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고령화 저성장시대에 적합한 노동·법 시스템 개혁을 위한 제언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개혁과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고령화,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문제 등 유사한 문제를 이미 경험한 일본의 사례가 의미있는 시사점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경우, 고용 유연성을 제고하고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등 고용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동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해고의 금전보상제도’ 도입을 추진하며, 직접규제 보다 ‘근무 간 간격’ 도입 등 휴식 확보에 초점을 맞춘 근로시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중간형태인 ‘한정 정사원’(限定正社員) 도입으로 고용의 다양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왔다.

대한민국의 고령화 저성장시대에 적합한 노동·법 시스템 개혁을 위하여 독일의 ‘변경해지고지제도’와 일본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참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권태신 원장)은 노동입법의 과제를 살펴보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27일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룸에서 ‘일본 코베대학 오오우치 신야(大内伸哉)교수 초청강연 및 최근 韓·日 노동입법의 동향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 ‘일본 코베대학 오오우치 신야(大内伸哉)교수 초청강연 및 최근 韓·日 노동입법의 동향과 과제’ 세미나의 개회사를 밝히고 있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세미나 발제자로 나선 오오우치 신야 일본 코베대학 대학원 법학연구과 교수*는 『최근 일본의 노동법제 개혁론에 대하여』란 강연에서 “일본의 사례를 보면 2012년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민주당이 노동법을 개정하며 노동법의 본질보다는 정치적인 의미가 강하게 작용하였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전체 노동력의 2%에 불과한 파견근로자를 사용기업이 직접 고용하도록 강제한 규정은 파견근로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부각한 사례라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유기근로계약 기간이 통산 5년을 초과하면 무기계약 전환을 근로자가 요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였는데, 이는 반대로 5년이 도달하기 전 근로자의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최근 韓·日 노동입법의 동향과 과제’ 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는 오오우치 신야(大内伸哉) 일본 코베대학 대학원 법학연구과 교수 

이어 오오우치 교수는, “아베정권의 핵심 노동개혁정책은 금전해결제도 도입을 통한 ‘해고규제 완화’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을 통한 ‘근로시간규제 완화이다”라고 설명했다.

먼저 해고규제 완화에 있어서는 “해고가 부당한 경우 무효가 되는 기존의 규정을 개혁하여 해고가 부당하더라도 금전보상을 통해 근로계약을 해소할 수 있게 하는 ‘금전보상제도’를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유럽에서도 도입된 제도로서,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일본의 경제 성장전략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오오우치 교수는 “근로시간제개혁에 대해서 근로시간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방식보다 ‘근무간 간격 도입’과 ‘연차유급휴가의 취득 촉진’ 등 휴식시간을 확보해주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화이트칼라 저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 시간외근로에 대한 할증임금을 없애고 성과에 대해 보상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오오우치 교수는 “지금과 같은 정규직은 저출산·고령화, IT화, 글로벌화라는 환경 속에서 적합한 고용형태가 아니라고 지적하며, 한국과 일본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형태’인 한정 정사원(限定正社員)과 같은 다양한 고용형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최근 韓·日 노동입법의 동향과 과제’ 세미나 전경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저성장 시대의 노동과 법』이란 발표에서 “고령·저성장사회에 적합하도록 종전의 노동 및 법 시스템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선적으로 “정년연장에 따른 조기퇴직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승낙을 전제로 근로조건을 합리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독일의 ‘변경해지고지제도(Änderungskündigung)’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파견 대상 업무나 기간제 사용기간을 제한함에 따라 고용시장이 경직화되고 고용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상 업무와 기간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일정 조건을 충족한 경우 기존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무기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일본 사례와 같이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자율로 유도하고, 화이트칼라의 근로시간 규제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는 규제들은 적극 개선하되, 근로자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에 재진입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시스템을 정비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는 “노동법과 사회법의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저성장·초고령사회를 먼저 겪은 일본의 실천과 경험을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히 해고규제 개선,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및 근로시간 규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경험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일본 노동법제의 최근 개정 흐름을 참조하여 우리나라도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은 금지하되, 다양한 고용형태 도입 및 노동력 사용에 대한 직접적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미래 산업시대에 걸맞게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연사로 초청된 일본 코베대학 오오우치 신야 교수는 동경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일본 효고현 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노동계약론과 노동자대표법제이며 『해고 법제를 생각한다』(2002), 『세계화 노동법의 행방』(2003), 『근로 조건 변경 분쟁의 해결 과정과 법리』(2004)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