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최근 항공업계가 반일불매운동·홍콩 민주화 운동·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언급한 것에 대해 공무원 조직 확대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각종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항공사들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정부, 코로나-19 대응 항공분야 긴급 지원대책 발표' 제하의 보도자료에서 △긴급 금융지원·각종 사용료 납부 유예 △대체노선 발굴·신시장 개척 지원 △항공수요 조기 회복·항공사 경쟁력 제고 지원 등 각종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내 항공업계가 고사 직전 단계까지 왔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과해동 소재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국내 10개 항공사 CEO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해운업 금융지원을 위해 세워진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같은 방식의 항공업계 금융지원을 올해 안에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한국항공진흥공사(가칭)'를 신설하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워낙 항공업계가 어려운 사정에 처하다 보니 해운업계 등 타 분야 선례를 참고했을 뿐"이라며 "현재 계획 진행 단계는 아니고, (김 장관이 지원 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무부처 장관과 소속 공무원 간 손발이 맞지 않아 해명하는 모양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국토교통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타 항공진흥공사를 만들고자 하는 모양새"라며 "공무원 늘리기 또는 자리 보전 논란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조직을 만들 때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관광개발 진흥기금을 1인당 만원씩 공항에서 걷고 있는데, 이 기금을 항공업계에서 나눠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면서 "정부는 업계 요구를 애써 무시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를 기금을 걷는 정부는 사업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며 "현재 정부가 취해야 할 것은 과감한 항공업계 규제 완화·세제 지원·공항시설 이용료 감면"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항공업계는 실적이 곤두박질 치는 이 와중에도 항공기 취득세·재산세·부품 관세·유류세 등 각종 세금을 납부하고 있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원가 문제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는 없지만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공항에 주기하며 납부하는 정류료와 사무실 임대료도 항공사별로 월 수백억원대에 달해 허리가 휜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항공진흥공사를 발족시키겠다는 발상은 항공 시장에 정부가 대놓고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항공업계 '옥상옥' 또는 '또 다른 시어머니'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업은 수없이 생겨나고 소멸하기 마련"이라면서도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항공업계가 줄도산 하면 대우조선해양처럼 구제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떠안을 것이냐"며 "항공업계 육성을 위해 태생적으로 규제 속성을 가진 공공기관을 만들 경우 방만한 경영으로 항공 공무원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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