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하고 있는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손희연 기자]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앞서 정부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6개월 유예를 주면서 서울 정비사업 단지마다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통해 이미 이주나 철거가 진행 중인 단지는 내년 4월 말까지 일반분양 채비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반면 기간 내 이주나 철거가 힘들어 분양이 어려워 보이는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분양가 상한제 보완방안'(10‧1 대책)을 통해 일부 서울 정비사업단지들에 상한제 적용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상한제 적용 유예에 해당 되는 단지는 상한제 시행령 시행 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거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고 시행령 시행 후 6개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한 경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 내 재건축‧재개발 61개 단지, 6만8000가구 정도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로 추정한다. 이들 중 내년 4월 말까지 분양이 가능한 단지들은 상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서울 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 모두가 상한제 유예 전에 일반 분양을 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보면 일반 분양은 사업자가 철거를 끝낸 직후 해당 시·군·구로부터 착공확인서를 받은 후에야 가능하다. 관리처분인가, 이주, 철거, 착공으로 이어지는 재건축 진행 과정에서 이주와 철거는 통상 1년 이상 걸린다. 철거 이후에 설계변경 등을 해야 하면 시간은 더 소요될 수 있다.
이에 유예 기간 내에 분양 가능성이 큰 단지들과 그렇지 못한 단지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우선 대표적으로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강동구 둔촌주공 등이다. 이들 단지는 일정을 서둘러 철거를 진행을 마무리하고, 착공 신고 후 입주자 모집을 하면 일정 변화 등을 감안해도 유예 기간인 내년 4월까지는 분양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
이에 해당 단지들은 호가 오르고 매물이 실종되는 등 시장 반응도 꿈틀대고 있다. 상한제 적용이 6개월 유예되면서 내년 4월 말 이전에 입주자모집공고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여진다.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단지는 '10·1 대책'이 발표된 후 매물이 실종되고 호가가 5000만원 가량 상승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둔촌주공은 일주일 만에 호가가 5000만원 가량 올랐다. 전용 84㎡ 의 경우 이달 초 16억원대 호가에서 현재 16억원 중반까지 상승했다. 전용 88㎡는 16억6000만원에서 17억원대까지 호가가 올랐다. 강남구 개포주공 4단지도 호가가 수천만원 오르면서 매물을 찾는 매수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이 밖에도 업계에선 서울에서 올해 말이나 내년 4월까지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곳으로 흑석3구역 재개발, 홍은1구역 재건축, 홍은2구역 재건축, 효창6구역 재개발, 면목4구역 재건축, 용두6구역 재개발 등을 꼽고 있다. 내년 4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을 받지 않는 만큼 최대한 분양 일정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이주나 철거를 진행하지 못한 일부 단지들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음에도 유예기간 내 일반분양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지 못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놓여졌다. 대표적으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다. 해당 단지는 조합원간 소송이 걸려 있어 이주가 중단된 상태다. 소송을 마무리하고 당장 이주를 시작하더라도 내년 4월 입주자모집공고신청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강남구 청담삼익·대치은마, 서초구 방배 13·14구역,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어려워진 단지들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6개월 유예를 주는 것에 대한 생색내기식 보완 대책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더구나 내년 4월 전에 힘겹게 일반분양 일정을 맞춘다고 해도 HUG의 고분양 통제라는 변수도 작용될 수 있어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내 일반 분양을 못하는 단지가 다수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주요 정비사업 단지 중 소수 빼고는 6개월 안에 분양하기가 일정상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선심 쓰듯이 유예기간을 줬는데 사실상 도시정비사업이 변수도 많고 HUG의 고분양가 통제부터 분담금 산정도 못한 상황에서 입주자모집을 내년 4월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리모델링 사업장은 유예기간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상한제 시행 직후 바로 상한제에 적용돼 형평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용산구 이촌현대의 경우 리모델링 단지 중 국내에서 처음으로 30가구 이상(97가구) 일반분양하기로 했으나, 유예기간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분양가 상한제에 해당되게 됐다.
또한 정부가 상한제 시행령 시행 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와 신청한 단지가 시행령 시행 후 6개월 안에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입장에 대해서 시장 혼란도 야기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들에 6개월 유예기간을 둔다는 것이 핵심이나 시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자체가 미뤄지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등 혼란이 생기고 있다. 국회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아예 제외하느냐"고 묻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