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불경·조선 후기 백자도 보물 지정 예고
   
▲ 고려 최광지 홍패 [사진=문화재청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고려가 멸망하기 3년 전 과거 합격자에게 준 문서인 '홍패'(紅牌)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전주최씨 송애공파 종중 보유 '최광지 홍패'와 고려 후기 불교 경전인 경남 사천 백천사 소장 '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壇經), 부산박물관 소장 조선 후기 백자 항아리를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최광지 홍패는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인 최광지가 고려 창왕 1년(1389) 문과에서 전체 6등인 '병과 제3인'(丙科 第三人)에 올라 받은 문서다. 

홍패는 홍화씨 등으로 붉게 염색한 종이로 만든 대과 합격증으로, 생원·진사 시험 합격자에게는 흰 종이 문서인 백패(白牌)를 줬다.

최광지의 이름·성적을 기록한 문장과 발급 시기를 알려주는 '홍무 이십이년 구월 일'(洪武 貳拾貳年 玖月 日) 문구를 두 줄로 적고, '고려국왕지인'(高麗國王之印) 국새를 찍은 문서다.

이 국새는 명나라 홍무제가 1370년 고려에 내려준 도장으로, 조선 건국 직후인 1393년 중국에 반납했는데, 고려국왕지인 국새가 찍힌 고려 공문서는 최광지 홍패가 유일하다고 전해지며, 1392년 10월 조선 태조 이성계가 개국공신 이제에게 하사한 국보 '이제 개국공신교서'에도 이 국새가 찍혔다.

현존 고려시대 홍패는 국보 '장양수 홍패'와 보물 '장계 홍패' 등 6점인데, 최광지 홍패는 비록 제작 시기가 늦지만 국왕 직인이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다.

문화재청은 "이 홍패는 1276년부터 과거 합격증에 '왕지'(王旨)라는 용어를 썼다는 고려사 기록을 입증하는 첫 실물"이라며 "문서에 지(旨) 자가 희미하게 남았다"며 "임금 명령을 직접 실천한 공문서로서 형식상 완결성을 갖췄고, 조선시대 문서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육조대사법보단경은 원나라 고승인 몽산덕이(蒙山德異)가 1290년 편찬한 책을 고려가 수용, 1300년 강화도 선원사에서 찍은 불경이며, 선종의 사상과 역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경전이어서 국내에서도 19세기까지 꾸준히 만들었다.

백천사 소장본은 전래한 동종 경전 중에 시기가 이르고, 조선시대 판본인 '덕이본'(德異本) 계열과는 형식이 다른 편이며, 불교학은 물론 서지학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는 평을 받았다.

부산박물관에 있는 조선 후기 백자 항아리는 17세기 말 또는 18세기 초에 왕실 가마인 관요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는 52.6㎝로, 주둥이와 어깨 부분의 미세한 금을 수리했으나, 형태와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좌우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고 당당하며 담담한 청색 유약이 고르게 퍼져 우아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고, 아울러 50㎝가 넘는 대형 항아리가 적어 희소성이 있고, 완전성·조형성 면에서도 뛰어나다고 가치를 인정했다.

문화재청은 이들 문화재 3건에 대해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