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까지 수년간 기록적인 호실적 흐름을 이어왔던 국내 증권업계가 최근 불거진 다양한 악재로 인해 유례없는 위기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다.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던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돼 증시에도 타격을 준 상황에서,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는 관련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국내 기업의 실적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기업 105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0일 현재 19조 2596억원이다. 

   
▲ 사진=연합뉴스


이는 한 달 전의 21조 1358억원)과 비교해 1조 8762억원(-8.9%) 감소한 수준이다. 전년 동기 19조 5485억원과 비교해도 2889억원(-1.5%) 감소한 것이다. 특히 석유 및 가스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6660억원에서 2156억원으로 한 달 새 무려 67.6%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한 항공운수(-43.4%), 조선(-31.1%), 화학(-27.0%), 호텔·레저(-17.6%) 등의 업종도 한 달 만에 영업이익 전망치가 대폭 감소한 상태다. 현재 대한민국의 올해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는 형편이다.

국내 기업들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는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 18일 2208.88까지 후퇴한 뒤 이날 결국 2200선 아래로 내려온 상태다. 코로나19 발발 이전까지만 해도 2250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태가 확산되면서 주가 지수도 침체된 상태다.

이 가운데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영업 전망에 추가적으로 대형 악재가 불거진 모습이다. 우선 금융감독원은 내달부터 라임자산운용 펀드 불완전판매 문제와 관련 현장조사를 벌인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번 조사에서 금융당국은 무역금융펀드 운용·설계 과정에서 실제 사기 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라임자산운용이 무역금융펀드 중 일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판매를 했다면 사기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이미 검찰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라임자산운용 본사와 신한금융투자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과 자산 운용과 관련한 계약(TRS, 총수익스와프)을 맺은 상태에서 펀드의 부실을 알리지 않고 관련 상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원래 올해 안에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신청에 나서려던 신한금투는 이번 사태로 인해 회사 전체적인 경영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관련자들 간의 법적 대응도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환매 자금 회수를 둘러싸고 펀드 판매 증권사 간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단 대신증권은 앞서 이달 12일 신한금융투자·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과 라임자산운용에 TRS 계약 관련 내용증명을 보냈다.

대신증권은 이들 증권사들이 라임자산운용 펀드로부터 우선해서 정산분배금을 받고 이로 인해 대신증권 고객에게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통지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 결과가 발표될수록 이와 같은 갈등은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라임 사태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사업 위험도를 높이고 신용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불완전 판매하거나 불법 행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모니터링 대상에 오른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연루된 증권사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되는 것은 물론 사모펀드 판매가 타격을 입는 등 업계 전체적으로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면서 “증권사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손상된 부분까지 감안하면 증권업계 전체가 장기적인 침체 구간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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