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준 기자]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소위 ‘잘나가던’ 제조사들은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감원·감축·공장 폐쇄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의 공통된 흐름과 달리 기아차 노조는 회사가 처한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고 대대적인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어 국내 자동차산업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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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 중인 기아차 노조 / 사진=연합뉴스 |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전날 노조 대위원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파업을 찬성했다.
앞서 노조는 23일에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결렬시켰다. 사측은 임단협에서 기존에 요구했던 임금 동결에서 한발 물러나 △기본급 3만8000원 인상 △성과격려금 150%+150만원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즉각 거부했다.
기아차는 올해 전반기 영업이익이 71.3% 상승했지만, 판매는 오히려 2.4% 줄었다. 업계에서는 환율 등의 영향으로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상승했지만 판매가 쪼그라든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국내 판매는 9.3% 줄어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
유리한 환율 덕에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후반기 기아차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또한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은 가속화되고 있어 거대한 공룡 자동차기업들조차 회사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현재 시행 중이다.
미국 GM은 △1만5000명 해고 △공장 5곳 패쇄를 진행 중이고 포드 역시 △2만5000명 해고 및 몸집 줄이기 대책을 발표했다. 일본 닛산도 △1만 명 규모의 인원 감축을 예고했다.
특히 토요타는 작년 320조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임금을 평균 4~5% 삭감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특히 임원들은 10% 임금을 삭감하고, 임금 체계도 개편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 현지사정에 밝은 일본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임금이 줄어든 것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회사가 없어지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에 모두 협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아차보다 규모가 더 크고 매출액도 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위기’를 직시하고 대응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기아차 노조는 더욱 강력한 파업 및 투쟁을 예고하는 등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기아차의 여름휴가 기간은 다음 달 5~9일로, 기아차 노조는 여름 휴가 전에 쟁위 조정 신청을 통해 쟁의권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쟁의권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며, 휴가가 끝나면 대규모 총파업을 통해 임단협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기아차 노조 내부관계자는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만큼 성과급으로 보상받고 싶다”며 “기아차 노조에 대한 대중의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잘 알지만, 받을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봉급을 받고 싶어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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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K7 프리미어 / 사진=기아차 |
기아차 노조가 준비하는 대규모 파업은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내부적으로 공장 가동 중단을 불사하고 강력하게 투쟁하자는 의견이 모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최근 출시한 신차 기아 K7, 셀토스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판매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및 자율 주행차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모두 몸집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기아차 노조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그는 “환율 탓에 영업이익이 오르긴 했지만, 판매가 줄어든 것은 기아차에게 위험한 신호”라며 “노조원들은 ‘내배만 부르면 된다는 식’의 극렬 이기주의를 버려야 하고 사측은 회사의 규모를 줄이는 것과 노조 리스크 해결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미디어펜=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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