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희연 기자]서울시와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가 오는 19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과 광진구 강변역에서 각각 ‘역세권 청년주택’ 첫 입주자 모집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주택형이 인근지역 오피스텔 평균 임대료보다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탁상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청년 세대의 주거비 부담과 주거 빈곤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준(準)공공임대주택이다. 전체 물량의 10~25%는 공공임대로 기부채납(공공기여)이 이뤄지지만 나머지 물량은 민간임대 물량으로 채워지면서 민간 물량에 대한 고액 월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민간임대는 소득과 자산기준도 따로 없어 금수저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 공급을 시작하는 '청년주택'은 5개지역 2136호에 달한다. 이 가운데 '역세권 청년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의 지원을 바탕으로 민간사업자가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지어 청년·신혼부부에게 주변 임대료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정책이다.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등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면 민간사업자가 역세권에 주거면적의 100%를 임대주택으로 건립해 20%가량은 서울시에 공공임대로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물량은 민간임대로 공급한다. 임대료는 공공임대가 주변 시세의 30%, 민간임대는 85~95% 수준이다.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이날부터 19일까지 충정로역과 강변역 인근 역세권 청년주택 583가구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실시한다. 충정로 인근에서 총 499가구(공공 49가구·민간 450가구), 강변역 인근에서 84가구(공공 18가구·민간 66가구)를 공급한다. 서울시가 소유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와 민간사업자가 소유 주체인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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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직방 |
시가 직접 공급하는 공공임대 67가구는 주변 시세 30% 수준의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로 공급한다. 민간이 공급하는 516가구 중 약 20%에 해당하는 103가구는 주변시세 85% 수준에서 특별공급된다. 역세권 청년주택에 입주하려면 연령·소득·자산 기준은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만 19~39세 이하로 무주택가구 구성원이어야 한다. 무주택가구 구성원이란 가구 구성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또 생계를 위해 필요하거나 장애가 있는 입주자를 제외하고는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3인가구) 120% 이하에서 순위별로 차등을 둔다. 자산기준은 대학생 (7500만원) 청년(2억3200만원) 신혼부부(2억8000만원)등이다. 다만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소득과 자산 기준이 없다.
이 가운데 청년 세대의 주거비 부담과 주거 빈곤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역세권 청년주택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에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450실)의 임대보증금 3640만~1억1280만원(임대보증금 비율 30~40%)에 월세는 29만~78만원으로 책정됐다. 청년들이 부담해야 할 보증금만 3500만원이 넘는다. 전용면적 17㎡(임대보증금 비율 40%)는 임대보증금 5310만원에 월세 32만원이다. 전용면적 35㎡(A~C 타입)는 임대보증금 7550만~1억200만원에 월세 60만~71만원 수준이다.
직방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주택은 충정로 인근인 서대문·마포·종로· 중구의 오피스텔 환산전세금(월세를 전세보증금으로 환산해서 계산)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전용 20㎡ 이하는 주변에 낡은 오피스텔에 비해 역세권 청년주택이 1000만~2000만원 낮지만, 20~30㎡ 이하는 1000만원 이상 높다. 전용 30~40㎡ 이하는 전체에 비해서는 약 6000만원 높게 임대료가 책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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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직방 |
서울 전체 오피스텔 평균 임대료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에서 거래된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료와 비교하면 전용 30~40㎡ 구간에서는 청년주택 보증금과 월세 모두 서울 평균 오피스텔 임대료를 웃돈다. 올해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료는 △전용 20㎡이하 보증금 2723만원, 월세 44만3600원 △전용 20~30㎡이하 보증금 2947만원, 월세 51만6500원 △전용 30~40㎡이하 보증금 3707만원, 월세 61만6500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용 30~40㎡ 구간의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 단독·다가구 평균 임대료(보증금 2914만원·월세 37만원)에 비해 보증금은 최대 3배 이상, 월세는 20만원 이상 높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피스텔의 월세거래가격과 비교할 때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의 임대료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서울시에서 청년들의 주거 질을 높이고 주거 비용을 낮춰 주는 효과는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채납된 공공임대분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원룸에서 거주하는 청년 계층이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를 부담하기는 그 차이가 너무 크며, 공공민간지원임대 역세권 청년주택은 주거비 부담이 큰 ‘주거빈곤층’ 등의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이 되기 보다는 기존의 오피스텔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청년계층의 수평 이동할 수 있는 다양한 주거상품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소득과 자산 기준이 없다. 이에 금수저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역세권 청년주택 민간임대주택(일반 공급)의 입주 요건을 보면, 만 19~39세 이하이면서, 결혼을 하지 않은 무주택자이다. 공공임대와 다르게 소득이나 자산 기준은 따로 적용하지 않아 고소득, 자산가 청년들도 입주 가능하다는 것.
업계 한 전문가는 "시장에 나와 있는 임대 매물이 많음에도 청년들이 역세권 주택에 못사는 이유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크다"며 "역세권 청년주택이 주변시세 비중 85~90%라고해도 보증금이 시세보다 높다는 점은 청년들에겐 '그림의 떡'인 셈이다"고 전했다. 이어 "저소득 청년층들을 위한 주거비 부담과 주거 빈곤 해소를 위한 정책의 궁극 목표가 수요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불과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해명자료를 통해 "역세권 청년주택은 임대료가 주변시세의 30%수준인 공공임대와 주변시세의 85% 수준인 민간 특별공급, 주변시세의 95% 수준인 민간 일반공급분이 있으며 일반공급분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편향된 비교가 될 수 있다"며 "신축 아파트인 역세권청년주택은 대부분 수년에서 20년이 넘은 단독, 다가구와 건립연도에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서비스면적인 확장형 발코니 및 각종 주민 편의시설을 가지고 있어 주거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전했다.
이어 "발코니가 없는 오피스텔과는 달리 발코니 확장시 임대료 산정기준이 된 전용면적보다 25~30% 면적증대 효과가 있으며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특별공급에 대해 소득 및 자산에 따라 입주 우선순위를 두어 공공임대의 경우 1순위는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이하, 2순위는 70%이하, 3순위는 100% 이하의 소득을 가진 청년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소득이 낮은 청년계층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SH공사도 역세권 청년주택이 속한 지역 시세를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80~90% 수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한 만큼 공공임대보다는 비싼 수준이지만,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한 수준이다고 반박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보증금과 임대료는 서울시와 협약할 당시(2년 전),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을 기반으로 책정했다"며 "2년 전 주변시세 비중 85~95% 기준인데, 2년 후 현재 주변 시세는 더 오른셈이라고 치면 역세권 청년주택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민간임대는 소득기준과 자산기준이 없애 자격 기준을 완화시킨 것인데 공공임대는 자격기준이 까다로운 부분이 있고, 민간임대의 경우 가전, 빌트인 등 민간에서 공급하는 일반 주택과 같은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민간 사업자가 사업 주체이기 때문에 공공임대와 민간임대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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