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연말정산 환급금도 못 줘…이달 급여 40%만 지급
에어서울 대표이사와 임원, 부서장들, 3월 급여 100% 반납
허희영 항공대 교수 "격랑 속 항공운송업, 기반 흔들려"
   
▲ 항공사 로고./사진=각 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평상시 월급의 60%가 깎였어요." "연말정산 환급금도 못 받았어요."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아우성이지만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듯 하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각 항공사들에선 노선 축소·임금 삭감 또는 반납·경영진 전원 사퇴 등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임직원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고 있고, 연말정산 환급금도 주지 못하는 상태다. 이스타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미지급 60%와 연말정산 환급금에 대해선 추후 지급 예정이나,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며 "조종사 임금 25% 삭감은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3월부터 전격 시행된다"고 전했다.

제주항공은 직종을 불문하고 15일 이상 유급휴가와 희망자에 한해 근로시간 단축을 단행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최대한 쉬어도 평시 급여의 70%는 받을 수 있다"며 "원한다면 근무일수를 주 2일부터 4일까지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일 근무 또한 선택이 가능하다"며 "사실상 주 2.5일만 일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 인수 진행에 관해선 "재무실사가 그대로 이뤄지고 있긴 하나, 당초 2월 중 마무리 예정이었던 인수 작업이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3월부로 신청자에 한해 주 4일 근무와 무급휴직을 실시한다. 회사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금시초문이고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품은 아시아나 3개 항공사들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에어서울·에어부산 임원들은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차기 경영진이 선정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우선 임원들은 급여 중 20~30%를 삭감하기로 했다. 특히 에어서울 대표이사와 임원, 부서장들은 더욱 어려워지는 시황을 고려해 3월 급여를 100% 반납키로 결정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주 4일 근무와 무급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는 "조종·정비·객실·일반 등 직군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3월 한달간 희망자에 한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선운항과 관련, 아시아나항공은 상하이·베이징 등 수요가 많은 상용 노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국행 운항을 중단했다. 에어서울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를 이유로 인천-다카마쓰를 제외한 전 국제선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에어부산은 동남아 25개 노선 운휴에 들어갔다.

한편 2019년 당기순손실 8378억원을 기록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창립 32주년 기념식 및 직원포상을 취소했다.

지난해 국적 항공사들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대한항공은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에 대한 계획이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요즘 항공업 사정이 흉흉하지만 업계에서 횡행하는 근무 일수 줄이기나 임금 삭감 등은 논의된 바 없다"며 "경영상 문제로 인한 인사에 관한 사항은 아직 없다"고 부연했다.

같은 한진칼 계열사 진에어는 무급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진에어 관계자는 "희망자에 한해 최소 1주일부터 최대 12개월까지 무급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면서도 "타 항공사들과 같이 임원 사직 및 임금 삭감 등의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가뜩이나 어려웠던 항공산업계가 코로나19 탓에 더 엉망진창이 된 모양새"라며 "8개월 동안 지속됐던 사스보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국내 항공사들의 줄도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업계 1위인 대한항공도 간당간당해 항공운송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자칫 항공업계 전체가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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