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4.15 총선 공천을 주도하고 있는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사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관위의 '원칙'을 두고 "다소 일관성을 알 수 없다"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측근 인사들이 단수 공천자로 확정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스스로 강조했던 '혁신 공천'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고 있다.
결국 부산 남구을 전략공천을 확정받은 이언주 의원을 비롯해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받은 최홍 예비후보는 김 위원장의 정치적 ‘양아들’로 불리는 관계로 알려졌다.
1호 공천자 중 하나인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서울 동대문갑)은 김 위원장 국회의장 시절의 대변인 출신이다. 이 밖에도 ‘김형오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서울·수도권에 대거 공천을 받았다.
이른바 통합당 젊은 인재를 명명하는 ‘퓨처 메이커(Future Maker, 청년 벨트)’ 공천 문제도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일부 지역구에 ‘김형오 키즈’를 단독 공천하는 등 측근 심어두기에 나섰다“면서 ”사심을 갖고 공천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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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통합당 대표(왼쪽)와 김형오 공관위원장./사진=미래통합당 |
아울러 품격과 자질을 따지겠다며 김 위원장이 엄중한 잣대를 적용한 '막말' 기준도 다소 애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 연수을 지역구에 ‘나홀로’ 공천 신청을 한 민경욱 의원은 공관위가 추가 공모를 거쳐 ‘유승민계’ 민현주 전 의원에게 공천 티켓을 쥐여줬다. 경기 성남을에 도전장을 낸 김순례 의원도 공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러 차례 논란이 일었던 민 의원의 ‘소셜 미디어 막말’과 김 의원의 ‘5.18’ 관련 발언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 일각의 해석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선 ‘막말’의 기준이 일관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당의 저격수 역할을 누가 도맡아 하겠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반면 과거 통합당의 대척점에서 이른바 저격수 역할을 했던 이언주 의원이나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은 해체만이 답”이라고 했던 문병호 전 의원은 각각 부산 남구을과 서울 영등포갑에 공천을 받았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안철수계 가교 역할을 했다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서울 송파병 공천을 거머쥐었다. 다만 과거 그가 했던 천안함 및 사드 관련 주장이 논란거리로 재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천안함 전우회 예비역 회장을 맡고 있는 전준영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천안함 사건은 공작의 향기가 너무 진하다’는 등의 발언을 한 김 교수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 3일 전 씨는 “김근식 후보는 2주 동안 연락 없고 댓글로 변명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6일 ‘친박계’로 분류되거나 대구경북 현역인 의원은 대거 물갈이됐다. 그러나 통합당이 그간 지향하지 않았던 사회주의 성향의 행보를 걸어온 장기표 전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경남 김해을에 공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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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전 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왼쪽)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최종 컷오프 판정을 받았다./사진=미래통합당 |
이에 “TK라는 이유만으로 공천 배제 되나” 혹은 “친박 학살 공천”이라는 반응이 즉각 쏟아져 나왔다. 수십년간 통합당에 몸 담았던 의원과 기존 지지층은 일련의 공천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근식 이언주 장기표 등 공천은 ”우파정당이 얼마나 이념에 허술한 정당인지를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혹펑했다.
또 다른 정치 평론가는 공천의 이른바 '칼자루'를 쥔 김 위원장과 공관위가 실상 '저승사자 같은 권세'를 휘두르면서도 그런 힘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결정에 진중함과 공정성을 담보할 만한 기제도 없는 실정이다.
나아가 외견상 당의 입김을 받지 않고 공천을 하는 듯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게 통합당 공천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 구성원을 정한 단계부터, 김 위원장을 부른 권력과 절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컷오프 결정도 외견상 공관위의 ‘험지 출마 요구 거부’가 이유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상은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낙선’을 대비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이 관측이다. 향후 황 대표의 ‘대선 로드맵’에 방해가 될 만한 ‘잠룡 대선주자급’을 원천 배제시킨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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