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장윤진 기자] "돌에 새겨진 글자는 만질 수 있고, 차갑고 단단한 촉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으며, 인쇄 매체로 구현된 텍스트와는 전혀 다른 감각을 전달할 수 있다."
세계적인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가 한국 관객들에게 11개의 '경구들에서 선정된 문구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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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개념미술 거장 '제니 홀저'의 경구 작품 /사진=EBS뉴스 화면 캡처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석조 다리 돌위에 새긴 '따분함은 미친 짓을 하게 만든다', '당신의 모든 행동이 당신을 결정한다' 등 경고 같은 경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영어로 5개, 한글로 6개 쓰여있다.
새로 작업한 석 점의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됐는데, 이번엔 김혜순 시인과 한강 등 한국의 현대문학 작가 5명의 시를 차용한 한글 작품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길이 6m의 직사각형 LED 기둥 화면에 영문과 한글 작품의 텍스트로 벽면을 가득 메운 경구들은 사회 통념을 뒤집고, 현상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이 가운데 영혼을 울리는 11개의 경구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석조다리에 영구적으로 새겨졌다.
제니 홀저는 1970년대 후반부터 격언과 속담 등의 텍스트를 뉴욕 거리에 전시하면서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온 개념 미술가이다.
전쟁과 폭력, 비극적인 사건, 여성 등의 주제를 다루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고 화강암과 같은 자연석으로 제작된 석재 벤치와 석관에 글자를 조각하는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부유하는 언어를 영구적인 조각의 형태로 변형시켜 근엄성과 영구성을 논하는 공간을 창조한다. 또한 관람객들에게 그녀의 메시지를 읽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의 일상화를 도모한다.
아울러 그녀는 텍스트 작품을 통해 미술관을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구성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연 커미션 프로젝트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전은 2017년부터 약 3년간 진행된 전시다. 서울관 내 서울박스와 로비, 과천관 야외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신작으로 제니 홀저 작품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전은 포스터, LED 사인, 돌 조각 등 작가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 3점을 미술관 실내·외 공간에서 함께 선보인다.
구조적이고 함축적인 작가의 언어를 적절하게 해석하고 담아내기 위해 한유주(소설가, 번역가)를 비롯한 전문 번역가들이 번역에 공동 참여했고, 안상수(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PaTI, 날개)와 타이포그라피 디자이너들의 협업을 통해 홀저의 '경구들' 포스터가 한글로 선보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커미션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왕성한 활동 중인 제니 홀저가 최초로 한국어를 활용한 신작을 선보이는 기념비적인 전시"라며 "미술관 공간에 맞추어 특별히 커미션 제작된 작품들은 국내외 관객들에게 현대 미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고,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니 홀저의 이번 전시는 내년 7월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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