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김광현(31·SK 와이번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향한 의지를 역투로 과시했다.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결점 피칭으로 존재감을 강력 어필했다. 

김광현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프리미어12 C조 예선 2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동안 마운드를 지키며 1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김광현의 깔끔한 호투와 조상우의 1⅔이닝 퍼펙트 마무리, 김재환의 2타점 결승타 등으로 캐나다를 3-1로 꺾었다.

이날 캐나다전은 한국이 6강 슈퍼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한국은 1차전 호주전 5-0 승리에 이어 2연승을 거둔 한국은 슈퍼라운드에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

김광현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경기였다. 이날 한국-캐나다전이 열린 고척돔에는 14개 정도의 메이저리그 팀 스카우트들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꼭 김광현 한 명만 살피러 온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 진출 희망을 피력해온 김광현을 향해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김광현으로서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모아놓고 쇼케이스를 펼친 현장이 된 셈.

   
▲ 사진=KBO SNS


이날 김광현의 피칭 내용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충분히 반할 만했다. 좌완으로 최고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에 알고도 못 친다는 예리한 슬라이더 등 김광현은 주특기 구종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또한 김광현은 평소 잘 던지지 않는 커브도 구사하며 캐나다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캐나다 타자들은 대부분 트리플A 주전급으로 구성된데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강타자도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김광현의 구위에 눌려 6회까지 안타는 하나밖에 치지 못했다. 김광현은 볼넷 2개까지 3명의 주자를 내보냈는데, 아무도 2루조차 밟지 못하게 만들었다. 

김광현은 이날 6이닝을 소화하면서도 투구수는 77개밖에 안됐다. 그 중 커브를 9개 구사한 것이 특히 화제가 됐다. 오랜 기간 김광현의 피칭을 관찰해온 한 스카우트는 김광현의 속구와 슬라이더의 위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커브로 카운트를 잡고(9개중 7개가 스트라이크) 타이밍을 뺏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김광현은 SK와 내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구단의 허락이 있어야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수 있다. 올해 SK는 정규시즌 1위를 달리다 두산에 역전 우승을 내줬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키움과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퇴하는 바람에 한국시리즈에도 못 올라갔다.

김광현의 이번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던 SK가 올 시즌 실패로 인해 내년 우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김광현의 미국행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김광현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번에는 이루고 싶어한다.

한국이 슈퍼라운드에 오르면 김광현은 한두 차례 더 등판할 수 있다. 캐나다전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호투를 다시 펼친다면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SK 구단이 도와줘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한국이 대회 2연패를 노리는 프리미어12 무대가 김광현에게는 메이저리그 진출의 발판이 될 것인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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