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특권 종합판 정국 블랙홀…타 후보자 검증 소홀 경계해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상식을 벗어났다. 단번에 정국 블랙홀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국정기조는 상식과 정의다. 조 후보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의와 반칙·특권 없는 세상을 부르짖어 온 정부가 자기모순, 자가당착에 빠졌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사전적 의미의 상식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다.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사회적으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건강한 사회'라고 한다. 반대로 상식이 통하지 않고 불법이 횡행하는 사회를 '병든 사회'라고 한다. 그렇다면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조국 후보자의 의혹과 논란은 어느 범주에 들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사노맹 전력부터 사모펀드 투자, 동생 부부의 위장 이혼설, 가족게이트를 의심케 하는 웅동학원, 아파트 쇼핑, 딸 논문·입시·인턴·장학금의혹까지…. 말 그대로 일반의 상식을 뛰어 넘는 의혹과 논란이 차고 넘친다.

   
▲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21일 오전 현대적선빌딩앞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구속수사 촉구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2030세대는 허탈감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각종 포털과 대학 온라인 게시판에는 "정유라보다 나은 게 뭔가"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너무 화가 나 죽창을 들고 싶다"는 등의 비난 글이 폭주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불씨를 당긴 '정유라판 촛불'이 등장할 태세다.

4050은 상대적 박탈감에 자조하고 있다. 어느 대학교수는 자식의 재수가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자탄한다. 흙수저로서는 감히 쳐다 볼 수도 없는 금수저의 스펙쌓기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현실판이다. 0.01%가 상식인 세상은 없다.

6070은 진보에 대한 배신감에 빠졌다. 조국 후보자가 지금껏 세상을 향해 외쳐 온 도덕과 정의에 대한 이중적 행태에 분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의 제일선에 선 이가 조국 후보자다. 기회도 과정도 결과도 '병든 모습'의 민낯에 절망하고 자책한다.

그럼에도 청와대 입장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신임에 절대적인 모습이다. "일부 언론이 사실과 전혀 다른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며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고려대 졸업을 취소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구하기'에 대오형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조국 후보자도 비판 공세에 더욱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연일 쏟아지고 사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조 후보는 중도 사퇴 없이 인사청문회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조 후보자는 22일에도 "집안의 가장으로, 아이의 아버지로 더 세심히 살폈어야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모든 것은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며 "회초리를 들어 달라" "향후 더 겸허한 마음과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말을 되뇌었다. 앵무새 화법이다. 궤변에 가까운 영혼없는 메아리다.

여론은 이미 회초리를 들었다.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태도는 이미 모든 아버지들의 가슴에 대못을 쳤다. '더 겸허한 마음'은 지금껏 겸허했던 게 이 정도였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낮은 자세'는 그가 지금껏 낮춘 자세로 살아왔다는 떳떳함이다. 의혹과 논란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자기확신이 읽힌다. 정말 단순한 오독이기를 바랄 뿐이다.

현실은 엄중하다. 진보와 보수 언론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의혹과 논란 해소를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 또한 그에 대한 반증이다. 문 정부는 보수와 진보 언론에 대한 편가르기가 극명했다. 그럼에도 진보 언론이 나선 것은 여론의 심상찮음을 읽은 것이리라.

물론 온도차는 있다. 청문회 먼저냐 의혹과 논란 해소 먼저냐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논문·가족관련 의혹은 법적인 절차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청문회 전 분명한 입장 발표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하루치기 청문회가 지나면 아마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것이 뻔하다.

문재인 정부는 16번의 청문 보고서 채택없이 인사를 강행했다. 17번을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걸 노린다면 국민을 또다시 바보 취급하는 거다. 입시 반칙과 특권, 사학 비리 척결은 문 정부가 내세우는 정의다. 평등과 공정하지 않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조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과 논란은 평등과 공정, 정의와 관련된 문제의 종합판이다.

'조국 사태'는 우리사회의 기득권 세대와 윤리의식, 준법정신이 얼마나 괴리되어 왔는가를 보여주는 민낯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불신이 판치고 신뢰가 무너진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노력과 실력보다는 반칙과 특권으로 얼룩져 온 뿌리깊은 적폐다.

잘 난 부모들의 빗나간 욕망이 빚은 그늘이 문제다. 그 그늘은 이 땅의 젊은이들을 옭아매는 사슬이다. 욕망은 흙수저의 사다리를 끊고 그들만의 성을 공고히 쌓는다. 잘난 부모 둔 자식이 무슨 잘못일까 마는 그렇다고 공정하지 않는 게임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상식을 무시한 반칙세상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에.

조국 사태의 폐해는 이것만이 아니다. 정치권이 조국 소용돌이에 휩쓸리면서 인사청문 대상인 나머지 6명은 관심밖이다. 자고 나면 터지는 조 후보자 의혹과 논란이 다른 후보자들의 검증 눈을 가리고 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부실학회 논문 투고,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갭투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관사 재테크 의혹을 받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부당 소득공제,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정치자금 기부, 조성옥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한국마사회 사외이사 재직 논란이 제기됐다. 이들 후보에 대한 의혹뿐 아니라 자질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조국 사태에 묻혀 가거나 묻혀서는 안 된다. '조국 효과' 청문회라는 말을 경계한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