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5개 자치구청 제로페이 실적 안 밝힌 채 고위직 신설에 몰두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 "조직 만들고 일 찾는 게 공무원 사회"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시장(市場) 이기는 시장(市長) 없다."

서울시가 제로페이담당관 자리를 만든다고 밝혀 박원순 시장이 고위공무원 자리를 늘려 내부 입지 다지기와 치적 쌓기에만 탐닉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일 서울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4월 1일자로 4급 서기관인 '제로페이담당관'직을 신설한다.

서울시는 제로페이담당관 신설 방안을 담은 서울시 공무원 정원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6일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역점사업인 제로페이 사업에 역량을 더 쏟아 붓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고자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만든 간편결제시스템이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제로페이는 사용법부터 번거로워 완전 실패한 관치 작품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 본인 조차 제로페이가 아닌 신용카드를 써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아울러 본지는 지난해 11월 24일자 '[단독]"왜 알고싶어하죠?"…서울 25개 구청, 제로페이로 쓴 업추비 공개 '천태만상'' 제하의 기사에서 서울 시내 25개 구청 중 상당수가 제로페이 이용액수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서울시 및 자치구청 공무원들에게서조차 외면받는 것이 제로페이의 현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4급 담당관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역시 제로페이가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에선 시 본청의 제로페이 이용 액수만 알고 있고, 각 구청별 제로페이 이용 실적을 취합하지 않는다"며 "필요할 때마다 자료를 (구청들로부터) 받긴 하지만, 회의용으만 대강 얼마인지만 받을 뿐, 공식적인 자료는 없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자치구청 주무관들의 설명은 시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구청 주무관들은 "매달 시 본청에 제로페이 이용실적을 보고하는데, 자료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다시 말해 서울시가 제로페이 실적자료를 취합하긴 하나, 대(對) 언론 공개를 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과 다름 없으며, 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왜 제로페이담당관직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일까. 어느 누군가를 승진시켜 앉힐 고위 공무원 자리를 만들어 내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공무원 조직 특성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직을 만들고 나서 일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공공 정책은 과업 실적을 따져 확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서울시는 구청별 제로페이 실적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재원을 더 투입하겠다는 말이냐"며 "제로페이 관련 고위직을 늘릴 필요가 있는지부터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치적 쌓기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김 실장은 "제로페이담당관 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박 시장 본인이 홍보해왔던 사업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니 사업 성과를 가려보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것과 같다"며 "시 예산으로 벌이는 사업인 만큼 서울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박 시장 본인은 '시장(市場) 이기는 시장(市長)'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시장원리에 입각하지 않은 정책은 반드시 실패로 귀결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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