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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손희연 기자]민간택지 분양가 확대 시행을 앞두고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시장 과열 조짐을 보이면 언제라도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 시사하면서 이목이 집중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시장 과열이 나타날 경우 추가 규제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장관은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재개발, 재건축 등 투기수요가 있는 부분에 대한 정부 규제 입장을 변함이 없고 이달 말쯤 시행령을 개정하고, 관계기관의 협의를 통해 언제라도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체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핀셋규제를 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 시장 과열이 재현되는 경우에는 보다 강력한 안전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서울 집값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 7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한 서울 아파트값이 15주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7일 기준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역시 일주일 전에 비해 0.07% 상승했다. 전주 상승률 0.08%에 비해 소폭 상승폭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강남 3개구 아파트값은 강남구가 지난 7월부터 9월 말까지 누적 기준 0.67% 올라 가장 많이 올랐고 서초구 0.64%, 송파구 0.58% 순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높았다.
이어 청약 시장 과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있었던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도입 발표 후 서울 청약 시장 내에서는 수백 대 일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 서울에서 1순위 청약접수를 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89가구 모집에 1만8134명이 접수해 203.75대 1이라는 전국 최고 수준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주택형별 청약경쟁률에서는 전용면적 84㎡E 1가구 모집에 1123명이 몰리며 최고 경쟁률이 1123대 1을 찍었다. 세 자릿수 평균 경쟁률이 나온 것은 지난 2016년 11·3부동산대책이 발표되기 전, 규제를 비껴간 마지막 단지로 꼽혔던 용산구 효창동 ‘롯데캐슬 센터포레’의 156대1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1년 후 서울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동향 10월호'에 실린 부동산 시장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년 후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총 61.9%였다. 현재 서울의 주택 매매가 상승률이 '높다'(높음+매우 높음)고 본 전문가는 전체의 54.3%였다. 현재 서울 집값 상승률이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1년 뒤에도 계속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 시장이 과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시장 과열이 재현될 경우 강력한 안전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추가 대책을 시사한 김 장관의 발언에 따라 업계에선 추가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이후에도 청약 시장이 과열된다면 채권입찰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있다.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시세 차익을 볼 경우, 시세 차익에서 일정 부분을 국채로 환수하는 채권입찰제를 도입을 시킬 수도 있다는 것. 채권입찰제의 경우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건축 가능 연한을 확대하거나 임대주택 의무비율 조정 등도 거론된다. 현재 30년인 재건축 가능 연한을 참여정부 수준의 40년으로 확대하면 서울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안정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종부세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된 만큼 세금을 높이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이미 국회에서는 5주택 이상 보유자와 청약조정지역내 3주택 이상 소유자의 종합부동산세를 현행보다 더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다주택자와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자녀 등 부동산 증여가 급증하고 있어 증여세를 높이는 방안도 있다. 고강도 규제로 꼽히는 주택거래허가제까지 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03년 10·29대책 당시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하다 위헌소지 문제 등 반발이 거세자 '주택거래신고제'로 바꿨다.
다만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10월 서울 25개 구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3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에는 총 8815건으로 나타나 하루평균 284.3건까지 치솟아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8월 5459건(하루평균 176.1건), 9월 1596건(하루평균 53.2건)을 기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시장의 거래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주택매매거래지수(HSTI)를 최초로 공개했다. 주택매매거래지수(HSTI)는 기준값 대비 당해연도(반기)의 거래량과 거래율을 고려해 재산출한 값이다. 1을 기준으로 1미만일 경우 기준거래수준에 미치지 못한 침체기로, 1을 초과할 경우 기준거래를 넘어선 거래 활황기인 것으로 해석한다. 거래 기준값은 금융위기 이후 10년(2008∼2017년)간의 평균값으로 정했다.
올해 상반기 전국 HSTI는 0.63으로, 기준선(1.00)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0.53), 부산(0.47), 울산(0.47), 경남(0.54)의 거래 침체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 규제지역 44곳 가운데 41곳이 HSTI 0.7 미만인 침체(2단계)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규제지역은 전국 시군구(261곳)의 16.9%에 불과하나 주택 숫자로는 30%, 거래량으로는 25%를 차지한다. 규제지역의 거래 침체는 전체 시장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10일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대안 모색 세미나’에서 권 책임연구원은 ‘최근 주택거래시장 진단과 향후 전망’을 통해 “서울, 경기, 부산 등의 규제지역과 강원, 경남 등의 지방거래시장의 거래 침체수준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은 “이같은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면 거래 감소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국적으로 거래 감소 현상을 개선하려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의 집값 오름세를 근거로 한 규제 확대 정책을 재검토하고 지방 규제지역 지정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제강화로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서울 주택시장 변동성 및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대내외적인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서울 주택가격만 계속 오르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를 완화하고 거래를 정상화함으로써 자유롭게 주거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대출 받을 이유가 없는 ‘현금부자’를 중심으로 거래시장이 형성됐지만 주택 구입 능력이 떨어지는 1주택자를 비롯한 실수요자는 정작 이사가거나 내 집 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주택자에게 중과되는 양도소득세 또한 투기 수요를 억제했지만 ‘거래 절벽’과 증여거래로 가는 ‘풍선효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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