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희연 기자]하반기 최대어 재개발 단지인 갈현1구역과 한남3구역의 수주전이 본격화되면서 과열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사업 제안서를 비롯해 홍보요원(OS요원)불법 홍보 및 금품·향응 제공 등으로 복마전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사업 투명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갈현1구역과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마감이 완료되면서 수주전 대진표가 완성됐다.
사업비만 9200억원 규모인 갈현1구역은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응찰해 시공권을 놓고 수주전을 펼친다. 현대건설은 갈현1구역에 최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80%까지 이주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이주비는 LTV와 관계없이 가구당 2억원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롯데건설은 건설사 중에서 1000억원의 입찰보증금을 조합에 먼저 완납하며 강력한 수주 의지를 내비치쳤다.
한남3구역 입찰에는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이 응찰했다. 3개 건설사는 각각 이주비 지원 및 조망권 확보, 특화설계안, 분양가 보장 등을 입찰 제안서에 담아 조합에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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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3구역 일대 전경./사진=미디어펜. |
특히 한남3구역과 갈현1구역에는 시공사 입찰 공고가 나기 전부터 홍보요원(OS요원)이 투입되는 등 물밑 작업이 치열, 수주전 열기가 과열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OS요원이 투입되면서 금품과 향응 제공 등 복마전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다. 도시정비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로 잠잠했던 불법 홍보와 금품·향응 제공 등과 같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 수주 비리 복마전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미 건설사 OS요원들이 해당 조합 조합원들 접촉을 시도하거나 상대 건설사에 대한 과도한 비방전을 펼치는 등 조합원들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건설사들이 과열 수주전을 펼치고 있는 이유에는 국내 수주 실적 성과와 향후 먹거리 확보를 위함이다. 정부가 고강도의 재건축 시장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재건축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지자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 사업 일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향후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확대도 시행될 것으로 보여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의 사업성 위축은 불가피한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우선 사업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 우수한 입지의 도시정비사업장 시공권을 가지고 오고 싶어 한다"며 "건설사들의 일감 확보에 있어서 수주 전략도 다양한데, 우선 조합원들의 표심잡기가 중요해 어느 한 건설사가 입찰 제안서에 뭐 하나를 명시하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다른 건설사들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른 조건을 또 제시하면서 수주전이 과열로 치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주요 재개발 사업장에선 과열 경쟁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재건축·재개발 사업 진행시 수주비리가 있는 시공사에 시공권 박탈 또는 공사비의 20% 과징금, 2년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개선책을 시행하면서 시공사들의 '클린 수주' 경쟁을 이끌기 위해 노력해왔다. 올 4월에는 ‘2019년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시공사 수주비리에 대해 ‘3진 아웃제’를 도입하고,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조합원 피해를 방지하고자 시공사, 조합의 공사비 증액요구에 대한 공사비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청와대도 도시정비사업장 수주 비리를 적폐 청산 과제로 규정하며 시공사들의 시공권 확보를 위한 비리 근절에 나서기도 했다.
건설업계도 2017년 대형 건설사들이 모여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공정경쟁을 실천해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건설사들 자체적으로 클린 수주 경쟁을 위한 자정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GS건설은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 대회'에 불참했지만, 2017년 하반기 강남 재건축 수주전 당시 ‘클린 수주’를 건설사 중 최초로 선언하며 클린 수주 선언을 발표했다.
다만 정부가 지난 2017년 강남 재건축 수주전 과열 경쟁 현상으로 도시정비사업장 시공사 선정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현재 정부 의도와는 다른 상반된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가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잠시나마 잠잠해진 과도한 OS요원 홍보활동이나, 금품과 향응 제공과 금품·이사비·재건축부담금 등 직접적 제공이 분양가 보장, 과도한 이주비 지원 등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의 경우 시공사 사업 제안서에는 시세를 웃도는 높은 분양가 확정 제안 등, 과도한 이주비 지원, 특화 설계안 등 위법성으로 보기에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제안들이 나왔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관련 기관들도 관리감독을 강화할 태세다.
문제는 과열 수주 경쟁으로 조합원들을 비롯 일반 분양자들 등은 선의의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토부의 재건축·재개발 비리 규제로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 금전 지원 경쟁은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히 보면 시공사들이 규제망을 피해 과도한 이주비나 높은 분양가 보장 등 다른 방법으로 조합원들 표심 잡기에 나서며 과열 경쟁으로 펼쳐지고 있다"며 "시공사들의 과열 수주 경쟁으로 나온 설계 변경 제시, 과도한 이주비, 높은 분양가 확정 제안은 나중에 보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낮을 수 있고, 시공사들의 제안서 중에서 조합원들과 일반 분양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할 수 있기에 시공사들의 제안서 등을 꼼꼼하게 따져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를 봐야 선의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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