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올해 최대 화두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분쟁의 주인공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갈등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 반도건설 등이 ‘주주연합’의 형태로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지분 경쟁으로 확대됐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내달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조양호 회장 타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주총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쟁을 중심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간에서 ‘남매의 난’으로 명명된 이번 갈등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방식에 대해 그의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 /사진=한진그룹


처음에는 경영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쯤으로 보였던 이 갈등의 성격은 지난 1월 초 무렵부터 달라졌다. 단일주주 중에서는 가장 많은 17.29%의 지분을 들고 있는 KCGI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 본격적인 세력싸움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이 확보한 지분이 조 회장을 능가할 가능성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작년 말 기준 조원태 회장 측은 ‘우군’인 델타항공 지분 10% 등을 포함해 33.45%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맞서 KCGI, 반도건설 등을 우군으로 포섭한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의 주주연합 세력은 32.06%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2월말을 기준으로 주주명부가 폐쇄됐기 때문에 올해 주총에 참여할 수 있는 지분은 이미 고정된 상태다. 하지만 양측은 여전히 주식을 추가매입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올해 주총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을 암시한다.

일단 시장의 관심은 내달 열리는 주총의 향방으로 쏠리고 있다. 주총 당일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한진그룹 전체의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늘려야 한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소액주주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이 경영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한진그룹이 내달 주주총회를 약 한 달 앞두고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를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주주들은 굳이 행사장에 참석할 필요 없이 온라인을 통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경계심이 내달까지 간다고 가정할 경우 전자투표를 선택하는 주주들의 비율은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전자투표제 도입이 과연 어느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냐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양측 모두가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표 한 표의 선호도는 제각각일 가능성이 높다. 조원태 회장은 최근 들어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예고하고 있고, 조현아 전 부사장 측 역시 ‘전문경영인 도입’ 등 소액주주를 위한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 표심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올해 주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경영권 분쟁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련 리스크는 최소 내년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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