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통위 유명무실 우려 속 구심점 없음 문제 지적

"구심점이 있다면 통합 나올 필요 없어" 지적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총선 승리와 '무조건 보수 통합' 기치 아래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발족했지만 '구심점'이 사라진 보수의 통합 논의는 1주일 만에 벌써 삐걱대는 형국이다.

혁통위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통합 신당이 추구할 5대 정책 기조와 주요 과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회의는 전날(16일) 박형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새로운보수당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혁통위가 시작부터 삐긋대며 통합 논의가 더뎌지는 원인으로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동상이몽, 그로 인한 새보수당의 혁통위 보이콧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보수 통합의 난항은 사실 "뚜렷한 지향 가치가 부재하고 현재 보수 진영에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한국당은 새보수당의 반대가 있었지만 '당이 갈 길은 간다는 식'으로 공천관리위원장을 선임해 이날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회동도 가진 상태다. 또한 통합 신당을 추진하는 혁통위에 참여하면서도 비례정당 창당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당의 비례대표 전담 정당 명칭은 '미래한국당'이다.

   
▲ 황교한 한국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새보수당 공동대표./사진=(왼쪽)자유한국당 (오른쪽)새보수당 블로그
아울러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의 3원칙이 반영된 통추위 6원칙에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동의한다"는 뜻을 비췄지만 뚜렷한 '3원칙 수용 선언'은 없는 데다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우리공화당과의 대통합도 언급하자 새보수당 측이 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황교안-유승민' 담판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새보수당은 당초 혁통위 출범부터 위원장 인선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줄곧 표명해왔으며 한국당과의 '당대당' 통합만을 요구하고 있어 혁통위와 보수대통합을 사실상 유명무실화하려 한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그러나 보수 통합이 첫 발을 떼자마자 내부로부터 삐걱거리는 것은 새보수당의 '몸값 올리기'식 보이콧도 원인이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추구 가치 부재와 각론을 압도하고도 남을 만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 승리라는 목표 설정에도 불구하고 각론에서 차이가 벌어져 일보진전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나아가 현재 보수·우파의 구조가 기형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핵심 정당의 실권을 리더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나마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황 대표의 "무소신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종화 청운대 교수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황교안 대표는 권위는 있지만 실권은 없고 당내 이른바 '탄핵파'들은 권위는 없지만 실권을 가지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현재 보수 정당의 문제"라며 "이 기형적인 상황에서 후자가 실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절대 받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통합이 안 되는 것도 맞지만, 더 정확하게는 구심점이 있다면 '통합'이 나올 필요가 없다"며 "부득불 통합 논의가 나오는 건 이해하나 총선 승리는 일찌감치 접고 '우파 개혁 시도'를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어 "개혁의 방향은 YS계열의 정치 세력이 나가야 하는 것이며 정당전략 차원에서의 섣부른 통합은 역풍을 맞을 게 너무도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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