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고성능 자동차에 대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열정이 빛을 발하고 있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무대를 정복한 현대차는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차는 극한의 레이스로 유명한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재진출 6년 만에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새겼다. WRC는 F1과 함께 양대 모터스포츠로 꼽히는 경기다.

정해진 구간에서 속도경쟁을 펼치는 F1과 달리 양산차를 베이스로 극한의 조건에서 달리는 WRC는 경기차의 내구성이 중요하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최신 기술을 앞세워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는 기술 격전지에서 정상에 우뚝 선 현대차의 가치도 치솟고 있다.

14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모터스포츠팀은 올 시즌 WRC에서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뒤 늦게 모터스포츠에 진출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을 거치고 자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거둔 값진 성과다. 

현대차는 2003년 기술의 한계로 WRC에서 철수한 뒤 지난 2012년 상반기부터 WRC 재진출을 준비했다.

처음 출전당시에는 고성능 차량에 대한 기술력이 부족했고 외부업체에 차량제작을 의뢰했다. 하지만 2013년 고성능 N브랜드와 함께 만반의 준비를 마친 현대차는 2014 WRC부터 우승을 목표로 질주했다.

앞서 2012년에는 독일에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설립하고 N브랜드의 완성을 위해 알버트 비어만과 토마스 쉬미에라까지 영입했다. 이들은 독일 BMW에서 고성능 M에 대한 연구를 주도했던인물들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의 품질강화를 위해서는 고성능 차량 개발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경쟁사의 인재를 영입하는 등의 과감한 결정도 진두지휘했다.

이런 그가 이끄는 현대차 모터스포츠팀은 WRC 진출 첫해부터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꾸준한 성적을 기록했고, 정상에 오르기 위한 도전을 이어왔다.

현대차 모터스포츠팀의 이 같은 성과는 정 수석부회장의 적극적인 노력이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꾸준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열정과 집념은 '세계 1등'이라는 결과물로 돌아왔다. 

현대차의 WRC 성과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고성능 N브랜드에 대한 입지도 굳어지고 있다. 심심한 패밀리카 브랜드에서 운전의 재미를 선사하는 젊은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N브랜드 차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운전의 재미를 즐기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고 있다.

N브랜드는 양산차를 넘어 WTCR(월드 투어링카 컵)과 같은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WRC의 경우 양산차를 베이스로 튜닝된 경주차가 경기에 사용되는 만큼 차량의 기본기가 중요하게 꼽힌다. 이런 대회에서 글로벌 경쟁사를 제치고 제조사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 

제조사 종합 우승은 매 경기 팀에서 상위 2명의 점수를 누적 합산해 결정하기 때문에 선수의 실력은 물론, 랠리카의 성능과 내구성이 중요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서킷용 경주차 ‘i30 N TCR’이 거둔 WTCR팀과 드라이버 부문 종합 우승에 이어 비포장 노면으로 대표되는 랠리 대회마저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세계 굴지의 자동차 제조사들간의 경쟁을 통해 차지한 값진 우승으로 현대차의 기술력이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결과다.

쉬미에라 현대차 상품본부장(부사장)은 "현대차가 우승 경력이 많은 강력한 브랜드들과 경쟁해 WRC 진출 역사상 처음으로 제조사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어 기쁘다"며 "모터스포츠를 통해 발굴된 고성능 기술들은 양산차 기술력을 높이는데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인 모터스포츠 활동을 통해 얻은 기술로 고객들에게 운전 즐거움 주는 차를 선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