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장윤진 기자] "나는 한국 전통에 기반한 독특한 조형언어를 구축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김창희(1938.09.02~)
'한국 구상 조각의 선구자' 당진 김창희는 홍익대학교 조각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8년부터 서울시립대 강단에 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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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김창희 교수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김창희 교수 제공 |
그는 1983년 소속 대학에 처음으로 환경조각과를 창설했다. 전시장 속에 머무는 순수 조각과는 개념이 다른, 자연 공간이나 사회 현장 속의 조각가로 유명하다.
또한 김 교수는 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김창희 교수는 9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이병철 회장이 35여 년 전 부모님의 흉상을 제작해야 한다며 나의 작업실을 찾아왔다"며 "첫 작품 의뢰 직후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 회장은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박 박사의 동상과 한국전쟁의 실상을 담은 동판주조 제작을 의뢰했다. 그렇게 제작된 이승만 박사의 동상은 1984년 8월 15일 호암미술관 앞에 세워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명작가일 당시 생활고로 국전 특선 작품을 리어카에 싣고 가서 주물 값으로 무게를 달아 팔려고까지 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 회장과의 만남 이후 유명세를 얻고 조각가로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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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호암미술관 앞뜰에 존경의 의미를 담아 맥아더와 이승만 동상, 그리고 인천상륙작전 동판을 세웠다. (위) 호암미술관에 있었던 동상과 동판, (아래) CJ제일제당 인천제1공장 입구에 세워진 동상과 동판. /사진=호암자전, 미디어펜 |
김 교수는 이병철 회장과의 인연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행보도 독특하다.
그는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때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조각품을 띄워 미술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1996년 9월에는 패션디자이너 이광희와 함께 '순수미술과 패션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발표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이후 모스크바 동양예술 박물관 초대전, 뉴욕 한국문화원 초대전, 도쿄 한국문화원전, 오사카 영사관 초대전을 개인전으로 초대받았다.
또한 스토니 브룩(Stony Brook) 뉴욕주립대학교 엔지니어 광장에 김 교수의 '고향마을'이라는 대형 작품이 한국학과 개설 기념 조각으로 영구 설치됐으며 2004년 2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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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스토니 브룩(Stony Brook) 뉴욕주립대학교 엔지니어 광장에 '고향마을'이라는 김 교수의 대형 작품이 영구 설치돼 있다. /사진=김창희 교수 제공 |
2003년 대학 교수직에서 물러난 그는 예술은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공공성을 띠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다. 고향인 충남 당진군 대호지면 두산리 4000평에 미술관을 조성, 국내 조각가의 오픈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켜 국민들이 여가와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예술 공간이 순수성을 지니면서도 여가와 휴양이 어우러져 결국 지역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옛날 염전 땅인 충남 서천군 비인면 다사리 춘장대해수욕장 인근 4만 2000여 평을 사재로 매입했다.
이곳은 판문점과 한반도 남쪽 끝인 전남 해남군 토말을 일직선으로 그으면 정중앙에 위치하는 곳으로 '서해안의 정동진' 혹은 '서해안의 배꼽'이라 불린다.
과거 그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또다른 분야는 故 백남준 주도의 비디오아트와는 장르가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의 디지털 아트였다.
이에 지난 2005년 독일 쾰른 아트페어에 참가한 뒤 독일의 디지털아트뮤지엄(D.A.M.)과 협약해 D.A.M.이 개발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국내 최초 디지털아트뮤지엄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했다. 그러나 무리한 예술 사업 확장과 4만 2000여 평 대지 매입으로 은행빚이 늘어나 중단되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공간에 대한 창조와 예술에 대한 열정은 81세의 나이에도 식을 줄 모른다.
그는 기자에게 충남 서천군 비인면 다사리 '당진 하늘공원' 예정 터의 도면을 보여주며 디지털아트미술관 조성 계획에 대해 설명했고 "시골에 명문 미술관을 짓겠다고 하니 웃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해 안에 세계가 주목하는 3D 디지털 예술 명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한국 전통에 기반한 독특한 조형언어를 구축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김창희 교수의 꿈이 이뤄지는 날을 기다려 본다.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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