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손실도 감당할 수 있다”며 5000만원 가입에 대한 이른바 ‘애국펀드’가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NH투자증권뿐 아니라 KB금융과 신한금융도 비슷한 성격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수익률만 생각했을 때에는 상당히 위험한 상품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가 업계 화제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지난 14일부터 판매 중인 이번 상품은 부품·소재·장비 관련 기업이나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성을 갖춘 국내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 코리아 펀드'에 가입한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어려움을 경쟁력 강화로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상품으로,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투자에 나서면서 큰 화제가 됐다. 출시 초기 일평균 판매액이 1억원에 그쳤던 본 상품은 문 대통령 가입 이후 하루 판매액이 20~30억원 수준까지 폭증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수탁고는 380억원이며, 모펀드 기준 수익률은 0.21%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이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신한은행, KB자산운용과 KB국민은행 역시 ‘필승코리아 펀드’와 유사한 구조 또는 취지로 기획된 상품 출시를 구체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경우 한국 반도체 부품·소재 기업을 중심으로 펀드를 구성해 내달 중으로 출시에 나설 예정이다. KB자산운용 역시 판매사인 KB국민은행과 관련 상품 출시를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상품의 취지와는 별개로 수익성 측면에서 제기되는 우려다. 현재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상태다. 외인들은 지난달에만 무려 2조 3567억원의 주식 투자금을 회수했다.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 7월 31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는 13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내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 특별한 호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출시된 이번 상품은 국내 기업들을 위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할 수도 있는 상품이다. 문 대통령조차 “손실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 상황이라 화제 만들기에는 성공했지만, 철저히 수익성을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와는 상충되는 지점도 많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배영훈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는 해당상품 출시에 앞서 “애국심에만 호소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때 정부의 주력상품으로 각광 받았던 코스닥벤처펀드 조차 최근 한 달간 설정액이 100억원 넘게 감소했고, 연초 대비로는 1872억원이나 격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IMF 사태 직후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거국적인 흐름을 기대한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과연 투자자들이 크고 작은 손실을 감수해서 펀드 투자에 나설 것인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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