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사이버 망명은 '눈치비용절감'에 매달려 스스로 자초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카카오톡이 멍들고 있다. 주가가 먼저 반응했다. 10일 종가는 13만9200원을 기록하면서 공식 합병한 지난 1일(16만6500원)에 비해 2만7000원(16.4%)이 하락했다. 다음카카오가 검찰 요구에 따라 가입자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가입자 고객 이탈도 재빠르다.

사이버 망명이라는 희대의 디지털 대변동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카톡을 버리고 외국산 모바일 메신저로 이동하는 가입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대체재로 급부상한 ‘텔레그램’의 경우 최근 한글화 적용까지 이뤄지면서 국내 가입자가 150만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카톡의 국내 점유율이 95%쯤 되니까 텔레그램 가입자 대부분을 카톡 이탈자로 봐야 할 판이다.
 

이런 다음카카오톡 이탈과 사이버 망명, 디지털 아나키즘(무정부주의) 현상을 가져온 직접적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어설펐던 초기 대응, 즉 망가진 퍼블릭 폴리시(public policy : 대외 정책 관계 활동)에 있다. 개인정보 감시와 유출 의혹이 불거진 이후 뒤늦게 대응하고 사태 심각성을 얼버무리려 했던 게 문제였다.

“이용자들 대화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이 동의를 요구하는 개인정보는 아니었다”거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서 서버에 대한 대화내용을 일정기간 보관하는 것은 메시지를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고 2~3일이 지나면 삭제된다”고 밝힌 것도 해결보다는 의혹과 불신으로 튀어버렸다.

잘못 불 질러 버린 해명 방화라고나 할까. 게다가 가입자들을 향해 “비겁한 중생들”이라는 비난 글이나 “정부 탓을 해야지, 카카오톡을 탓할 거면 이민가야 할 것”이라고 윽박지른 회사 내부 발언까지 드러나 작금의 다음카카오 사태는 휴화산 폭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급기야 13, 14일 국회 증인 출석에 다음카카오 대표가 호출되어 있고 인터넷 언론 일각에서는 한국이 낳은 세계 최초 소셜 네트워크 싸이월드처럼 가입자 이탈 1~2년만에 만신창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몇 십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창조기업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분위기마저 돌고 있다.
 

그렇기에 직접적이고 가까운 이유 말고 본질적인 원인을 다룰 필요가 있다. 이번 다음카카오 이슈가 꼭 이러한 비용질병(cost disease)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비용질병(cost disease)이란 1960년대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과 윌리엄 보웰이 주장한 개념이다. 이들이 주장하길 공공부문은 민간보다 생산성은 낮지만 임금은 대체로 민간을 따라가는데 민간보다 생산성은 낮으면서 임금이 높아지니 부담해야할 비용 압박이 질병 수준으로 비대해진다는 분석이다.

   
▲ 다음카카오가 검찰 요구에 따라 가입자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가입자 고객 이탈도 재빠르다. 사이버 망명이라는 희대의 디지털 대변동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보물과 보웰은 뉴욕 필하모닉과 같은 예술 단체를 들어 설명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독보적인 조직이지만 높은 임금과 유지비로 인해 1842년 창립이후 백 수십 여 년 내내 비용질병을 겪게 되었다는 얘기다. 이런 조직이나 기업들은 결국 기부나 공금지원과 같은 외부 도움으로 생존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게 B&B, 보몰과 보웰 두 문화경제학자의 견해이다.
 

다음카카오의 경우는 높은 임금이나 유지비용이 아닌 엉뚱한 부위에서 질병을 키워왔다. 국가 정책이나 정부 지원, 공권력 개입에 대해 매우 탄력적이고 민감한 행태, 즉 <눈치비용질병>이 지금 일파만파 사태 주원인으로 잠복해 있다. 이 한국식 눈치비용질병은 경제학이나 경영학에도 나올 수 없는 개념이요 상황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벤처와 대기업들은 실제로 이러한 사회적 비용, 국가적 리스크를 안고 산다. 몇몇 증거를 보자. 가장 최근 <눈치비용질병> 상황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다음카카오 판교 본사를 방문해 ′뱅크월렛 카카오′, ′카카오 페이′ 등 관련 금융서비스 시연을 본 후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와 포즈를 취했다.

신 위원장은 이번 현장간담회를 통해 IT와 금융의 융합을 저해하는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신금융서비스의 도입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그 다음 증거는 본업인 미디어, 콘텐츠다. 카카오는 지난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과 함께 대학로 홍대 아트센테에 위치한 '코리아 콘텐츠랩'에 '제1 카카오 상생센터'를 오픈했으며, 미래부-서울대병원-아주대병원과 공동으로 소아질환 환자를 위한 스마트폰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들을 추진키로 했다.

2013년 10월에는 당시 미래부 장관과 문체부 장관,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한데 모였다. 이들은 모바일·스마트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 콘텐츠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을 위한 총 349억원 규모인 '모바일·스마트 콘텐츠 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이하 양해각서)'가 체결했다. 카카오톡은 '카카오 상생센터’를 만들어 5년간 1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뿐만 아니다. 경기도, 성남시와도 카카오가 업무협약하고 더 큰 프로젝트인 정부 주도 창조센터 사업에도 들어갔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대전에서는 SK가 이미 창조센터를 열었다. 내년 상반기까지 17개 창조센터를 개설한다는 과업에도 다음카카오는 포함되어 있다. 부산은 롯데, 충북은 LG, 서울은 CJ가 맡아 연내 출범식을 열 예정이다. 전북은 효성, 전남은 GS, 충북은 LG, 충남은 한화, 경북은 삼성, 강원은 네이버, 울산은 현대중공업, 제주는 다음카카오가 맡아 내년 상반기까지 혁신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런 증거들 흐름은 명확하게도 <눈치비용질병>이라는 원인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다음카카오 같은 벤처기업이자 창조기업이 지나치게 정부와 사회에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 정책과 사회 지원에 의존하다보면 눈칫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 눈칫밥을 먹다 보면 자생력이 점차 감퇴하게 마련이다. 스스로 시장 속으로 들어가 치열한 미디어, 콘텐츠 전투를 벌여야 할 시각에 기업 대표와 실무진이 대거 행사와 대외 협력에 엮이는 일은 누가 봐도 패착이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정부 탓이라고 꼬집어 버릇한다. 물론 창조경제에 목마르고 지역경제 키우기에 명운을 건 지자체 탓도 있으리라. 수사협조와 같은 엄중한 공권력 행사에 기업이 열외로 나 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음카카오가 피해자라는 말이 설득력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다음카카오는 스스로를 준엄하게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외부 자원에 너무 많이 의존해 혁신과 성장을 도모하는 비정상 전략을 추구해오지 않았는지 이번 기회에 검수해봐야 한다. 카카오가 신선한 창조기업으로 각광을 받고 스타로 탄생하자마자 깃든 정책 자금지원, 시설과 같은 현물지원, 영화제 같은 각종 행사에 초청되는 스폿 라이트 같은 러브콜에 탐닉해 들어가 도취한 적은 없었는지 자문해봐야 할 때이다.
 

자고로 말이 있다. 진짜 실력 있는 기업이나 창작자들은 정부와 가까이 하지 않는다. 다음카카오도 억울하겠지만 좀 더 냉철하게 지금 지엄한 사태의 본질과 원인을 직시하길 바란다. 정부가 압박하고 사회가 부담을 준 측면도 있지만 문제 핵심은 다음카카오가 <눈치비용질병>을 스스로 힘으로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기업도 사람도 하루 24시간 한정된 자원을 갖고 있을 뿐이다. 더 많은 시간을 시장 속에서 사업 자체로 풀고 경쟁자와 겨루고 소비자와 공감 교감하는데 투입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해도 이 무한 경쟁 미디어콘텐츠 산업에서 살아남을까 말까 하는 판에 B2G(Business to Government)에 너무 많이 매달리는 눈치 보기나 정책 바라기에 의탁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오늘이나 내일 다음카카오 경영진이 국회에 출석해 자립하겠노라는 초심을 또렷이 밝혀준다면 참 신선하고 좋을 터이다. 다음카카오가 지금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은 바로 <눈치비용질병>에 절어 있는 의식이다. 누구 그늘에 포함되고 어느 다른 존재에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힘으로 가꾼 창조성을 믿고 국내 3천7백만 명, 해외 1억3천만 명 진성 고객만을 바라보고 일하는 기업으로 다시 돌아 와주길 기대한다. 필요하다면 분명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민간 창조기업, 다음카카오를 보고 싶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