 8월 인하설이 힘을 얻고 있던 시점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1.7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하됐다. 동시에 경제성장률 기존 2.5%에서 2.2%로 낮췄다.

한국경제의 상황이 녹록치 않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생산·투자·소비 등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8개월째 감소세다. 그나마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마저 일본 수출규제로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졌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와 모건스탠리는 한국경제성장률을 기존 2.4%에서 2.0%, 2.2%에서 1.8%로 낮췄다. 1%대의 성장률이 현실화 되고 있다. 간판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강등되는 상황이다.

금리인하는 양날의 칼이다. 자본 이탈, 환율 불안, 부동산 투기심리 자극, 가계부채 증가,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한은의 선택은 인하였다.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적지 않지만 그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의미다.

한은은 금리 인하 이유로 경제 성장률이 10년 만의 최저치가 예상된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가 일자리 예산을 54조 원이나 퍼붓는 등 재정 지출을 두 자릿수로 늘려도 경기가 추락하자 금리까지 서둘러 내렸다. 일본의 아킬레스건을 찌르는 수출규제 보복과 미·중 무역 갈등 등 외부 악재에 대한 선제적 방어 성격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 초청 대화'를 위해 5당 대표와 만나 사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심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청와대

금리인하는 단기처방이다. 정부가 제대로 현실인식을 해야 한다. 대내외 전문가들은 "경제가 어려운 것은 대외 여건 악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경기순환적 요인 탓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요인과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숱하게 지적했다. 마이동풍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걸면 걸리는' 규제공화국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모호한 과잉 법규는 기업 활동을 불확실성을 넘어 불안과 공포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한국경제 침체에는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다.

문재인 대통령이 '족보' 운운하면 고집하는 소득주도성장은 고용절벽과 유례없는 양극화를 불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서민 자영업자의 밥그릇을 위협하고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성장의 동력을 멈춰 세웠다. 영세자영업자와 기업은 출구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기득권 노조만 살판났다.

일본 수출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충격은 적지 않다. 일본의 '보복' 이전 반도체 수출은 이미 부진의 시그널을 보냈다. 반도체 빼고는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경제체력에 대한 경고가 곳곳에서 나왔다.

답은 명확하다 경제성장률 저하의 가장 큰 이유는 규제와 반기업 정책에 따른 기업 투자 부진이다. 친노동 일변도 정책들이 속속 시행되면서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 2.4%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마이너스 12%의 큰 폭 감소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은 2년 새 30%나 올랐다. 노동 유연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주 52시간제를 강행했다. 소득주도성장이란 신앙에 빠져 시장을 무시한 채 최저임금인상이란 가격 통제를 가했다. 주 52시간근무제로 시간마저 통제했다. 자유시장경제의 적폐다.

이처럼 대선공약이란 명목하에 국가가 임금을 통제했다. 미국 등 전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는데 우리만 거꾸로 법인세를 올렸다. 정부 출범부터 시작된 기업을 향한 수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정부는 면피성으로 기업을 찾는다. 후안무치다.

형체 없이 사라진 수십 조원의 혈세를 풀고도 추경타령이다. 나라곳간을 마치 쌈짓돈인양 한다. 모두가 세금이고 미래세대의 빚이다. 규제해소와 구조개혁 없는 돈 풀기는 그야말로 모래성이다. 이미 포퓰리즘은 도를 넘었다.

반기업정서, 올가미 규제, 고비용 구조, 과도 상속세, 전투적 노조 등에 질린 기업들은 내쫓기듯 한국을 떠나고 있다. 탈한국이다. 기업 해외투자가 사상 최대이고 해외이주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돈도 사람도 따라 한국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액은 6억2500만달러(약 7300억원)로 2년 새 두 배로 늘었다. 서울에서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아파트 분양설명회가 열리고 베트남 호찌민의 고급주택 구매자의 22%가 한국인이라는 게 낯선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해외이주자는 6257명으로 지난해 4배를 뛰어 넘었다.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이 2만 명을 넘었다. 미국의 고급인재 취업이민 비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도 심각하다. 지난해 기업 해외투자는 478억달러로 1980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였다. 올 1분기에는 141억 달러로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그

돈은 이윤이 높은 곳으로 흐른다. 기업도 사람도 자유롭게 일자리를 찾아 떠날 수 지구촌 시대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고 징벌적 상속세를 경제정의로 여기는 나라에 투자할 기업은 없다. 기업이 없으면 고용도 없다. 기업도 사람도 떠나는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한은의 금리 인하는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동시에 경고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보다 안방이 더 문제다. 소득 주도 성장 실험과 노동 편향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세금을 퍼붓고 금리를 인하해도 무용지물이다. 요지부동 정부가 움직일 때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