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간격으로 놓은 목재 8개 확인…달구질 흔적도
   
▲ 함안 가야리 유적 토성벽. 사진 붉은색 선이 성을 쌓기 위해 놓은 나무인 횡장목이고, 파란색 원은 목책 흔적 [사진=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경남 함안에 있는 아라가야 왕궁 추정 토성이 목재로 매우 정교하게 쌓은 시설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아라가야 왕궁으로 추정되는 함안 가야리 유적(사적 제554호)의 5세기 말∼6세기 초에 조성한 것으로 짐작되는 토성벽에서 지름 10∼15㎝, 길이 약 4.8m인 목재 8개가 60∼80㎝ 간격으로 설치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30일 밝혔다.

성벽을 가로질러 놓은 이 횡장목(橫長木)은 길이가 약 6m의 중심 토루(土壘·굴착 공사에서 특정 부문의 지지물)의 약 60∼70㎝ 깊이에서 발견됐다.

토루 내.외곽에 횡장목과 유사한 간격으로 열을 지어 박은 나무기둥 영정주(永定柱) 흔적도 있다.

영정주와 횡장목은 흙을 시루떡처럼 차곡차곡 다져가며 쌓아 올리는 판축기법으로 성벽을 조성할 때 사용하는 부재로, 백제 유적인 부여 부소산성에서도 이러한 나무 구조물이 확인됐는데, 가야 지역 토성벽에서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성벽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놓는 목재인 종장목(縱長木)은 발견되지 않았다.

양숙자 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중심 토루는 다섯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흙을 다졌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개의 횡장목이 영정주와 묶여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중심 토루에서 성토(盛土·성질이 다른 흙을 번갈아 쌓는 기술) 방법이 확연하게 차이 나는 선을 찾아냈는데, 아라가야 사람들이 구간을 나눠 성을 조성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성토 방법이 달라지는 구분선 서쪽에서는 점성이 높고 고운 점질토를 달고(達固)라는 기구로 다진 흔적도 드러났고, 지름이 8∼10㎝인 달구질 흔적은 영정주, 횡장목 같은 나무 가구(架構)와 함께 판축공법의 증거로 평가된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나무 울타리인 목책은 중심 토루를 판 뒤, 지름 30㎝ 정도의 나무를 되묻은 것이다.

연구소가 조사 중인 가야리 유적은 해발 43m인 구릉에 있으며, 조선시대 읍지인 '함주지'(咸州誌)가 옛 가야국터로 소개했고, 남문외고분군·선왕고분군·신읍(臣邑) 같은 지명이 남아 아라가야 왕궁지로 추측되고 있다.

양 실장은 "판축기법은 토성을 쌓을 때 단순히 흙을 부은 것이 아니라, 정교한 방법으로 토목공사를 했다는 것"이라며 "축조 방법과 폭 20m, 높이 8.5m라는 규모여서, 가야리 유적이 아라가야 왕궁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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