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줘야겠다는 생각 앞서면 미스샷...옹이없는 부드러움 배워야

방민준의 골프탐험(25)- 임팩트를 잊어라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비거리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소화하기 힘든 과제가 임팩트(impact)다. 클럽 페이스가 볼에 닿는 순간 클럽헤드 스피드를 극대화하기 위한 임팩트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나는 과연 임팩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클럽 페이스가 볼에 접촉하는 순간 보다 강한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대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프로골퍼들의 스윙을 지켜보면서 임팩트란 클럽 페이스와 볼이 만나는 순간의 헤드 스피드를 극대화하기 위한 군더더기 없는 스윙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임팩트를 힘으로 생각하는 순간 스윙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나 미스 샷의 씨앗을 잉태한다. 임팩트를 힘으로 이해하는 골퍼들에게 임팩트란 다운스윙이 최하점에 이르렀을 때, 즉 클럽페이스와 볼이 닿기 직전, 팔이나 손목에 힘을 모아주거나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는 것으로 수용한다. 때로는 어깨나 허리 히프, 허벅지의 근육을 극대화하는 것도 임팩트를 최대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임팩트를 힘으로 이해하는 한 진정한 골프의 임팩트를 터득할 수 없다. 근육에 힘을 준다는 것은 반드시 경직을 수반한다. 경직은 부드러운 움직임을 방해한다. 임팩트를 강하게 하려는 순간 생길 수 있는 동작들을 열거해 보면 왜 잘못된 임팩트가 스윙 플레인을 망가뜨리고 헤드 스피드를 감소시키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 부드러우면서도 시작과 끝이 여일한 스윙에서 임팩트는 저절로 태어난다. 명필이 아무 거침없이 한 동작으로 일필휘지하듯 머뭇거림이나 꿈틀거림이 없는 스윙, 즉 옹이 없는 부드러운 스윙이야말로 좋은 임팩트를 낳는 최상의 스윙이다. /방민준 삽화
힘으로 이해하는 임팩트를 가하려는 순간, 생기는 동작은 다음과 같다. 손목과 팔꿈치 어깨의 관절이 경직돼 윤활유가 없는 기계처럼 뻑뻑해져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진다. 관절을 감싸고 있는 근육이 경직되면 될수록 힘이 들어간 손목과 팔꿈치 어깨는 헤드 스피드를 억제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뿐이다.
 

그리고 히프나 허리 다리의 꿈틀거림이 심해진다. 힘을 한꺼번에 모아 임팩트 때 폭발시키겠다는 동작이 과도한 움직임으로 나타나 몸의 중심축을 무너뜨린다. 몸이 상하로 출렁거린다거나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손목의 부절적한 코킹, 헤드 업 혹은 헤드 다운 등도 지나치게 임팩트를 의식한 동작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들이다. 이런 동작들은 당연히 자연스런 스윙 플레인을 찌그러뜨리고 스윙에 옹이를 만들어 낸다.

고속철도의 레일은 표면이 매끄러우면서 구배가 적어야 고속주행이 가능하다. 고속도로의 노면이 울퉁불퉁하거나 심하게 휘어져 있으면 고속도로 구실을 할 수 없다. 구부러지고 옹이 투성이인 스윙은 아무리 임팩트를 가하려 해도 헤드스피드를 줄일 뿐이다. 진정한 임팩트란 스윙 동작에 헤드 스피드를 감쇄시키는 브레이크 기능을 하는 동작들을 최소화하는 스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스키점프 선수들의 활강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골프의 스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스키점프 선수들은 경사가 심한 활강대를 내려올 때 힘을 내기 위한 어떤 동작도 하지 않는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릎과 허리를 구부린 채 일체의 움직임을 없애고 경사면을 미끄러진다.

중력에 의해 가속도가 붙고 활강대가 끝날 지점 부근 스피드가 최고에 달했다고 판단될 때 무릎과 허리를 펴고 양팔을 벌려 새처럼 허공을 날라 지면에 내려앉는다. 점프의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선수가 하는 일은 중력에 의해 생기는 가속도가 극대화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고 점프할 시점에도 스피드를 잃지 않도록 간결한 동작으로 무릎과 허리를 펴는 일뿐이다. 힘은 필요가 없다.

물론 회전력을 높이기 위해 히프와 허리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는 골프와는 다르지만 스윙 자체가 중력에서 생기는 스피드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시작과 끝이 여일한 스윙에서 임팩트는 저절로 태어난다. 명필이 아무 거침없이 한 동작으로 일필휘지하듯 머뭇거림이나 꿈틀거림이 없는 스윙, 즉 옹이 없는 부드러운 스윙이야말로 좋은 임팩트를 낳는 최상의 스윙이다.
 

김효주, 리디아 고, 신지애, 유소연, 최나연, 허미정 등 대부분 태극낭자들의 부드럽고 우아한 스윙을 보면 임팩트가 힘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