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용 교육훈련시스템 정비·사회안전망 확충
   
 ▲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개혁과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고령화,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문제 등 유사한 문제를 이미 경험한 일본의 사례가 의미있는 시사점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경우, 고용 유연성을 제고하고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등 고용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동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해고의 금전보상제도’ 도입을 추진하며, 직접규제 보다 ‘근무 간 간격’ 도입 등 휴식 확보에 초점을 맞춘 근로시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중간형태인 ‘한정 정사원’(限定正社員) 도입으로 고용의 다양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왔다.

대한민국의 고령화 저성장시대에 적합한 노동·법 시스템 개혁을 위하여 독일의 ‘변경해지고지제도’와 일본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참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권태신 원장)은 노동입법의 과제를 살펴보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27일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룸에서 ‘일본 코베대학 오오우치 신야(大内伸哉)교수 초청강연 및 최근 韓·日 노동입법의 동향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 ‘일본 코베대학 오오우치 신야(大内伸哉)교수 초청강연 및 최근 韓·日 노동입법의 동향과 과제’ 세미나의 개회사를 밝히고 있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발제자로 나선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저성장 시대의 노동과 법』이란 발표에서 “고령·저성장사회에 적합하도록 종전의 노동 및 법 시스템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선적으로 “정년연장에 따른 조기퇴직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승낙을 전제로 근로조건을 합리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독일의 ‘변경해지고지제도(Änderungskündigung)’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파견 대상 업무나 기간제 사용기간을 제한함에 따라 고용시장이 경직화되고 고용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상 업무와 기간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일정 조건을 충족한 경우 기존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무기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일본 사례와 같이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자율로 유도하고, 화이트칼라의 근로시간 규제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는 규제들은 적극 개선하되, 근로자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에 재진입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시스템을 정비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최근 韓·日 노동입법의 동향과 과제’ 세미나 전경 

다음은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1. 서론

우리사회가 급속한 고령화 및 저성장사회로 바뀌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노동문제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한 사회적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고령․저성장사회에 적합하도록 종전의 노동 및 법 시스템에 대한 패러다임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2. 고령사회와 노동법상 과제

고령자에 대한 60세 정년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과 같이 일정 연령 이후의 고령자에 대해서는 자기가 소속해 있는 회사뿐만 아니라 모기업이나 자회사, 협력회사 등과 같이 자사와 인사경영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기업으로의 배치․전환 또는 전직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령자의 능력을 고려하여 이에 맞게끔 근로조건을 합리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된다면 정년연장에 따른 조기퇴직 등의 부작용을 한층 줄일 수 있기에 독일 등에서 이용되고 있는 ‘변경해지고지제도(Änderungskündigung)’를 근로조건 변경의 대안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변경해지고시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승낙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의 변경을 통하여 변경된 근로조건을 강요하는 것을 보완할 수 있고 극단적 상황에서 완충기능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또한 시간선택제는 고령자들의 정년연장 및 퇴직준비 등에 활용할 여지가 높다고 판단된다. 향후 노사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균등처우 및 비례보호의 원칙’에 입각하여 적절하게 조정함과 동시에 노사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시간선택제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독일처럼 고령자의 경우에는 정년 또는 연금수급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차액분을 보상 또는 지원해주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고령자가 개인적 사정(건강상태 등)으로 종전보다 경이한 업무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사업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수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고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고용지원금 지급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3. 저성장사회와 노동법상과제

(1) 파견

파견규제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도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제조업을 포함하여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만,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이 과도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본과 같이 파견사업주로 하여금 마진율을 공개하게 하거나 또는 그룹 내의 계열사에 대한 파견비율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일본의 개정 파견법은 ‘직접고용신청간주규정’의 적용시점에서의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그대로 유지한 채 고용관계만 파견사업주에서 사용사업주로 이동하게 됨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인데, 이는 법리적인 측면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일본의 경우‘직접고용신청간주규정’에 근거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도 계약당사자간의「합의의 원칙」및「사적 자치의 원칙」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기간제

기간제 사용기간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2년으로 너무 단기라 활용도가 낮은 게 사실이므로 기간제근로자의 사용한도를 최소한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우리나라 기간제법에서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당해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도록 하고 있는데(제4조 2항), 이 또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으므로 일본의 노동계약법과 같이 적어도 해당 근로자가 신청한 경우에 한하여 기존의 근로조건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것이 계약법의 원칙에 더 부합하다고 생각된다.

(3) 파견과 도급의 구별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과 관련해서는, 사내 하도급에서 균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작업공정상 요구되는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작업지시나 또는 컨베이어벨트에서의 작업과 같이 동일한 장소에서 원청회사의 근로자와 하청업체의 근로자가 혼재된 상황 하에서 공정상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작성지시나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에 대한 지휘・명령과 파견계약에 따른 지휘・명령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아울러 사내하도급의 실태를 감안하여 명백한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은 개선하되 건전한 외부노동력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새로운 법리를 개발함과 동시에, ‘하도급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과 파견 대상 범위의 확대를 통한 해결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4) 대체근로

대체근로와 관련해서는, 독일이나 프랑스는 물론 일본에서조차 스트라이크 기간 중이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조업의 자유”가 보장되며, 또한 스트라이크로 인하여 조업이 중단되는 경우에는 간부나 비조합원 또는 제3자를 이용하여 조업을 하는 소위 “대체근로”가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학설 및판례의 일반적인 태도임을 고려해 볼 때, 쟁의행위 기간 중의 대체근로를 제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제는 사용자에게 보장된 계약의 자유와 조업 내지 영업의 자유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5) 해고법제

해고법제와 관련해서는, ①근기법상의 해고 관련 규정은 취업규칙의 작성・의무조항(제93조)과의 균형을 생각하여 ‘10인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②또한 현행 근기법은 해고제한규정의 적용을 위한 최저근속기간에 대한 기준을 두고 있지 않는데, 근로계약 당사자 간의 신뢰관계형성과 업무적격성을 판단을 위한 기간이 필요함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기간을 설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③그리고 현행 근기법(제26조)은 해고예고기간과 관련하여 장기근속자의 경우에는 구직활동의 경험이 적고 연령상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으므로 해고예고기간을 근속기간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④또한 현행 근기법(제30조 3항)에서는 근로자가 복직대신 금전보상을 원하는 경우 보상액의 지급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는데 적어도 최소한의 보상금 지급기준이라도 설정하여 근로자의 금전보상 신청여부의 판단기초로 이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⑤그리고 해고소송과 관련하여 별도의 제소기간(3개월 정도)을 설정함으로써 해고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함과 동시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사실관계가 불분명해지는 해고분쟁의 단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⑥마지막으로 현행 근기법(특히 제24조)은 해고에 대한 실질적 규제 및 절차적 규제를 동시에 하고 있는데, 해고에 대한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이 두 가지 규제를 너무 형식・논리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6) 근로시간제도 개선

근로시간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노사가 자율적으로 업종 및 직종의 상황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또한 효율적이라 판단된다. 화이트칼라근로를 중심으로 하여 고용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라, 종전의 근로시간 규제만으로는 근로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직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재량근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일본이 도입하려고 한 화이트칼라 이그잼션제도는 근로자들의 휴식권 및 건강권에 대한 배려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또한 근로시간의 단축과 유연화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제도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근로자 개개인의 근로시간에 대한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7) 임금제도 개선

임금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통상임금에 대한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적인 해결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임금체계를 단순화하여 통상임금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설정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고 가산할증률은 현행 50%에서 국제적 스탠더드인 25%를 최저기준으로 하여 근로시간의 장단에 따라 다소 차등을 두는 일본의 산정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 밖에‘이중임금제’란 동일한 사업장 내에 2개의 임금체계를 인정하는 제도를 말하는 것인데 이 제도는 미국의 GM과 독일의 폭스바겐 등과 같은 자동차회사가 금융위기 때 불경기를 극복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한시적으로 채택한 제도다.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의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중임금제 도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4. 양극화문제와 사회안전망 구축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기업 활동의 자유를 규제하는 방법이나 노조활동에 의존하기 보다는 공적 사회안전망의 구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고용보험제도와 관련해서는 고용보험제도가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마지막 보루가 되는 만큼,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한편, 급여수준을 현실화하고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통하여 실직자가 다시 경제활동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연금제도와 관련해서는, 현행 정부는 이번 사회복지정책의 실현을 위하여 향후 5년 동안 316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강화 및 재원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보면, 보험료는 많이 내고 급여는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5. 결론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는 고용환경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변화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는 규제들을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정상궤도에서 일탈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패자부활의 기회를 통하여 다시 궤도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시스템을 정비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경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일본 큐우슈우 국립대학 법학부 및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노동법과 일본법이며 『Regulation of Fixed-Term Employment Contracts, Wolters Kluwer』(2011), 『주요국가 ODA 법제연구(일본편)』(2010), 『노동법의 세계』(200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