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의 우승으로 끝난 2019시즌 한국시리즈. MVP의 영광은 오재일(33)에게 돌아갔다. 오재일은 두산이 키움 히어로즈에 4연승을 거두고 정상에 오르는 데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쳐 당당히 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26일 열린 4차전 경기 9회말 두산 수비에서 3루수 허경민이 실책을 하지 않았다면? MVP는 다른 선수가 수상했을 것이다. 즉, 4차전 9회초까지만 해도 MVP는 포수 박세혁(29)으로 내정(?)돼 있었다. 

   
▲ 2019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두산 오재일이 부상으로 승용차를 받았다. /사진='더팩트' 제공


두산이 우승을 결정지은 이날 4차전은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치열하게 전개됐다. 1회말 2-0 키움 리드, 2회초 3-2 두산 역전, 2회말 키움 6득점으로 8-3 재역전, 4회초 두산 1점 추격해 8-4, 5회초 두산 5득점으로 9-8 재재역전.

이렇게 두산이 1점 앞선 상황에서 9회말 마지막 수비를 맞았다. 두산의 마무리투수로 등판한 이용찬이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용찬은 김규민의 투수 땅볼을 직접 홈송구해 실점을 막으면서 투아웃을 만들었다. 그리고 서건창을 3루 땅볼 유도했다. 강한 타구였고 바운드되면서 약간 튀어오르긴 했지만 3루수 허경민이 잡을 수 있는 공이었다. 

경기가 그대로 끝나고 두산의 우승이 결정나는가 했다. 그러나 허경민이 이 볼을 포구하지 못하고 뒤로 빠트렸고, 3루주자가 홈을 밟아 극적인 동점이 됐다.

9-9로 동점이 돼 연장으로 넘어간 승부. 두산의 '우승 영웅'이 등장했다. 오재원의 2루타로 만든 2사 3루 찬스에서 오재일이 키움 투수 브리검으로부터 우익수 옆으로 향하는 호쾌한 결승 2루타를 때려냈다. 이후 김재환의 쐐기 적시타까지 더해 두산은 11-9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 팡파레를 울렸다. 

그라운드에서 이렇게 막판 급박한 상황 변화가 생기는 동안 한국시리즈 MVP 투표권을 가진 현장 취재진도 급박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9회말 허경민의 실책으로 동점이 되기 전까지, 미리 실시된 투표 결과 MVP는 박세혁이었다. 상패 제작과 원활한 시상식 준비를 위해 시리즈 승부가 거의 결정나고 나면 KBO는 투표인단의 표를 미리 수집한다. 여기서 총 69표 가운데 박세혁이 압도적인 56표를 받아 MVP로 내정돼 있었다.

   
▲ 두산 포수 박세혁이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사진='더팩트' 제공


그런데 동점이 되고 연장에 돌입한 끝에 결국 두산이 우승을 확정짓자 MVP 재투표가 진행됐다. 두산의 우승을 결정지은 결승 2루타를 때린 오재일이 재투표에서 36표를 획득, 26표를 받은 박세혁을 따돌렸다.

물론 오재일은 누가 뭐래도 MVP를 수상할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1차전 9회말 끝내기 안타, 2차전 투런홈런, 3차전 쐐기점을 뽑아낸 1타점 2루타, 그리고 4차전 연장 결승 2루타. 이번 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18타수 6안타)에 홈런도 하나 치고 팀내 최다인 6타점을 올렸다. 성적도 좋았고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연이어 한 오재일이다.

박세혁도 MVP를 받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성적을 냈다. 4경기 모두 주전 마스크를 쓰고 두산의 안방을 든든히 지키며 4연승을 이끌었다. 포수로서의 좋은 수비뿐 아니라 타율이 팀내 최고인 4할1푼7리(12타수 5안타)나 됐고 2루타와 3루타를 하나씩 때리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타점도 4개나 올렸다. 1차 투표에서 박세혁이 왜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두산 선수단 전체의 영광이고 기쁨이다. 박세혁은의 붙박이 안방마님이었던 양의지가 NC로 FA 이적한 공백을 전혀 못느끼게 두산의 새로운 안방마님이 됐다. 양의지와 함께 국가대표로 뽑혔고, 이제 '우승팀 주전포수'라는 타이틀도 달게 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재 두산 퓨처스 감독으로 있는 아버지 박철우 감독(1989년 해태 시절 한국시리즈 MVP)과 함께 부자가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는 사상 첫 기록을 놓쳤다는 것이다. 

오재일은 허경민 덕분(?)에 2019년 한국시리즈 MVP로 기록에 영원히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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