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선처는 사면초가 한국 경제 살리기 마지막 불씨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현재 10여 명의 대기업 총수가 수감 중이거나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 중 일부 총수는 병상에 누워 있어 수감생활은 물론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든 지경이다. 모범적으로 복역하고 있는 기업 총수는 가석방 될 수 있는 형기의 1/3을 훨씬 넘겼지만 대기업 총수라는 이유로 가석방 심사 논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기업들은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로 신규 사업 진출, 투자에 대한 경영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기업 활동이 역동적으로 살아나지 못하니 시장이 정체되고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활성화는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

지난 24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을 준 기업인은 가석방 또는 사면할 수 있다고 하자, 다음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인들이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인이라고 원칙을 벗어나 지나치게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부총리 입장에서는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주요 기업인들이 계속 구속 상태에 있으면 아무래도 투자를 결정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어느 조직이나 리더의 결정과 책임은 절대적이다. 특히 기업에서의 리더십은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 참모들이 많은 대기업이라도, 리더가 경영자의 자리에 있기 보다는 병상이나 감옥에 있다 보면 새롭고 도전적인 경영상 결정을 내리고 실천할 수 있는 추진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와 신규 사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기업은 먹고 먹히는 생태계와 같은 환경 속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의 운명이 달린 결정에는 중요한 책임이 필요하다. 현상만 유지하려 한다면 기업은 존속 그 자체를 보장받을 수 없다.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아 살아가는 타 조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업인은 무조건 안 된다는 지강헌 같은 생각
하지만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경제부총리와 법무부장관의 목소리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관들이 나서서 대통령의 공약과 약속을 파기하는 행위라며 오히려 경제활성화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인은 무조건 안 된다는 생떼를 쓰고 있다.
 

   
▲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사진 오른쪽)와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기업인 선처'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조차 장관들이 나서서 대통령의 공약과 약속을 파기하는 행위라며 오히려 경제활성화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인은 무조건 안 된다는고 생떼를 쓰고 있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 심했다. 2006년에 개봉한 영화 ‘홀리데이’를 보면 알 수 있다. 1988년 탈주범 일당을 소재로 한 영화로써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이성재, 최민수 등 당시 최고의 배우가 출연해 영화적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결과는 탈주범을 영웅시하는 잘못된 결과로 이어졌다. 그 영화의 바탕인 된 실제 이야기는 이렇다.

1988년 10월 지강헌을 포함한 미결수 12명이 집단적으로 교도소를 탈주해 9일 동안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가정집에 난입해 일가족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인질극을 벌였다. 이들은 국민에게 할 말이 있다며 TV 생중계를 요구해 결국 경찰과 대치중인 상황이 생생하게 TV로 중계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팝송 홀리데이를 틀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곧 스피커를 통해 틀어줬지만 당시 아이러니하게 지강헌이 원하는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아닌 스콜피온의 홀리데이가 크게 울려 퍼졌다.

결국 지강헌이는 자기는 억울하다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죽기 전에 내 뱉으면서 세상과 가진 자들에 대한 독설을 퍼부었다. 가진 자에 대한 오해가 기업인들에게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요즘 가끔 흉악범을 영웅시하거나 흉악범이 입었던 옷이 유행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칠 때가 많다. 탈주범의 지껄임을 가지고 세상을 해석하는 자체가 난센스(nonsense)고 코미디다.

내가 누군지 알아? 하는 권력은 처벌하기 어렵고
며칠 전 세월호 유족들과 저녁 회식을 한 야당 초선 국회의원이 오래 기다린 대리기사가 돌아가려 하자 “어디 가? 거기 안 서?”, “너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소리쳤다. 결국 대리기사는 집단폭행을 당했고, 폭행당한 대리기사는 나중에 방송 인터뷰에서 “대리기사가 왜 국회의원에게 굽실거려야 되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간부들과 국회의원이 술 마시고 대리기사를 폭행한 사건을 실수쯤으로 왜곡시키고 축소시켜 결국 은폐하는 모양새다.

정치인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좀처럼 처벌을 받지 않는다. 만약 국회의원이 아닌 기업인이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원칙적으로 기업인이라고 특별한 대우를 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지만 현행법상 가석방, 사면 등의 요건을 갖췄는데도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해서는 안된다. 기업인에 대한 처벌은 사익추구 행위로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이라는 비형벌적 방안을 통해 처벌하면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특혜가 아니라 임무다
최근 경제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은 경제살리기 임무를 부여 받아 다양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민간소비는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며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감지되고 있다.

해외 평가기관부터 국내 증권사까지 한국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서 어닝 쇼크라는 부정적 리포트를 내고 있다. 이런 사면초가의 한국경제에 부재중인 대기업 오너의 귀환은 큰 힘이 될 것이다.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기업인에게 다시 기업을 공격적으로 경영하는 기회를 주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라는 또 하나의 임무이다.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 아닌 미션 파서블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