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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기 신도시 중 하남 교산지구 전경.(기사 내용과 무관)/사진=국토부. |
[미디어펜=손희연 기자]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역대 최대치의 토지 보상금이 풀릴 전망이다.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풀리는 만큼, 시중에 유동자금이 쏠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뭉칫돈이 쉽사리 토지 시장으로 바로 유입된다고 볼 수 없어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르다는 관측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수도권 11개 공공택지에서 6조6000억원가량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에서 공개된 성남 복정1·2지구와 남양주 진접2지구 등에 대한 토지 보상금이다.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발표한 3기 신도시 등 중·대규모 택지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까지 나온 토지 보상금은 45조원에 이른다. 역대 가장 많은 보상금이 풀린 2009년(34조8000억원)보다 10조원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역대 최대치의 토지 보상금이 풀리는 만큼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 집값을 자극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리는 것은 2003년 2기 신도시 지정 이후 16년 만이다. 노무현 정부는 서울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해 신도시로 지정하고 토지 보상금을 풀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신도시 조성에도 불구,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2기 신도시를 조성하던 2006년에는 토지보상금 29조원 가운데 11조원(37.8%)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다. 당시 집값과 주택가격이 모두 올랐다. 2006년 전국 지가는 5.61% 올라 2002년 8.98%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같은 해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20.34%에 달했다. 2000년대 들어 2002년 21.8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에 2기 신도시 개발 사례처럼 신도시 토지 보상금이 서울 등 인기 지역 부동산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
거시 경제 불안과 저금리 장기화 등의 상황에서 실속 있는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토지 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투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현재 땅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전국 땅값은 0.33% 올라 2010년 11월 이후 106개월 연속으로 쉼 없이 오름세를 이어갔다. 2015년에는 연간 2.4% 올랐고, 2016년 2.7%, 2017년 3.88%, 2018년 4.58%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전월 대비 0.31% 상승을 시작으로 2월 0.27% 3월 0.30% 4월 0.32% 5월 0.33% 6월 0.32% 7월 0.34%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토지보상금을 받으면 토지 소유자들은 대체로 인근 주택이나 토지 등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저금리 기조로 부동자금이 증가했는데,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이 몰릴 가능성이 있어 규제가 덜 한 지역으로 투자자들이 몰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대토보상(다른 지역 토지를 줌)을 확대하고 리츠를 활용할 계획이다. 토지보상이 전액 현금으로 이뤄지지 않게 하겠다는 것. 대토 보상은 토지주에게 현금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다른 땅을 대신 주는 제도다. 리츠는 대토로 받은 복수의 택지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리츠가 이 땅에 공동주택 등 주택사업을 시행한 뒤 사업이익은 배당 등의 형태로 대토 보상자들에게 제공하는 형태다. 이에 예상보다 토지보상금 규모가 작을 수 있다.
다만 3기 신도시는 원주민 비율이 높아 대토보상을 원하는 수요가 적을 수도 있다. 리츠의 경우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채권보상도 금융시장에서 할인을 통한 현금화가 가능해 시중에 자금이 풀리는 걸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2005년에는 채권보상을 의무화했지만 지주들이 채권액면가의 97~98% 수준으로 할인받아 현금으로 바꾼 바 있다.
반면 토지보상금이 풀린다고 해서 땅값과 집값을 자극시킬 것이라는 전망은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 전반적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데다 토지는 미래 불확실성이 있어 단순히 주택 규제를 피해 토지로 유동성이 쏠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며 "주택시장도 현재 규제가 워낙에 고강도인 상태라, 유동자금이 쉽게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와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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