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해 안전진단 기준 강화
올림픽선수촌아파트 C등급 받아
"서울 주택 공급 감소 극대화 우려"
   
▲ 서울 목동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서울에서 건축연한 30년을 넘긴 터줏대감 대단지 아파트들이 재건축 진행 초기 단계인 정밀안전진단에서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지난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 아파트들이 정밀안전진단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사실상 재건축 사업 진행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특히 최근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현재 정밀안전진단이 진행 중인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등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 단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 3월 방배삼호는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 강화 후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첫 번째 서울 재건축 단지가 됐다. 방배삼호 재건축이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자 안전진단 신청을 미뤄온 다른 아파트 단지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최근 정밀안전진단에서 퇴짜를 맞고 있다. 최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 용역 조사 결과, 유지·보수에 해당하는 C등급을 송파구청으로부터 받았다. 해당 단지의 이번 용역 조사 결과, △주거환경,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비용분석 등 3개 평가항목에서 D등급을 받았고 구조안전성 항목에서는 B등급을 받으면서 최종 C등급으로 결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아파트도 예비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으면서 고배를 마셨다.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강화한 안전진단 기준이 시장에 적용되자 안전진단 신청을 연기한 상황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기 위해 진행되는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로 아파트 단지의 노후와 불량 정도에 따라 구조 안전성 여부, 보수비용 및 주변여건 등을 조사해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이다. 

이 가운데 현재 정밀안전진단이 진행 중인 목동신시가지 6·9·13단지와 은평구 불광동 미성아파트 등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목동에 위치한 A부동산공인중개업자는 "최근 발표된 재건축 안전진단을 받은 아파트단지들의 결과가 안좋게 나오면서, 재건축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 목동 주민들이 긴장한 모습이다"며 "현재 정밀안전진단 조사가 진행 중이라, 최근 매수 문의도 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같이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재건축 추진에 발을 묶이는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안전진단 평가 항목에서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20%에서 50%로 확대했다. 예비안전진단을 거친 후 1차에서는 민간기관에 정밀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어 2차에서는 공공기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재건축 사업을 추진 할 수 있다.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인 안전진단에서부터 제동이 걸리자 서울 주택 공급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비롯해 현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으로 서울 새 아파트 공급 감소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 재건축 시작 단계에 놓인 노후 아파트들마저 안전진단 단계부터 속도를 못 내면서 공급 감소 우려가 더 극대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만큼 안정성도 보장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시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전진단 등급을 무리하게 받아 재건축 진행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줄일 수 있다"며 "재건축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정밀하게 해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안정성이 더 보장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노후 아파트 53개 동이 안전등급 D·E 등급을 받아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취약시설물 조사 결과 D등급은 긴급한 보수나 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다. E등급은 심각한 결함으로 인해 시설물의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안전취약시설물 현황'에 따르면 노후로 인한 붕괴 위험 아파트는 지난달 말 현재 총 53개동에 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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