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송’ ‘당신의 생일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오도송’ ‘열반송’….

성철(1912∼1993)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담은 음반 ‘성철 스님 육성과 함께 듣는 음악 법문-성철 이야기’가 나왔다. 두 장의 CD로 구성된 음반은 성철 스님의 육성과 노래 등 30개 트랙으로 이뤄졌다.

   
 

조계종 의례위원회 연구위원인 윤소희 음악감독이 기획한 음반이다.

윤 감독이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인 원택 스님에게서 성철스님 기념관에 필요한 음악을 부탁받으면서 진행됐다.

윤 감독은 “처음에는 소박한 실내악 정도의 음반 하나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성철 스님에 관한 자료를 챙겨보니 큰스님의 대장부 같은 성품과 사자후를 표현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주로 남성 작곡가들을 통해 부족함을 채웠다”고 밝혔다.

작곡에는 윤 감독을 비롯해 이종만 뉴트리팝스 오케스트라 지휘자 겸 음악감독, 조광재 실내악단 슬기둥 창단멤버, 조원행, 불광합창단 충주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가 참여했다.

범패는 조계종어산학교 학장인 법안 스님, 소프라노는 비구니 성악가인 정율 스님이 맡았다. 남자가수는 불교음악가 김무한, 여자가수로는 이화여대 유현주가 나섰다. 눈길을 끄는 점은 노래 가운데 랩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래퍼는 디갈로다. 김주남, 정혜심, 황경임, LMB 싱어즈, 꼬마풍경(강소리·유수민·이시윤) 등이 코러스로 힘을 보탰다.

첫 번째 CD에는 성철 스님 법맥의 정통성을 상징해 영산회상의 가락 주제를 이어받은 ‘퇴옹회상’을 시작으로 성철 스님의 ‘출가송’ 게송, 내면의 불성이 깨어남을 상징한 ‘당신의 생일입니다’라는 법문을 랩으로 노래한 곡이 들어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도록 베이스와 일렉·어쿠스틱 기타 등 다양한 악기로 버무렸다.

성철 스님의 육성법문인 ‘자기를 바로봅시다’도 들어있다. 또 성철 스님의 설법으로 유명한 ‘산은 산 물은 물’을 민요조 합창으로 노래해 수록했다.

두 번째 CD는 판소리와 국악기 가락이 돋보이는 ‘오도송’, 출가송의 주제를 활용한 기악곡 ‘초연독보’, 성철 스님의 육성 법문 등으로 구성했다. 정율 스님은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을 노래했다. 익살스럽고 유쾌한 ‘성철스님과 나’라는 악곡도 포함됐다. 특히 ‘열반송’과 ‘그날’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범패의 재창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5악장으로 구성한 마지막 곡인 ‘그날’은 성철 스님을 상징하는 거문고 가락을 시작으로 열반송의 범패 가락을 변주, 다비식의 정경을 묘사했다. 마지막 악장에는 상여가 나갈 때 흔드는 종소리를 넣어 한국적인 레퀴엠이 되도록 했다.

윤 감독은 “성철 스님의 법문이나 평소의 언행을 들어보면 경상도 억양 그대로 토속적이고 한국적”이라며 “음악에서는 우리답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으로 전통음악을 기초로 다양한 악기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음반은 세계 여러 아카이브즈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