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시스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수준

한국사회, 특히 한국금융시장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의 원인으로 쉽게 이야기되는 것이 시장실패이지만, 사람들이 시장실패의 산물로 인식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겉으로는 공익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실패’에서 비롯된 것들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 각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두고 그 원인을 시장참가자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및 정보 비대칭성에 집중하여 다루어 왔다. 시장실패에 초점을 맞춘 이러한 분석은 곧 금융 거버넌스의 비대화로 연결되었고,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 시장경제에서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금융 거버넌스를 도출하기 위한 실증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경우, 금융안정성이라는 공공재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감독 기구가 결국에는 대출개입, 각종 부작위 또는 간섭, 정치적 의사결정 범람으로 각종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자유경제원 주최, ‘정치실패 연속토론회 제 4차 : 금융분야 금융 거버넌스의 위기, 어디서 왔나’의 전경. 

이에 자유경제원은 금융분야의 정치실패를 진단하는 자리를 통해 현재의 금융 거버넌스의 위기의 원인을 진단해 보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27일 자유경제원 5층 회의실에서 ‘정치실패 연속토론회 제 4차 : 금융분야 금융 거버넌스의 위기, 어디서 왔나’를 개최했다. 금번 토론회는 제 4차 정치실패 연속토론회로서 금융분야의 정치실패를 진단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사회로 시작된 토론회에서, 김인배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수고하였으며, 김상헌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이 각각 토론자로 종합토론회에 참석하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관치(官治) 금융감독 거버넌스의 위기를 언급하며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는 도리어 클린턴 행정부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부가 위험한 행동의 결과로부터 국민들을 격리시킴으로써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야기되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금융의 감독을 넘어 나라의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민간이 함께 하지 않는 또는 민간의 의견이 배제된 정부만의 미래 금융시스템의 창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이러한 관치금융시스템의 확대 혹은 재창출은 나아가 미래의 금융 거버넌스의 위기를 만드는 장본인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개발연대의 관주도 금융으로 특정 산업을 키우던 시대는 지났다고 분석하며 “우리나라 금융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의 상하이에도 밀리는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는 수준의 금융 기법과 자율성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토론을 맺으면서 “독립적인 금융감독 거버넌스의 구축이 관건이며, 정부를 빼고 그 자리에 국제적인 금융관련 기관을 넣음으로써 금융의 국제화를 촉진하자”고 제안했다.

   
▲ 자유경제원 주최, ‘정치실패 연속토론회 제 4차 : 금융분야 금융 거버넌스의 위기, 어디서 왔나’에서 금융거버넌스 위기의 본질과 그 대안에 대하여 토론하는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다음은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오늘 정치 실패 토론회는 ‘금융 거버넌스의 위기’, 특히 금융감독기구의 거버넌스의 문제점을 제목으로 달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관치(官治) 금융감독 거버넌스의 위기’로 이해된다, 우리는 1997년 외환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위기의 원인이 된 관치금융(官治金融)과 객관적이고 효과적인 금융감독 부재(不在)의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다. 2008년 월스트릿발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는 초기에는 ‘고삐 풀린’ 시장의 문제를 지적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도리어 클린턴 행정부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때문에 시작된 것, 즉 “정부가 위험한 행동의 결과로부터 국민들을 격리시킬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상황의 전형”임을 파악하게 되었다.

김인배 교수님의 발제는 금융감독의 핵심은 ‘양질의 규제 거버넌스’와 ‘효과적 감독구조’에의 해 결정되지만, 효과적인 감독성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규제 거버넌스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최근의 실증연구 결과임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2003년의 카드사태, 2011년 저축은행사태, 낙하산 인사 등은 금융감독기구의 규제 거버넌스의 문제 때문에 일어난 것임을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토론자는 Das and Quintyn(2002)이 감독기구의 규제 거버넌스의 내용으로 지적한 ‘독립성’, ‘책무성’, ‘투명성’, ‘성실성’의 4가지 축을 누가 저해하는가를 고민하였다. 결론은 금융시장의 행위자 가운데 정부 또는 정치인들의 개입이 금융시스템의 거버넌스를 해쳐 왔다는 생각이다. 이를 개발연대 이래 계속된 ‘관치금융’이 초래한 정치실패의 원인으로 보고자 한다.

과거의 관치금융이 금융을 직접 지배하며 자금을 배분하는 형태였지만, 1997년 외환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시장 직접 관리에서 금융위윈회와 금융감독원을 신설하여 감독하는 간접 관리 시스템으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관치금융 또는 관(官)에 의한 금융 감독이 사라지고 감독기구가 독립성, 책무성, 투명성, 성실성을 갖게 되었느냐가 핵심적인 검토 사안이 될 것이다. 관에 의한 감독의 문제점은 궁극적으로는 금융위원회를 누가 감시·감독하느냐의 문제와도 연계되어 있다. 더 커다란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금융의 감독을 넘어 나라의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현실이다. 민간이 함께 하지 않는 또는 민간의 의견이 배제된 정부만의 미래 금융시스템의 창출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아가 미래의 금융 거버넌스의 위기를 만드는 장본이 될 것임을 지적한다.

최근 관치금융의 가장 명징적인 예는 정부와 정치권이 부산을 국제금융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부산국제금융도시추진을 위해 만든 것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건설이다. 그 결과로 2014년 8월 22일 부산 문현금융단지에 부산국제금융센터의 준공식이 열렸다. 문제는 63층 부산국제금융센터에 외국 금융기업이 단 하나도 입주하지 않았다는 언론의 보도이다. 정부 금융기관이야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 입주시킬 수 있었겠지만, 외국 금융기관은 부산의 국제금융센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부산에 ‘국제’적인 금융센터를 기대했는데, ‘국제금융’은 전혀 관심 밖이었던 아이러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부산에 내려가 “부산이 국제금융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부는 금융기관이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기술금융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우리나라 금융을 발전시키고 부산을 국제금융도시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금융기관이 보신주의”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이고 그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간섭하지 않으면 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추진하는 사안이 부산을 ‘아시아 금융중심지’로 만들고 나아가 국제금융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것인데 63층 건물 번듯이 짓고, 한국거래소, 자산관리공사, 예탁결재원, 주택금융공사 등 정부 공공기관 내려 보내 입주시킨다고 되는 일은 아니어 보인다.

‘금융기관의 보신주의’는 정부 주도의 금융감독 시스템이 자의적이라서 금융기관들이 ‘금융감독’을 신뢰하지 않게 되어 생긴 현상이다. 이러한 금융감독의 불신을 부르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정권의 개입과 통제는 여전하다. 최근 박근혜 정권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는 계속되고 야당은 이를 ‘친박 공수부대’라고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금융기관들의 불신을 받는 기관인 정부 기관 금융위원회가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코메디가 계속되는 현실이다. 과거 관치금융 때문에 금융이 발전하지 않았으니 유아기 단계인 금융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이런 방안을 마련하여 마마보이가 되게 하거나 자율 성장을 망쳐 다시 ‘보신주의’에 빠지는 모순이 계속되는 현실이다.

세계의 금융 중심지라는 미국, 영국, 홍콩과 한국이 다른 결과를 가지게 된 차이는 한마디로 (정부로부터의) 자율과 (정부의) 통제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부터 한국은 이승만 시기 은행 민간 불하 이후 박정희 정부 시기 은행 국영화가 오래 지속되어 지금까지 50년이 넘게 지속되었고 관치가 금융의 핵심에 자리 잡게 되었다. 한 때 개발연대에 특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금융지원의 필요 때문에 관치금융이 요구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러한 관치금융 때문에 경제개발 연대에 투자 자금을 배분 받기 위해 정경 유착 부패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것이 개발연대의 대표적인 금융 분야에서의 정치실패의 예이다. 이렇게 투자 자금을 정부가 쥐게 되니 기업은 정경유착에 빠지지 않고 금융 자율성 확보와 위하여 생명보험, 카드, 백화점 등 현금성 사업의 확보와 유지에 몰두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시대가 아님은 주지의 시살이다. 잘 나가는 국내 기업에 외국인 투자 자본이 보통은 50%를 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관치금융이 초래한 더 큰 문제는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망칠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의 규제 거버넌스를 해친 것이다. 결국 금융 거버넌스의 선진화는 다른 말로 관치금융의 철폐 또는 관치금융이라는 50년 적폐를 폐지하는 일이다. 특히 재경부 마피아는 자신들의 권한, 자신들의 미래 일자리를 결코 놓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재경부 마피아는 1997년 대한민국이 맞는 외환금융위기의 원인을 대기업의 투자로 몰고 가는 괴력도 가지고 있음에서 충분히 저항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금융선진화를 위해서는 민간주도 금융 거버넌스 특히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양질의 금융감독 규제 거버넌스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개발연대의 관주도 금융으로 특정 산업을 키우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의 현실은 정부나 정치권의 기대와는 달리 서울 또는 부산, 또는 인천을 금융허브로 만들어 보겠다는 과거의 모든 시도들이 허망한 구상이 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 금융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의 상하이에도 밀리는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는 수준의 금융 기법과 자율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문제되는 것과 별도로 정부가 행사하는 과도한 ‘재량권 남용’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의 강제 또는 직간접의 금융권 지도가 금융규제 적폐의 핵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정치와 사회는 민주화 되었는데 금융 분야는 과거 박정희 권위주의의 유산이 아직도 남아 있다. 사라져도 진작 사라졌어야할 부분이다. 금융기관 및 임원에 대한 검사권과 제재권이 정부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있는데 이를 법(法)으로 박탈하고 새로운 독립적인 감독 거버넌스를 창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겠다. 방법의 측면에서 본다면 국민의 주의를 환기하고, 언론의 지원을 받아 정기권을 압박해서 관치를 털어내는 입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의 대권주자들이 앞으로는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은행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하게 이끌어야 한다. 아울러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재경부 마피아의 낙하산 관행을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나아가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를 누가 감시하느냐의 문제를 공론화 하여 객관적인 감사를 받도록 제도화해야 하겠다. 4조 5천억 원이 넘는 불법대출과 2조 5천억의 화계비리 등 7조원 규모의 부산저축은행 부정부패 사건은 지연, 학연, 금융감독원의 감독 소홀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감사원 특히 은진수 위원의 경우 2010년 저축은행 감사정보를 빼내 자신이 몸담았던 부산저축은행에 넘겼다. 감사를 해야 할 인물이 감사정보를 빼돌린 감사기관은 누가 감시하느냐의 문제, 그리고 금융감독위를 감시하지 못한 금융감독위의 문제는 독립적인 규제 기관의 창출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제2, 제3의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막기 위한 방안은 즉 결국 독립적인 금융감독 거버넌스의 구축이 문제이다. 정부를 빼고 그 자리에 국제적인 금융관련 기관을 넣음으로써 금융의 국제화를 촉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